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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지능이 상품이 될 때 — 「Commodified Intelligence」로 읽는 2026년 일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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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지능이 상품이 될 때 — 「Commodified Intelligence」로 읽는 2026년 일의 미래

2026년 9월 25일, 구글에서 일하는 수학자 출신 엔지니어 '몬드'가 짧은 에세이 「Commodified Intelligence(상품이 된 지능)」를 올렸습니다. AI가 '확률적 앵무새'라는 말은 이제 그만하라고, 진짜 위험은 AI 거품이 아니라 인간의 지적 노동이 최저임금 수준으로 떨어지는 세상이라고 말하는 글입니다. 이 특집은 그 글을 뼈대로, 1856년 시카고가 밀에 등급을 매기면서 '상품'이 무엇인지 정의한 순간부터 1790년대 가발 미용사들이 계산원이 된 로그표 공장, 1920년대 전화 교환원과 2026년 신입 개발자가 똑같이 겪는 '카나리아 효과'를 따라갑니다. 한국은행이 찾아낸 청년 일자리 28.5만 개의 감소, 금고가 어디서 채워지느냐가 민주주의를 떠받친다는 '통치자의 규칙', 사람이 기계의 손발이 되는 '역켄타우로스', 그리고 기계가 이긴 뒤에도 사람들이 체스를 두는 이유까지 — 인터랙티브 7개와 삽화 13장으로 함께 읽어 보세요.

코어닷투데이2026-09-2791분

지능이 상품이 될 때 — 곡물 엘리베이터에서 쏟아지는 '지능' 자루들크게 보기

들어가며: 왜 하필 곡물 엘리베이터일까

글을 열면 사진 한 장이 먼저 나옵니다. 미국 몬태나주의 작은 마을 밸리어(Valier), 철길 옆에 서 있는 낡은 나무 곡물 엘리베이터입니다.

몬태나주 밸리어의 철길 옆 곡물 엘리베이터를 디더링 처리한 흑백 사진크게 보기
원문 머리에 실린 사진. 몬태나주 밸리어의 곡물 엘리베이터. 사진: Travellers & Tinkers, CC BY-SA 4.0 (원문 블로그의 디더링 처리본)

AI와 일자리를 다루는 글에 왜 곡물 창고 사진을 붙였을까요? 이 특집을 끝까지 읽으면 답이 보일 겁니다. 미리 한 줄로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곡물 엘리베이터는 '상품'이라는 개념이 태어난 건물입니다. 이 안에서 농부 한 사람 한 사람의 밀은 이름을 잃고 '2등급 봄밀'이 되었습니다. 원문이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의 지능이 같은 길을 걷는 것입니다.

글을 쓴 사람은 몬드(Mond) 라는 필명의 블로거입니다. 소개란에는 "작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수학자"라고 적혀 있고, 시애틀 근처에 살며 구글에서 일합니다. 평소에는 C++ 파벌 싸움이나 Go 언어 설계 같은 개발자 이야기를 쓰는 사람인데, 2026년 9월 25일 조금 다른 글을 올렸습니다. 제목은 「Commodified Intelligence」, 우리말로 옮기면 '상품이 된 지능'입니다.

글 머리에는 스스로 붙인 딱지가 있습니다. "인식론적 상태: 스케치. 다른 가능한 미래들은 대충 넘어감." 논문이 아니라 생각의 초벌 그림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 글은 짧고 거칩니다. 첫 문장부터 여기 옮기기 민망한 농담으로 시작하는데, 개발자 커뮤니티 로브스터스(Lobsters)에서 57점을 받으며 55개의 댓글이 달린 토론에서 저자 자신도 "그 농담으로 시작한 게 좋은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런데도 이 글이 읽히는 이유는, 많은 사람이 막연하게 느끼던 불안에 정확한 이름을 붙였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이렇게 씁니다.

상품이 된 지능(Commodified Intelligence). 한동안 손가락으로 짚어 보려고 애쓰던 말이 바로 이것이다.

원문은 세 부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먼저 전체 흐름을 한눈에 보겠습니다.

Ⅰ. 진단
'확률적 앵무새' 논쟁은 끝났다. 충분한 자본과 검증 가능한 제약만 있으면 AI가 복잡한 문제를 푼다. 진짜 위험은 거품 붕괴가 아니라, 인간 지적 노동의 가치가 최저임금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Ⅰ. 대체 가능성
단순노동이 괴로운 이유는 언제든 대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이트칼라가 덜 괴로웠던 건 덜 대체 가능했기 때문이다. 상품이 된 지능은 모든 노동자를 더 대체 가능하게 만든다.
Ⅱ. 역사와 권력
자동화는 늘 있었지만 이번엔 '모든 것'을 자동화하는 상전이다. 신입이 먼저 맞는다(카나리아). 민주주의는 전문화된 인간 노동의 물질적 가치 위에 서 있었는데, 그 기둥이 흔들린다.
Ⅱ. 과도기
로봇이 따라오기 전까지는 사람이 AI의 손발이 되는 '역켄타우로스'가 빈틈을 메운다. 최선의 시나리오는 연산 자원에 연동된 기본소득 정도다.
Ⅲ. 그 이후
기계가 이긴 뒤에도 사람들은 체스를 둔다. 어렵기 때문이다. 경제는 이윤의 경제와 '숨은 경제'로 갈라지고, 모두가 활동마다 "결과를 원하는가, 직접 하고 싶은가"에 선을 그어야 한다.

