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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AI가 만든 새 시장 지도 2026 — 판단·연산·신뢰·새로운 고객·결과, 다섯 가지 희소성이 낳은 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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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AI가 만든 새 시장 지도 2026 — 판단·연산·신뢰·새로운 고객·결과, 다섯 가지 희소성이 낳은 비즈니스

2022년에는 없던 회사들이 2026년에 수십억 달러 매출을 냅니다. 의사와 변호사를 시간제로 모아 AI를 가르치는 Mercor는 연환산 총매출 20억 달러를 넘겼고, 말로 앱을 만드는 Lovable은 출시 2년이 안 돼 연 6억 달러, AI가 문의를 끝까지 해결할 때만 돈을 받는 Sierra는 기업가치 158억 달러가 됐습니다. 이 글은 이런 새 시장 열 개를 조사해, 모두 AI가 만든 '새로운 희소성' 위에 서 있다는 공통점을 찾았습니다. 모델을 가르칠 사람의 판단, GPU와 전력, 믿고 쓸 근거, AI라는 새로운 손님, 그리고 '끝낸 일'이라는 새 과금 단위입니다. 그리고 가장 빨리 크는 시장이 가장 오래 가는 시장은 아니라는 것도요. 랩에 납품하는 시장은 고객이 몇 곳뿐이고 그 고객이 직접 만들 수 있습니다. 결과를 파는 시장은 느리지만 넓습니다. 숫자를 읽는 법(총매출과 순매출, 거래 건수와 실제 돈)과 한국에서의 기회까지, 인터랙티브 5개와 삽화 5장으로 정리했습니다.

코어닷투데이2026-10-0433분

AI가 만든 새 시장 지도 — 새로 발견된 대륙의 지도 위에 전문가가 로봇을 가르치는 교실, 서버가 늘어선 발전소, 검사관의 탑, 로봇 손님의 시장, 완성품을 건네는 작업장이 그려진 표지크게 보기

들어가며: 2022년에는 없던 회사들

2022년 말 ChatGPT가 나왔을 때 아무도 이런 직업을 상상하지 않았습니다. 의사가 퇴근 후에 AI의 진단 답변을 채점하고 시간당 돈을 받는 일, 개발자가 Slack을 그대로 흉내 낸 가짜 회사를 만들어 AI의 연습장으로 파는 일, 마케터가 "ChatGPT가 우리 브랜드를 몇 번 언급했나"를 매일 재는 일. 2026년에는 이 일들이 각각 수억~수십억 달러짜리 시장입니다.

회사하는 일2026년 숫자 (보도 기준)
Mercor (2023 창업)전문가를 모아 AI 회사의 학습 데이터를 만든다연환산 총매출 20억 달러, 기업가치 200억 달러 협상
Lovable (2023 창업)말로 설명하면 앱을 만들고 배포까지 한다연환산 매출 6억 달러, 기업가치 133억 달러
Sierra (2023 창업)고객 문의를 AI가 해결할 때만 돈을 받는다ARR 1.5억 달러+, 기업가치 158억 달러
CoreWeaveGPU를 사서 AI 회사에 빌려준다2분기 매출 25.75억 달러(+112%), 수주 잔고 1,040억 달러
ProfoundAI 답변 속 브랜드 노출을 재고 바꾼다기업가치 10억 달러, GEO 분야 첫 유니콘

이 회사들은 서로 아무 관계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하나씩 뜯어보면 같은 모양이 나옵니다. AI가 무언가를 갑자기 귀하게 만들었고, 그 귀해진 것을 파는 회사가 생겼습니다. 이 글은 2026년 10월 기준으로 새 시장 열 개를 조사해, 그 밑에 깔린 다섯 가지 '새로운 희소성'으로 묶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시장이 오래 가고 어떤 시장이 흔들릴지, 숫자는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한국에서는 어디에 기회가 있는지를 차례로 다룹니다.


1부. 판단의 희소성: AI를 가르칠 사람과 연습할 직장

판단의 희소성 — 의사·변호사·엔지니어 복장의 전문가들이 큰 로봇 학생을 위해 채점지를 쓰고, 옆 계산대가 동전 더미를 나눠 주며 일부를 남기는 장면크게 보기

전문가 데이터: 인터넷 다음의 교과서

초기 언어 모델은 인터넷 글로 배웠습니다. 2024년 무렵부터 그 교과서가 바닥나기 시작했습니다. 모델이 의사처럼 진단하고 변호사처럼 계약서를 읽으려면, 진짜 의사와 변호사가 모델의 답을 채점하고 모범 답안을 써 줘야 합니다. 이 판단은 인터넷에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의 판단을 시간 단위로 사서 랩에 파는 시장이 생겼습니다.