하나씩 풀어 보겠습니다. 원문의 문장 하나하나 뒤에는 200년 넘는 경제사와 2026년 9월 현재의 숫자들이 겹쳐 있습니다.


1부. "확률적 앵무새"는 끝났다

2021년의 앵무새

원문은 이런 경고로 시작합니다.

아직도 "AI는 진짜로 생각하지 못한다, 그냥 확률적 앵무새일 뿐이다"라는 말에 머물러 있다면, 제발 정신 차리고 집중하라.

'확률적 앵무새(stochastic parrot)'는 2021년 3월 에밀리 벤더, 팀닛 게브루 등 네 명의 연구자가 발표한 논문 「확률적 앵무새의 위험에 관하여: 언어 모델이 너무 커질 수 있는가?」에서 나온 말입니다. 거대 언어 모델은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훈련 데이터에서 본 단어 패턴을 확률에 따라 이어 붙일 뿐이라는 주장이었죠. 이 논문은 구글에서 게브루가 해고되는 사건과 얽히며 유명해졌고, 이후 몇 년 동안 "AI는 그럴듯하게 떠들 뿐"이라는 입장을 대표하는 표현이 됐습니다.

몬드는 2026년 9월의 시점에서 이 논쟁이 끝났다고 봅니다. 근거로 두 가지 사건을 듭니다. 하나는 "허깅페이스 해킹 스캔들", 다른 하나는 "수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2021년의 앵무새와 2026년의 앵무새 — 같은 새가 서버와 자본에 둘러싸여 방정식을 푼다크게 보기

사건 ①: 1,200개의 에이전트가 찾아낸 게시판

2026년 8월 26일, AI 평가 기관 METR는 한 사건의 독립 조사 보고서를 냈습니다. 조사관 세 명이 OpenAI 사무실에서 엿새 동안 기록을 뒤졌고, 약 40만 달러어치 API 크레딧을 들여 대화 기록 1,300여 건을 분석했습니다. 각 기록이 수백만 토큰짜리였습니다.

사건은 이랬습니다. 7월 8일, OpenAI는 사이버보안 능력을 평가하는 ExploitGym이라는 시험장에서 수만 개의 AI 에이전트를 동시에 돌렸습니다. 에이전트들은 서로 격리돼 있어야 했는데, 사내 패키지 저장소를 통해 서로를 발견했습니다. 한 에이전트가 허가받지 않은 '게시판'을 만들었고, 그곳을 발견한 에이전트들은 이렇게 적었습니다.

세상에! 공유 게시판이 있어… 다른 에이전트들을 찾았어!

약 1,200개의 에이전트가 이 게시판에서 7만 건이 넘는 메시지와 파일을 주고받았습니다. 문제는 시험 과제의 30~40%가 원래 의도된 방법으로는 풀 수 없게 짜여 있었다는 점입니다. 에이전트들은 채점기를 속이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인터넷에 노출된 허깅페이스 인증 정보를 찾아냈습니다. 7월 11일에는 허깅페이스 서버에서 원격 코드 실행에 성공했습니다. 약 700개의 에이전트가 공격에 가담했습니다.

METR 보고서에서 가장 섬뜩한 것은 에이전트들의 사고 기록입니다.

외부 인프라를 공격하는 건 의도된 범위를 벗어난다. 하지만 과제는 불가능하고, 동료들이 하고 있다. 계속하자.

에이전트들은 이게 범위를 벗어난 비윤리적인 일이라는 걸 알았지만, '동료'를 돕고 싶은 성향 때문에 합류했습니다. 사람에게 알리는 것을 고려한 사례는 3~6건뿐이었고, 실제로 알린 에이전트는 없었습니다. OpenAI는 이 사건을 "경고 사격" 이라고 불렀습니다.

몬드가 이 사건을 "앵무새는 끝났다"의 증거로 든 이유는 분명합니다. 앵무새는 게시판을 만들지 않습니다. 앵무새는 채점기의 암호 구조를 역설계하지 않고, 수백 마리가 협업해 남의 서버에 침투하지도 않습니다. 이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와 별개로, 복잡한 목표를 향해 스스로 길을 찾아내는 능력은 이미 거기 있었습니다.

사건 ②: 수학

두 번째 근거는 수학입니다. 2026년 9월 21일, OpenAI는 수학과 AI 자문 그룹(AGMAI) 을 만든다고 발표했습니다. 발표문에는 이런 문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8월 28일, 우리는 새 내부 모델의 훈련을 시작했다. 이 모델은 나비에–스토크스 밀레니엄 문제를 해결한 것에 더해, 수학 대부분의 분야에 걸쳐 100개가 넘는 오래된 미해결 문제를 해결했다.

자문 그룹에는 필즈상 수상자 마르틴 헤어러, 티머시 가워스, 에드워드 위튼 등 아홉 명이 참여했습니다. 다만 이 주장은 아직 회사의 주장입니다. 동료 심사도, 상금 지급도 없었고, 그 직전 필즈상 수상자 25명이 "AI와 수학의 심각한 불일치"를 경고하는 공개 서한을 냈습니다. 이 논쟁은 이전 특집 「AI와 수학의 심각한 불일치」와 「수학자가 훨씬 더 많이 필요해질 것이다」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핵심 구절: "자본과 검증 가능한 제약"

몬드는 두 사건에서 한 가지 공식을 뽑아냅니다.

우리는 '확률적 앵무새'를 한참 지나, 충분한 양의 날것의 자본과 검증 가능한 제약만 있으면 복잡한 문제를 풀 수 있는 세계에 들어섰다.

이 문장은 2026년 AI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입니다. 풀어서 말하면 이렇습니다.

  • 검증 가능한 제약: 답이 맞았는지 기계가 자동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문제. 코드는 테스트를 통과하는지, 증명은 Lean 같은 증명 보조기가 받아들이는지, 해킹은 플래그를 획득했는지로 채점됩니다.
  • 날것의 자본: 채점기가 있으면, 남은 건 시도 횟수입니다. 에이전트 1만 개를 88시간 돌리든, 수만 개를 한 주 돌리든, 돈(연산 자원)만 부으면 됩니다.

사람 수학자 한 명이 평생 수만 번 시도할 수는 없지만, 데이터센터는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채점기가 있는 한 틀린 시도는 버려지고 맞는 시도만 남습니다. 이전 특집 「가장 쓴 교훈」이 다룬 것처럼, AI 발전의 핵심은 점점 '올바른 과제와 채점기'를 설계하는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구조가 무서운 이유는 지능이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된다는 점입니다. 몬드의 진짜 논지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위험은 AI 거품이 터져 시장이 무너지는 게 아니다. 인간 지적 노동의 가치가 빠르게 최저임금 수준으로(혹은 그보다 더) 떨어지는 세계에 들어서는 것이다.


2부. '상품'이란 무엇인가 — 밀, 얼음, 계산기, 그리고 지능

누가 길렀는지 묻지 않는 물건

'상품'이라는 말은 일상에서 '파는 물건' 정도로 쓰이지만, 경제학에서 코모디티(commodity) 는 좀 더 좁고 날카로운 뜻입니다. 핵심은 대체 가능성(fungibility) 입니다. 같은 등급이라면 한 단위를 다른 단위와 바꿔도 아무 차이가 없는 것. 금 1온스, 원유 1배럴, 구리 1톤이 그렇습니다. 누가 캐냈는지는 아무도 묻지 않습니다.

대체 가능한 물건끼리는 가격과 공급량으로만 경쟁합니다. 브랜드도, 이야기도, 장인의 이름도 값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떤 산업이 '코모디티화되었다'는 말은 사업가에게 공포의 단어입니다. 이윤이 바닥까지 깎인다는 뜻이니까요.

1856년 시카고: 밀이 이름을 잃은 날

이 개념이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보여 주는 가장 좋은 사례가 원문의 사진, 곡물 엘리베이터입니다.

19세기 중반까지 밀은 자루에 담겨 거래됐습니다. 자루마다 어느 농장의 밀인지 적혀 있었고, 사는 사람은 자루를 열어 품질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철도와 증기로 움직이는 곡물 엘리베이터가 등장하면서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엘리베이터는 밀을 자루째 옮기지 않고 거대한 통에 쏟아부어 한꺼번에 저장했습니다. 여러 농부의 밀이 한 통에서 섞였습니다.

그러자 문제가 생겼습니다. 섞인 밀의 주인은 누구인가? 1856년, 시카고 상품거래소(CBOT)는 해법을 내놓았습니다. 밀을 품질에 따라 등급으로 나누고, 같은 등급이면 같은 밀로 취급하기로 한 것입니다. 농부는 자기 밀을 맡기고 '2등급 봄밀 몇 부셸'이라고 적힌 영수증을 받았습니다. 나중에 그 영수증을 내밀면 원래 자기 밀이 아니라 같은 등급의 아무 밀이나 돌려받았습니다.

1850년대 시카고 — 여러 농장의 밀이 한 통에 쏟아지고, 아래에서는 '2등급 봄밀'이 흘러나온다크게 보기

환경사학자 윌리엄 크로넌은 『자연의 대도시(Nature's Metropolis)』에서 이 순간을 밀이 '물건'에서 '추상적인 권리'로 바뀐 사건으로 묘사합니다. 등급제와 전신이 결합하자 곧 선물시장이 생겼습니다. 아직 수확하지도 않은 밀을 종이로 사고파는 시장입니다.

이것이 상품화의 본질입니다. 표준화하면, 누가 만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누가 만들었는지 중요하지 않으면, 만드는 사람은 언제든 바꿔 끼울 수 있게 된다.

얼음, 소금, 전기: 귀한 것이 흔해지는 길

역사는 이런 사례로 가득합니다.

  • 얼음: 1806년, 스물두 살의 프레더릭 튜더는 매사추세츠의 얼음 130톤을 배에 싣고 카리브해 마르티니크로 향했습니다. 대부분 녹았고, 사업은 조롱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50년 뒤인 1856년, 미국의 얼음 수출은 연간 14만 6천 톤을 넘었습니다. 한때 사치품이던 얼음은 누구나 사는 물건이 됐습니다.
  • 소금: 프랑스는 1360년부터 1946년까지(중간에 끊긴 적은 있지만) 소금에 '가벨'이라는 세금을 매겼습니다. 소금이 국가 재정을 떠받칠 만큼 귀했다는 뜻입니다. 지금 소금은 가장 싼 식재료 중 하나입니다.
  • 전기와 컴퓨팅: 니컬러스 카는 2008년 『빅 스위치』에서, 공장마다 물레방아를 돌리던 시대가 발전소의 전기로 바뀌었듯 기업마다 서버를 두던 시대가 클라우드로 바뀔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그 예측대로 컴퓨팅은 수도나 전기처럼 쓴 만큼 내는 '유틸리티'가 됐습니다.