대표가 Mercor입니다. 2023년 고등학교 동창 셋이 세운 이 회사는 엔지니어·변호사·의사·은행원·기자를 계약직으로 모아 AI 회사에 연결합니다. 2025년 10월 시리즈 C로 기업가치 100억 달러를 받았고, 2026년 6월에는 연환산 총매출 20억 달러를 넘겼다고 알려졌습니다. 같은 시장의 Surge AI는 2020년 창업 후 5년 동안 외부 투자 없이 직원 110명 안팎으로 매출 10억 달러를 넘겼다고 보도됐습니다.

이 시장의 약점은 고객입니다. 사는 쪽이 프런티어 랩 몇 곳뿐입니다. 2026년 3월 Mercor에서 오픈소스 패키지(LiteLLM)를 통한 공급망 공격으로 계약자 개인정보를 포함한 내부 데이터가 유출됐을 때, 메타를 비롯한 큰 고객들이 작업을 멈췄습니다. 고객 몇 곳이 멈추면 매출이 멈추는 구조입니다.

RL 환경: AI를 위한 가짜 직장

2025년부터 랩들이 사들이기 시작한 새 상품이 있습니다. RL 환경, 즉 AI 에이전트가 연습하는 가짜 직장입니다. 실패하는 테스트가 있는 git 저장소, 진짜처럼 동작하는 가짜 쇼핑몰, Slack을 흉내 낸 업무 앱. 그 안에 "이 버그를 고쳐라", "이 주문을 환불해라" 같은 과제와 채점기를 넣습니다. 에이전트는 이 안에서 수만 번 시도하며 강화학습으로 배웁니다.

Epoch AI가 2026년 1월 업계 관계자들을 인터뷰해 정리한 단가는 이렇습니다. 과제 하나에 대부분 200~2,000달러, 복잡한 소프트웨어 과제는 드물게 2만 달러. 웹사이트를 복제한 환경은 2만 달러 안팎, Slack 수준의 제품 복제는 30만 달러 안팎. 독점 계약은 비독점의 4~5배입니다. 앤트로픽은 2025년 9월 RL 환경에 1년 동안 10억 달러 넘게 쓰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됐습니다.

그런데 Epoch AI가 꼽은 이 시장의 첫 번째 위험은 내재화 입니다. 단가 1,000달러짜리 과제를 100만 개 사는 고객이라면, 업체에 마진을 주느니 직접 만드는 편이 낫습니다. 기밀 유지도 쉽습니다. 랩들은 이미 내부 팀을 키우고 있습니다. 두 번째 위험은 보상 해킹입니다. 모델이 과제를 푸는 대신 채점기를 속이는 법을 배우기 때문에, 품질을 지키며 규모를 키우는 일이 가장 큰 병목입니다.


2부. 연산의 희소성: GPU를 빌려주는 새 클라우드

연산의 희소성 — 빛나는 서버 랙이 가득한 창고 앞 대여 카운터, 지평선의 발전소에서 굵은 전선이 이어지고, 큰 로봇 손님 둘이 열쇠 대부분을 쥐고 있는 장면크게 보기

AWS·애저·구글 클라우드가 있는데도 네오클라우드 라는 새 시장이 생긴 이유는 단순합니다. GPU가 모자랐고, 기존 클라우드는 AI 학습용 대형 클러스터를 빨리 내주지 못했습니다. GPU만 잔뜩 사서 AI 회사에 다년 계약으로 빌려주는 회사들이 그 틈을 채웠습니다.

CoreWeave는 2026년 2분기 매출 25.75억 달러로 1년 전보다 112% 늘었고, 6월 말 기준 수주 잔고가 약 1,040억 달러입니다. 올해 매출 전망은 124억~132억 달러입니다. Nebius는 같은 분기 5.82억 달러로 454% 늘었습니다.