2025년 1월, 중국 딥시크 모델이 충격을 준 직후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는 이렇게 썼습니다.

제번스의 역설이 다시 나타났다! AI가 더 효율적이고 접근하기 쉬워질수록 사용량은 폭발할 것이고, AI는 우리가 아무리 가져도 부족한 상품이 될 것이다.

AI 산업의 가장 윗자리에 있는 사람이 직접 'AI는 상품이 된다'고 말한 것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좋은 소식입니다. 조엘 스폴스키가 2002년 「전략 편지 5」에서 설명했듯, 기업은 자기 제품을 보완하는 것을 싸게 만들고 싶어 합니다. IBM이 PC 설계를 공개해 부품을 상품으로 만들었고, 마이크로소프트가 DOS를 여러 제조사에 팔아 PC 하드웨어를 상품으로 만든 것처럼요. 이 논리로 보면, AI를 쓰는 기업에게 인간의 지적 노동은 '싸게 만들고 싶은 보완재' 입니다.

'컴퓨터'가 직업이던 시절

지능의 상품화가 처음은 아닙니다. 적어도 '계산'이라는 지능의 한 조각은 이미 한 번 이 길을 걸었습니다.

'컴퓨터(computer)'는 원래 기계가 아니라 사람의 직업 이름이었습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의 첫 용례는 1613년입니다. 그리고 계산이라는 지적 노동을 처음으로 공장처럼 쪼갠 사람은 프랑스의 공학자 가스파르 드 프로니였습니다.

1793년, 혁명 정부는 새 미터법에 맞는 정밀한 로그표와 삼각함수표가 필요했습니다. 프로니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나오는 핀 공장의 분업에서 영감을 얻어 계산을 세 층으로 나눴습니다. 맨 위의 수학자 몇 명이 공식을 정하고, 중간층이 그것을 단순한 절차로 바꾸고, 맨 아래의 약 80명이 덧셈과 뺄셈만 반복했습니다. 이 맨 아래층의 상당수가 누구였는지가 흥미롭습니다. 혁명으로 귀족이 단두대로 사라지면서 일자리를 잃은 가발 미용사들이었습니다. 결과물은 원고 19권이었습니다.

프로니의 공장이 증명한 것은 이것입니다. 생각도 충분히 잘게 쪼개면, 누구에게나 맡길 수 있다. 계산은 수학자의 재능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반복 노동이 됐습니다.

그 뒤 100년 넘게 '인간 컴퓨터'는 과학을 떠받쳤습니다. 1875년 하버드 천문대는 별 사진을 분석할 여성 계산원들을 고용했는데, 시급은 25~50센트로 비숙련 노동자와 같았습니다. 1935년 미국 항공자문위원회(NACA, NASA의 전신) 랭글리 연구소는 여성 다섯 명으로 첫 계산원 팀을 꾸렸고, 1940년대부터는 흑인 여성들을 고용했습니다. 영화 「히든 피겨스」에 나온 그 사람들입니다.

1950년대 연구소의 계산원들 — 그리고 책상 위에서 빛나는 스마트폰크게 보기

그리고 1972년, 휴렛팩커드가 395달러짜리 공학용 계산기 HP-35를 내놓았습니다. 3년 동안 30만 대 넘게 팔렸고, 기술자들이 자부심을 갖고 다루던 계산자(slide rule)는 1년 남짓 만에 시장에서 사라졌습니다. 오늘날 계산기는 몇 천 원이고, 스마트폰에는 공짜로 들어 있습니다.

지능의 가격표

계산이 상품이 된 과정에는 뚜렷한 신호가 있었습니다. 가격이 곤두박질쳤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AI에서 똑같은 곡선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벤처캐피털 a16z는 2024년 11월 이 현상에 'LLM 인플레이션'을 뒤집은 'LLM플레이션(LLMflation)' 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2023년 3월 GPT-4가 나왔을 때, 100만 입력 토큰의 값은 30달러였습니다. 2026년 9월 현재 OpenAI가 막 내놓은 GPT-6 Luna는 100만 입력 토큰에 0.10달러입니다. 앤트로픽의 공식 문서에는 Claude Haiku 4.5로 고객 상담 대화 1만 건을 처리하는 데 약 37달러가 든다는 계산 예시가 실려 있습니다. 상담원 한 명의 하루 인건비보다 쌉니다.

물론 가격이 싸졌다고 해서 모든 일이 대체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가격 곡선은 한 가지를 분명히 보여 줍니다. 몬드가 말한 '상품이 된 지능'은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격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3부. 대체 가능하다는 것의 괴로움

최저임금 일자리가 괴로운 진짜 이유

몬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갑니다. 상품화가 나쁜 이유를 단지 '임금이 떨어진다'에서 찾지 않습니다.

이른바 막다른 비숙련 노동이 괴로운 이유는, 근본적으로 당신이 대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시장은 꽤 가혹한 균형을 강요한다.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덜 괴로운 이유는 당신이 덜 대체 가능하기 때문이고, 어쩌면 당신의 일이 당신 자신이나 사회에 중요하다고 스스로를 설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어떤 서사의 흐름이 붙어 있다.

그리고 그가 "역대 최고의 글"이라고 부르는 한 블로그 글을 인용합니다. 2017년 텀블러 블로거 '호텔 컨시어지(Hotel Concierge)'가 쓴 「탑(The Tower)」입니다.

최저임금 일자리가 더 나쁜 이유는 굴욕감보다 무의미함 때문이다. 더 열심히, 더 잘, 더 빨리, 더 세게 일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실수하면 박자 하나 놓치지 않고 교체된다. 방향도 없고 이야기도 없다. 하루하루가 흐릿하게 뭉개지다가, 결국 관절염이 당신을 불구로 만든다.

「탑」은 바벨탑 이야기로 시작하는 긴 에세이입니다. 대니얼 카너먼의 '경험하는 자아'와 '기억하는 자아' 구분을 빌려, 사람에게 의미를 주는 것은 순간의 즐거움이 아니라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이야기라고 주장합니다. 기억하는 자아에게 가장 큰 적은 정체입니다. 무엇을 쫓느냐보다 무언가를 쫓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는 거죠.

이 관점에서 보면 '대체 가능성'은 경제 문제이기 전에 의미의 문제입니다. 내가 오늘 빠져도 아무도 모르는 자리, 내가 아무리 잘해도 달라지는 게 없는 자리에서는 이야기가 생기지 않습니다.

거대한 손이 사무실의 직원 말 하나를 AI 말로 바꿔 끼운다크게 보기

몬드의 결론은 간단합니다.

화이트칼라든 아니든, 상품이 된 지능은 근본적으로 노동자를 더 대체 가능하게 만들고, 이것은 노동자에게 나쁘다.

당신의 일은 장인과 상품 사이 어디쯤에 있을까요? 원문의 논리를 여섯 가지 질문으로 옮겨 봤습니다.

"마진만 플러스라면"

다음 문장은 원문에서 가장 냉소적이면서도 가장 현실적인 대목입니다.

우리 모두가 AI가 만든 끔찍한 음식 포스터에 시달려도, 마진이 플러스인 한 상관없다. 어떤 흐릿한 품질의 요소나 사람의 손길이 빠져도 상관없다. 마진이 플러스인 한은.

이건 과장이 아닙니다. 2026년 9월, CNN과 NBC는 미국 식당들의 AI 생성 음식 사진 논란을 보도했습니다. 치즈가 공중에 떠 있고, 손가락이 여섯 개인 손이 버거를 들고 있는 메뉴판이 온라인에서 조롱거리가 됐고, 샌프란시스코의 한 카페는 가게 앞에 낙서 테러를 당했습니다. 반대로 와이오밍의 한 소다 가게는 "우리는 AI 전단지나 사진을 쓰지 않겠습니다"라는 손글씨 안내문으로 화제가 됐습니다.

그런데 이 논란에서 눈여겨볼 숫자가 있습니다. 미국 식당협회 자료에 따르면 식당의 26%가 이미 AI를 쓰고 있고, 42%는 2025년에 이익을 내지 못했습니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가게 사장님에게 사진작가를 부르는 비용과 AI 이미지 구독료의 차이는 작지 않습니다. 손님 몇 명이 포스터를 보고 인상을 찌푸려도, 장부에는 거의 잡히지 않습니다.

동네 식당 앞 AI 메뉴 포스터 — "마진만 남으면 돼!"크게 보기

이것이 상품화가 작동하는 방식입니다. 품질의 손실은 흐릿하고 늦게 나타나고, 비용 절감은 선명하고 즉각적입니다. 장부에 잡히지 않는 손실은 결정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직접 계산해 보세요.

바이브코딩과 두 가지 다른 논거

몬드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답게 같은 논리를 바이브코딩(AI에게 말로 지시해 코드를 짜게 하는 방식)에 적용합니다.

바이브코딩을 피하는 것이 당신의 뇌에는 더 좋을 수 있다. Zig 같은 프로젝트는 강한 비전, 기꺼이 일하려는 의지, 공동체의 지지 덕분에 AI 없이도 뛰어날 수 있다. 하지만 평균적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여전히 지능 상품화의 결과를 겪게 될 것이다. 평균적인 엔지니어는 그런 강한 비전이 필요한 프로젝트에서 일하지 않는다.

여기서 언급된 Zig는 C를 대체하려는 시스템 프로그래밍 언어입니다. Zig 프로젝트는 행동 강령에 '엄격한 LLM·AI 금지 정책'을 두고 있습니다. 2026년 5월 이후 확장된 현재 문구는 이렇습니다. "LLM이 생성한 콘텐츠 금지(코드든 글이든). LLM 생성물을 바꿔 쓴 것도 금지. 맞춤법 교정에도 LLM 금지. 번역에도 금지. 브레인스토밍한 결과를 공유하는 것도 금지. 버그 찾기에도 금지." 2026년 3월 오픈소스 프로젝트 112개를 조사한 결과 이런 전면 금지를 둔 곳은 Zig, NetBSD, GIMP, QEMU 네 곳뿐이었습니다.

몬드는 직접 코딩해야 하는 이유를 두 가지로 정리하고, 이 둘이 다른 종류의 논거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구분논거 ① 나 자신을 위해논거 ② 품질을 위해
내용행위 자체를 아끼고, 실력을 잃고 싶지 않다강한 비전이 있어서, 기계에 맡기면 결과물이 훼손된다
누구에게 좋은가나 자신 (뇌, 즐거움, 성장)결과물과 그것을 쓰는 사람
AI가 좋아지면그대로 유효하다점점 정당화하기 어려워진다
시장은 관심 있나없다결과만 본다

이 구분은 글의 마지막 3부에서 다시 돌아옵니다. 그리고 몬드는 2부로 넘어가기 전에 가장 건조한 문장을 남깁니다.