그런데 이 숫자 뒤에는 같은 그림자가 있습니다. CoreWeave는 2026년 1분기 매출의 약 65%가 상위 고객 둘에서 나왔고, 2025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 한 곳이 약 67%였습니다. 메타가 2026년 3월 약 210억 달러의 추가 계약을 맺는 등 고객이 넓어지고는 있지만, 큰 고객들은 동시에 자기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습니다. 고객이 곧 경쟁자가 되는 구조입니다. GPU 제조사의 투자, 네오클라우드의 GPU 구매, 랩의 사용 계약이 서로 맞물린 '순환 거래'라는 지적도 꾸준히 나옵니다.


3부. 신뢰의 희소성: 믿고 쓸 근거와 학습할 권리

신뢰의 희소성 — 돋보기·방패·도장을 든 검사관들이 성문 앞에서 AI 로봇과 문서 더미를 검사하고, 한 검사관이 문서 속에 숨겨진 쪽지를 찾아내는 장면크게 보기

평가·레드팀·AI 보안

에이전트가 메일·데이터베이스·결제 시스템에 손을 대기 시작하자, "이 에이전트를 믿어도 되나"를 확인하는 일이 독립된 시장이 됐습니다. 에이전트에게 미리 프롬프트 인젝션·탈옥·정보 유출 공격을 해 보고(레드팀), 운영 중에는 실시간으로 막는(가드레일) 회사들입니다. 이 블로그의 수출통제 3부작과 10월 마이크로소프트 2026 디지털 방어 보고서가 보여 주듯, 공격 쪽 능력이 빠르게 커지면서 이 수요도 커졌습니다.

이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인수 입니다. SentinelOne은 2025년 8월 Prompt Security를 약 2.5억 달러에 사겠다고 발표했고, Proofpoint는 2026년 2월 Acuvity를, OpenAI는 2026년 3월 LLM 보안 테스트 도구 Promptfoo를 인수했습니다. 독립 업체로는 Gray Swan이 2026년 5월 시리즈 A 4,000만 달러를 받았습니다. 잘하는 회사가 생기면 랩이나 보안 대기업이 사들입니다. 이 시장이 독립된 산업으로 남을지, 기존 보안 제품과 모델의 기능 하나가 될지는 아직 열려 있습니다.

학습 데이터 라이선스

모델이 사람의 글을 계속 읽으려면 권리가 필요해졌습니다. Reddit은 상장 서류에서 AI 데이터 라이선스 계약 총액 2.03억 달러를 밝혔고, 구글과 OpenAI로부터 받는 금액은 연 1.3억 달러 안팎, 전체 매출의 10%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OpenAI와 뉴스코프의 계약은 5년 2.5억 달러로 보도됐습니다. 반대로 앤트로픽은 출판사 라이선스 대신 15억 달러 저작권 합의를 택했습니다.

흐름도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 글을 한 번 파는 거래에서, 최신 글을 실시간 API로 계속 열어 주는 구독 으로. 출처 표시와 실시간 접근을 포함한 계약은 2023년 2건에서 2025년 18건으로 늘었습니다. 다만 거래가 성사되는 곳은 Reddit이나 대형 언론사처럼 규모가 큰 곳뿐입니다.


4부. 새로운 고객: AI가 읽고, 고르고, 돈을 낸다

1990년대 웹이 생기자 검색엔진에 잘 보이게 하는 일(SEO)과 온라인으로 돈을 받는 일(PayPal)이 새 산업이 됐습니다. 2026년에는 같은 일이 AI라는 새 손님 을 두고 다시 일어나고 있습니다.

GEO: AI의 답변에 들어가기

사람들이 검색 대신 ChatGPT·Gemini·Perplexity에 묻기 시작하자, 기업은 "AI가 우리를 답변에 넣어 주는가"를 신경 쓰게 됐습니다. 이것을 재고 바꾸는 일이 GEO(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입니다. Profound는 2026년 2월 시리즈 C 9,600만 달러로 기업가치 10억 달러가 되며 이 분야 첫 유니콘이 됐습니다. 500곳 넘는 기업의 마케터 2,000여 명이 쓰고, Target·Walmart·Figma가 고객입니다. 4월에는 Bluefish가 시리즈 B 4,300만 달러를 받았습니다.

GEO의 위험은 2005년의 SEO와 같습니다. 규칙을 정하는 쪽은 AI 회사이고, 그 규칙은 공개되지 않으며 수시로 바뀝니다.