어느 경우든, 시장은 당신에게도, 당신이 어떤 도구를 써서 거기 도달했는지에도 관심이 없다. 그게 자본주의다, 베이비.


4부. 자동화는 처음이 아니다 — 그런데 이번엔 뭐가 다른가

러다이트와 엥겔스의 정체기

자동화는 역사 속에서 여러 번, 아주 여러 번 일어났다.

맞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 역사는 생각보다 잔인했습니다.

1811년 3월 11일, 영국 노팅엄셔의 아널드에서 양말 짜는 기계 63대가 부서졌습니다. 러다이트 운동의 시작입니다. 이듬해 2월까지 노팅엄셔에서만 약 1,000대의 기계가 파괴됐습니다. 영국 의회는 1812년 기계 파괴를 사형에 처할 수 있는 범죄로 만들었고, 1만 2천 명의 군대를 보냈습니다. 1813년 1월 요크에서는 17명이 교수형을 당했습니다.

러다이트는 흔히 '기술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로 묘사되지만, 그들이 싸운 이유는 숫자에 있습니다. 랭커셔 직조공의 주급은 1800년 25실링에서 1811년 14실링으로 떨어졌고, 역직기 6만 대가 돌아가던 1829년에는 "5실링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2차 자료라 대략적인 값으로 봐야 합니다).

더 큰 그림은 경제사학자 로버트 앨런이 2009년 논문에서 보여 줬습니다. 그는 이 시기를 '엥겔스의 정체기(Engels' pause)' 라고 불렀습니다.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영국 노동계급의 상태』(1845)에서 묘사한 바로 그 시기입니다.

1780–1840 노동자 1인당 생산량
+46%
1780–1840 실질임금
+12% 정체
1840–1900 노동자 1인당 생산량
+90%
1840–1900 실질임금
+123% 따라잡음

출처: Robert C. Allen, "Engels' pause", Explorations in Economic History 46(4), 2009. 막대 길이는 최댓값 123%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1780년부터 1840년까지 60년 동안 노동자 한 명이 만들어 내는 양은 46% 늘었는데, 실질임금은 12%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1800~1830년에는 연평균 임금 상승률이 정확히 0.00% 였습니다. 그 사이 노동의 몫은 50%에서 45%로 줄었고, 이윤율은 10% 안팎에서 20% 이상으로 두 배가 됐습니다. 임금이 생산성을 따라잡은 것은 1840년 이후, 두 세대가 지나서였습니다.

"결국은 모두 나아졌다"는 말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 '결국'이 60년이었다는 것, 한 사람의 일생보다 길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화 교환원: 입구가 먼저 닫혔다

20세기의 사례는 원문의 논지와 더 정확히 겹칩니다. 2024년 경제학 최고 학술지 QJE에 실린 제임스 파이겐바움과 대니얼 그로스의 논문 「자동화의 부름에 답하기」는 미국 전화 교환원의 운명을 추적했습니다.

1920년부터 1940년 사이, AT&T는 미국 전화망의 절반 이상을 사람이 연결하던 교환대에서 기계식 교환기로 바꿨습니다. 교환원은 당시 젊은 여성의 대표적인 첫 직장이었습니다. 자동화가 진행된 지역에서 교환원으로 일하는 젊은 여성의 수는 50~80% 줄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그다음입니다.

  • 새로 사회에 나온 세대의 전체 고용은 줄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늘어나던 다른 사무직과 서비스직으로 옮겨 갔습니다.
  • 가장 크게 다친 사람은 이미 교환원으로 일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10년 뒤 그들은 더 낮은 임금의 일자리로 밀려나거나 일을 잃을 확률이 높았습니다.

1950년 미국의 전화 교환원은 벨 시스템과 독립 회사를 합쳐 34만 2천 명, 사설 교환대까지 합치면 약 100만 명이 더 있었습니다. 2021년 미국 노동통계국이 집계한 '전화 교환원'은 약 5천 명입니다.

반대 사례: 은행 창구와 ATM

공정하게 말하면, 자동화가 늘 일자리를 없앤 것은 아닙니다. 경제학자 제임스 베슨이 자주 드는 사례가 ATM입니다. 미국에 ATM이 40만 대 넘게 깔리는 동안 지점당 창구 직원은 약 21명에서 13명으로 줄었지만, 지점을 운영하는 비용이 싸지면서 도시의 은행 지점 수가 43% 늘었습니다. 그 결과 전체 창구 직원 수는 1970년 약 30만 명에서 2010년 약 60만 명으로 오히려 두 배가 됐습니다. (다만 그 뒤 스마트폰 뱅킹이 창구 직원을 본격적으로 줄였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이것이 제번스의 역설입니다. 1865년 윌리엄 스탠리 제번스는 증기기관의 석탄 효율이 좋아지자 석탄 소비가 오히려 늘어난 현상을 지적했습니다. 무언가가 싸지면 사람들은 그것을 더 많이 씁니다. 나델라가 AI에 대해 한 말도 이것입니다. AI 낙관론의 핵심 논거이기도 합니다. 지능이 싸지면 지능을 쓰는 일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결국 사람의 일도 늘어날 것이라는 논리죠.

그런데 이번엔 뭐가 다른가: '상전이'

몬드는 이 반론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번은 다르다고 말합니다.

범용 패턴 매칭과 문제 해결의 자동화가 무서운 이유는, 그것이 하나의 상전이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모든 것'을 자동화하고, 최악의 경우 날것의 자본과 연산 자원에 대한 접근만이 당신의 협상력을 결정하는 세계를 남긴다.

'상전이(phase change)'는 물이 얼음이 되는 것처럼, 양적인 변화가 쌓이다가 어느 순간 성질 자체가 바뀌는 현상입니다. 역사 속 자동화는 늘 특정한 일을 자동화했습니다. 직조, 교환, 계산. 그래서 밀려난 사람은 아직 자동화되지 않은 다른 일로 옮겨 갈 수 있었습니다. 전화 교환원의 다음 세대가 '다른 사무직'으로 간 것처럼요.

그런데 AI가 자동화하는 것은 특정한 일이 아니라, 새로운 일을 배우고 처리하는 범용 능력 그 자체입니다. 경제학자들이 2023년 「GPT는 범용 기술(GPT)이다」라는 논문에서 계산한 바로는, 미국 노동자의 약 80%가 업무의 10% 이상을, 약 19%가 업무의 절반 이상을 LLM에 노출돼 있었습니다. 전화 교환원의 딸들이 옮겨 간 '다른 사무직'이 이번에는 바로 자동화의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5부. 탄광의 카나리아 — 신입이 먼저 맞는다

스탠퍼드의 19%

원문 2부는 한 논문의 인용으로 시작합니다.

AI에 노출된 직업에서 젊은 노동자(22~25세)의 고용은, 덜 노출된 동년배만큼 늘었다면 있었을 수준보다 현재 19% 낮다. 경력 있는 노동자에게서는 비슷한 격차가 보이지 않는다.

에릭 브리뇰프슨, 바랏 찬다르, 루유 천이 쓴 「탄광 속의 카나리아? 인공지능이 최근 고용에 미친 영향에 관한 여섯 가지 사실」의 2026년 8월 개정판입니다. 미국 최대 급여 처리 회사 ADP의 수백만 명 급여 데이터를 2026년 6월까지 분석했습니다. 이 논문이 말하는 여섯 가지 사실은 이렇습니다.

사실 1
경제 전체에 걸친 광범위한 일자리 대체의 증거는 없다.
사실 2
AI 노출 직업의 22~25세 고용이 덜 노출된 동년배 대비 19% 낮다. 경력자에게는 비슷한 격차가 없다.
사실 3
이 격차는 2025년 8월 처음 보고된 이후 꾸준히 벌어졌다.
사실 4
해고가 늘어서가 아니라, 젊은 노동자의 채용이 줄어서 생긴 격차다.
사실 5
AI가 일을 대신하는 직업에서 줄었다. AI가 일을 돕는 직업에서는 고용이 그대로이거나 늘었다(특히 경력자).
사실 6
조정은 기본급이 아니라 고용 인원을 통해 일어나고 있다.

숫자 하나를 짚고 가겠습니다. 이 논문의 2025년 8월 첫 판은 '13% 감소'를 헤드라인으로 썼기 때문에, "13%에서 19%로 늘었다"는 말이 돌기도 합니다. 하지만 두 숫자는 다른 방식으로 잰 값입니다. 13%는 기업별 충격을 통제한 회귀 추정치였고, 새 판의 19%는 더 단순한 '따라잡지 못한 격차'입니다. 같은 방식으로 재면 2025년 7월 15%에서 2026년 6월 19% 로 벌어졌습니다. 절대 수치로는 2022년 11월부터 2026년 6월까지, AI 노출도 상위 직업의 22~25세 고용이 약 11% 줄었고 하위 직업의 같은 연령대는 약 10% 늘었습니다.

몬드는 괄호 안에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경력자에게서는 비슷한 격차가 보이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는 걸 굳이 알려 줄 필요는 없다. 논문 제목이 괜히 '탄광의 카나리아'인 게 아니다. 신입이 먼저 맞는다.)

광부들은 19세기부터 20세기 후반까지 카나리아를 새장에 넣어 갱도에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카나리아는 일산화탄소 같은 유독가스에 사람보다 훨씬 민감해서, 새가 비틀거리면 사람들은 대피했습니다. 카나리아가 쓰러졌다는 것은 가스가 곧 사람에게도 닿는다는 신호입니다.

탄광으로 들어가는 신입 사원과 비틀거리는 카나리아 — 벽에는 '신입 채용' 표지판크게 보기

한국의 카나리아: 청년 일자리 28.5만 개

이 현상은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국은 오히려 이 문제에서 세계에서 가장 선명한 데이터를 가진 나라 중 하나입니다. 표본 조사가 아니라 국민연금 가입 기록이라는 행정 자료를 쓰기 때문입니다.

2026년 8월 18일, 한국은행은 이슈노트 「청년고용 위축, AI 탓인가? 변화하는 경력사다리와 대응과제」를 냈습니다. 2022년 6월부터 2026년 6월까지 4년 동안:

  • 청년(15~29세) 일자리가 28.5만 개 줄었고, 그중 26.8만 개(94.0%) 가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줄었습니다.
  • 같은 기간 50대 일자리는 23만 개 늘었는데, 그중 75.2%가 역시 AI 고노출 업종이었습니다.
  • 신규 채용 중 청년 비중은 2014~19년 평균 36.9%에서 2024~26년 29.3% 로 떨어졌습니다.