에이전트 인프라와 결제

에이전트가 웹을 돌아다니며 일하려면 브라우저가 필요하고, 돈을 내려면 결제 수단이 필요합니다. Browserbase는 에이전트용 클라우드 브라우저를 팔며, 2026년 9월 기준 월 3,500만 세션 이상, 고객 1만 곳을 내세웁니다.

결제는 표준 전쟁 중입니다. 코인베이스와 클라우드플레어에서 시작한 x402 는 웹의 잊힌 상태 코드 'HTTP 402 Payment Required'를 되살려, 에이전트가 API를 부를 때마다 몇 센트씩 스테이블코인으로 내게 합니다. 2026년 4월 리눅스 재단 아래 재단이 생겼고 AWS·클라우드플레어·앤트로픽 등이 참여했습니다. 구글이 제안한 AP2 는 FIDO 얼라이언스로 넘어갔고, 비자(Trusted Agent Protocol)·마스터카드(Agent Pay)·스트라이프도 각자의 에이전트 결제 체계를 내놓았습니다.

숫자는 이 시장의 현재 위치를 정확히 보여 줍니다. x402는 2026년 중반까지 누적 2억 건 넘게, 5,300만 달러를 처리했습니다. 하지만 분석가들은 활동의 절반가량을 테스트와 인위적 거래로 분류하고, 실제 상거래는 하루 2.8만 달러 수준으로 봅니다. 표준은 빠르게 퍼지고 있지만, 돈은 아직 거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5부. 일의 단위가 바뀌다: 도구가 아니라 '끝낸 일'을 판다

결과 과금 — 로봇 상담원이 고객 문의 카드를 하나씩 처리하는 자판기 같은 창구에서, 초록 체크가 붙은 카드에만 동전이 항아리로 떨어지고 빨간 표시 카드에는 떨어지지 않는 장면크게 보기

다섯째 갈래가 가장 근본적입니다. 지난 20년 SaaS는 사람이 쓰는 도구 를 팔았고, 사람 수(좌석)로 돈을 받았습니다. AI가 일 자체를 하기 시작하자 끝낸 일 을 파는 회사들이 생겼습니다.

결과 과금 에이전트

Sierra는 오픈AI 이사회 의장이기도 한 브렛 테일러와 클레이 바보어가 2023년 세운 고객센터 AI 회사입니다. 2026년 5월 시리즈 E 9.5억 달러로 기업가치 158억 달러가 됐고, 출시 8분기 만에 ARR 1.5억 달러를 넘겼습니다. 가격은 공개하지 않지만, AI가 문의 하나를 끝까지 해결할 때마다 약 1.5달러를 받는 결과 과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음성 쪽에서는 ElevenLabs가 기업의 음성 상담·영업 에이전트 수요로 ARR을 2025년 말 3.3억 달러에서 2026년 6월 6억 달러로 키웠습니다.

결과 과금은 공급사의 매출을 고객이 아낀 돈에 직접 묶습니다. 좌석 과금 도구는 AI가 일의 절반을 해도 같은 돈을 받지만, 결과 과금은 해결률이 오르면 매출이 오르고 AI가 틀리면 돈을 못 받습니다. 대신 '해결'을 누가 어떻게 판정하느냐가 계약의 핵심이 되고, 품질이 흔들리면 매출이 바로 흔들립니다. 이 블로그의 「전문성의 힘」이 말한 "SaaS가 못 지킨 약속을 AI가 지킨다"가 가격표로 나타난 모습입니다.

바이브 코딩: 개발자가 아닌 사람을 위한 소프트웨어

Lovable은 말로 설명하면 앱을 만들고 배포·호스팅까지 맡습니다. 2024년 11월 출시 후 연환산 매출이 2025년 11월 2억 달러, 2026년 6월 5억 달러, 그 뒤 6억 달러를 넘겼고, 8월 시리즈 C 4억 달러로 기업가치 133억 달러가 됐습니다. 이 플랫폼으로 만든 앱들이 한 달에 9억 회 넘게 방문됩니다. Replit은 2026년 매출 10억 달러를 목표로 내걸었습니다. 이들의 고객은 개발자가 아니라 '앱이 필요한 모든 사람'입니다. 사는 것은 코드가 아니라 돌아가는 앱이라는 결과입니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소프트웨어 회사가 서비스 회사를 산다

가장 대담한 형태는 AI 롤업 입니다. 소프트웨어를 서비스 회사에 파는 대신, 서비스 회사(회계·법률·IT 관리·주택관리)를 아예 사들여 AI로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마진을 올립니다. 벤처캐피털 제너럴 캐털리스트는 이를 위한 펀드를 8억 달러에서 15억 달러로 키웠고, 법률(Eudia)·IT 서비스(Titan)·주택관리(Long Lake) 등 이런 회사를 10곳 이상 공동 창업했습니다. 이들은 최종 모습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ervice as software)"라고 부릅니다. 소프트웨어를 서비스처럼 파는 SaaS를 뒤집은 말입니다.


6부. 숫자를 읽는 법

새 시장의 숫자는 크고 빠릅니다. 그만큼 같은 숫자가 다른 뜻을 갖기 쉽습니다.

  • 총매출과 순매출. Mercor의 '연 20억 달러'는 전문가에게 지급하기 전 금액입니다. 60~70%가 그대로 지급되므로, 회사가 남기는 돈은 상반기 기준 1.8억~2.5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소프트웨어 회사의 ARR과 나란히 놓으면 안 됩니다.
  • 거래 건수와 실제 돈. x402의 2억 건과 하루 2.8만 달러는 둘 다 사실입니다. 앞의 숫자는 표준이 퍼지는 속도를, 뒤의 숫자는 돈이 움직이는 속도를 보여 줍니다.
  • 고객 집중. 매출 성장률과 수주 잔고만 보면 놓치는 것이 있습니다. 상위 고객 몇 곳의 비중입니다.
  • 시장 규모 추정. 같은 해, 같은 이름의 시장인데 추정치가 10배 가까이 다릅니다. RL 환경·데이터 업체 매출은 '50여 곳 합산 85억 달러'와 '10억 달러 수준'이 함께 돌아다닙니다. 무엇을 셌는지를 먼저 물어야 합니다.
  • 연환산(ARR·런레이트). 한 달 매출에 12를 곱한 값이라, 빠르게 크는 회사일수록 실제 연매출보다 크게 보입니다.

7부. 오래 갈 시장, 사라질 시장

골드러시에서 돈을 번 것은 금을 캔 사람이 아니라 곡괭이와 청바지를 판 사람이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AI 시대의 새 시장도 상당수가 곡괭이 장사입니다. 그런데 이번 골드러시에는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금을 캐는 사람(빅랩·빅테크)이 곡괭이 공장을 직접 지을 돈과 능력이 있다 는 것입니다.

이 관점으로 열 개 시장을 놓으면 두 무리가 갈립니다.

빨리 크지만 흔들리기 쉬운 쪽. RL 환경, 네오클라우드, 바이브 코딩. 앞의 둘은 고객이 랩과 빅테크 몇 곳뿐이고, 그 고객이 직접 만들기 시작했습니다(RL 환경 내재화, 빅테크의 자체 데이터센터). 바이브 코딩은 고객은 넓지만 핵심 능력이 랩의 모델에서 옵니다. 랩이 같은 제품을 직접 내면 차별점이 배포·호스팅과 사용 경험만 남습니다. 전문가 데이터도 고객 집중은 크지만, '사람의 판단'이라는 희소성은 모델이 좋아질수록 더 어려운 영역으로 옮겨 가며 계속 남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느리지만 오래 갈 쪽.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결과 과금 에이전트, 평가와 보안, 데이터 라이선스. 공통점은 희소성이 모델의 능력이 아닌 곳 에 있다는 것입니다. 고객과의 계약과 책임(결과 과금), 업계의 현장 운영(롤업), 믿을 수 있다는 증명(보안·평가), 사람이 쓴 글의 권리(라이선스). 모델이 아무리 좋아져도 랩이 대신 져 줄 수 없는 것들입니다. 다만 보안·평가는 잘하는 회사가 인수되는 흐름이라, 독립 기업으로 크기보다는 큰 회사의 일부가 될 가능성도 큽니다.

아직 판단하기 이른 쪽. GEO와 에이전트 결제. 둘 다 'AI가 손님이 된다'는 큰 흐름 위에 있지만, 규칙을 AI 회사와 카드사·표준 단체가 정하는 중입니다. 1990년대의 SEO와 온라인 결제처럼, 표준이 정해지는 순간 승자와 패자가 크게 갈릴 것입니다.

정리하면, 가장 빨리 크는 시장과 가장 오래 가는 시장은 다릅니다. 앞의 것은 희소성이 기술(데이터·연산·모델 능력)에 있고, 뒤의 것은 희소성이 신뢰·책임·관계에 있습니다. 기술의 희소성은 기술이 발전하면 풀리고, 신뢰의 희소성은 기술이 발전할수록 커집니다.


8부. 한국에서는

한국에도 같은 시장이 작게 열리고 있습니다. 데이터 쪽에서는 셀렉트스타가 데이터 구축에서 AI 신뢰성 검증(다투모 이밸)으로 사업을 넓히며 기술특례상장을 목표로 밝혔고(2024년 매출 약 84억 원), 크라우드웍스는 약 46만 명의 데이터 작업자 풀을 갖고 있습니다. 판단의 희소성과 신뢰의 희소성을 함께 겨냥한 모습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이 글의 전망입니다. 다섯 갈래 각각에 한국만의 빈자리가 보입니다.

희소성한국의 빈자리 (전망)근거
판단한국어 전문가 데이터(세무·법률·의료), 한국 업무 환경을 흉내 낸 RL 환경(공공 민원·전자세금계산서·사내 결재 시스템)글로벌 랩의 데이터·환경은 영어와 미국 업무 중심이고, 한국어 정확도는 랩 스스로 약점으로 꼽는다
신뢰AI 기본법 대응, 공공조달용 'AI 제품·서비스 확인' 준비, 한국어 에이전트 레드팀AI 기본법 시행령 개정(2026년 7월 21일 시행)으로 확인제도가 생겨 공공조달에서 우대
새로운 고객국내 AI 답변 서비스에서의 브랜드 노출 측정(한국형 GEO)국내 사용자의 질문이 검색창에서 AI 답변으로 옮겨 가는 만큼, 측정 도구는 아직 드물다
결과한국어 고객센터의 결과 과금 상담 에이전트, 세무·노무 같은 지역 서비스업의 AI 전환상담 인력 비용과 한국어 품질이 동시에 걸린 영역이라, 결과로 값을 매기기 좋다

9부. 새 시장에 뛰어드는 팀을 위한 다섯 질문

① 어떤 희소성 위에 서 있나
판단·연산·신뢰·새로운 고객·결과 중 무엇을 파는가. 하나로 말하지 못하면 아직 시장이 아니라 기능일 수 있다
② 그 희소성은 얼마나 갈까
기술이 좋아지면 풀리는 희소성인가, 기술이 좋아질수록 커지는 희소성(신뢰·책임)인가
③ 고객은 몇 곳이고, 직접 만들 수 있나
상위 고객 둘이 매출의 절반을 넘는다면, 그 고객의 내재화 계획이 곧 우리의 사업 계획이다
④ 숫자를 정직하게 보고 있나
총매출과 순매출, 건수와 금액, 연환산과 실제 연매출을 나눠서 본다
⑤ 무엇에 돈을 받나
시간·좌석·사용량·결과. 결과에 가까울수록 고객의 이익과 묶이고, 동시에 품질 책임도 커진다

한계

  • 수치는 대부분 회사 발표와 언론 보도입니다. 비상장 회사의 매출·기업가치는 회사가 밝히거나 투자 과정에서 흘러나온 숫자이고, 감사받은 재무제표가 아닙니다. 상장사(CoreWeave·Nebius)의 수치만 공시 기반입니다.
  • 시장 규모 추정은 일부러 덜 썼습니다. 6부에서 보듯 추정치가 크게 엇갈려, 개별 회사 수치를 중심으로 썼습니다.
  • '오래 갈 시장' 점수는 이 글의 판단입니다. 희소성 수명·고객 집중·내재화 위험 점수는 측정값이 아니며, 위젯에서 기준을 바꿔 볼 수 있게 했습니다.
  • 한국 부분의 표는 전망입니다. 기회가 있다는 판단이지, 시장 규모나 수요를 잰 결과가 아닙니다.

출처

판단의 희소성

연산의 희소성

신뢰의 희소성

새로운 고객

일의 단위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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