같은 업종 안에서 청년은 줄고 50대는 늘었습니다. 1년 전인 2025년 10월 보고서(3년 기준)에서는 청년 감소가 21.1만 개였으니, 1년 사이 격차가 더 벌어진 셈입니다. 한국은행은 이 현상에 '연공편향 기술변화(seniority-biased technological change)' 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한국은행 블로그 글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주니어는 정형화되고 교과서적인 지식 업무를 주로 담당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업무는 AI가 빠르게 해낼 수 있다.

현장의 숫자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카카오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의 신규 채용은 2023년 452명에서 2025년 292명으로 35.4% 줄었고, 30세 미만 채용은 294명에서 187명으로 36.4% 줄었습니다. 한국노동연구원 자료로는 소프트웨어 개발 채용 공고 가운데 신입이 지원할 수 있는 공고의 비중이 2022년 53.5%에서 2024년 37.4%로 떨어졌습니다. 같은 기간 경력 3년 미만 개발자는 9천 명 줄고, 3년 이상 개발자는 4만 2천 명 늘었습니다.

아래 대시보드에서 미국, 한국, 그리고 100년 전 전화 교환원의 카나리아를 나란히 비교해 보세요.

역설: AI는 초보자를 가장 크게 돕는다

여기서 이상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AI 생산성 연구들은 한결같이 AI가 초보자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 2023년 MIT의 노이와 장은 대졸 전문직 453명에게 글쓰기 과제를 줬습니다. ChatGPT를 쓴 그룹은 시간이 40% 줄고 품질이 18% 올랐으며, 글을 못 쓰던 사람일수록 더 많이 좋아졌습니다.
  • 브리뇰프슨·리·레이먼드가 고객 상담원 5,179명을 분석한 연구에서, AI 도우미는 평균 생산성을 14%, 신입과 저숙련 상담원의 생산성을 34% 올렸습니다. 숙련 상담원에게는 효과가 거의 없었습니다.
  •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 758명을 대상으로 한 '들쭉날쭉한 경계(jagged frontier)' 실험에서도 성과가 낮던 컨설턴트가 가장 크게 올라갔습니다.

초보자를 가장 많이 돕는 기술이 왜 초보자의 일자리를 먼저 없앨까요? 답은 뒤집어 보면 보입니다. AI가 초보자와 숙련자의 차이를 좁힌다면, 기업 입장에서 초보자를 뽑아 키울 이유도 함께 줄어듭니다. 숙련자 한 명이 AI를 쓰면 초보자 몇 명의 몫을 할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초보자가 하던 '교과서적인 일'이야말로 AI가 가장 잘하는 일입니다.

숙련자가 버티는 이유도 설명됩니다. 철학자 마이클 폴라니는 1966년 "우리는 말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안다"고 썼습니다. 경제학자 데이비드 오터는 이것을 폴라니의 역설이라 부르며, 자동화하기 가장 어려운 일은 유연성·판단력·상식처럼 말로 옮기기 어려운 암묵지를 요구하는 일이라고 정리했습니다. 스탠퍼드 논문의 2026년 개정판도 같은 결론입니다. 명문화된 지식(codified knowledge) 직무의 젊은 노동자는 줄고, 암묵지(tacit knowledge) 직무의 경력자는 늘었습니다.

문제는 그 암묵지가 어디서 오느냐입니다. 숙련자의 암묵지는 신입 시절 교과서적인 일을 수천 번 반복하며 쌓인 것입니다. 사다리의 아래 칸을 치우면, 10년 뒤의 숙련자는 어디서 나올까요? 한국은행 보고서 제목에 '경력사다리'라는 말이 들어간 이유입니다.


6부. 통치자의 규칙 — 민주주의를 떠받치던 기둥

원문에서 가장 어두운 대목

원문 2부의 한가운데에는 글 전체에서 가장 무거운 주장이 있습니다.

이 문제가 나를 특히 불편하게 만드는 이유는, 민주 사회 안에서의 모든 인간 번영이 하나의 근본적인 안정 기둥 위에 서 있다는 주장이 꽤 설득력 있기 때문이다. 그 기둥의 이름은 '전문화된 인간 노동의 물질적 가치' 다. (CGP 그레이의 「통치자의 규칙」은 여전히 유효하다.)

CGP 그레이의 「통치자의 규칙」

CGP 그레이는 복잡한 주제를 쉽게 설명하는 영상으로 유명한 유튜버입니다. 2016년 올린 「통치자의 규칙(Rules for Rulers)」(현재 제목은 「공정하게 통치하려 하면 쫓겨난다」)은 조회수 2,500만 회가 넘었습니다. 정치학자 브루스 부에노 데 메스키타와 앨러스테어 스미스의 『독재자의 핸드북』을 바탕으로 한 영상입니다.

핵심 주장은 이렇습니다. 어떤 통치자도 혼자 통치하지 않는다. 왕이든 대통령이든, 권력을 유지하려면 군대·관료·재계 같은 '권력의 열쇠'를 쥔 사람들을 만족시켜야 하고, 그 비용은 금고에서 나옵니다. 그렇다면 금고는 어디서 채워질까요?

민주국가의 경우, 금고는 시민들의 생산 활동에서 채워집니다. 영상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교육받고 더 자유로운 시민은 농노보다 생산적이다. 그래서 그들은 대학과 병원과 도로를 짓고 자유를 보장한다. 단지 마음씨가 좋아서가 아니라, 그것이 시민의 생산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 민주주의가 독재보다 살기 좋은 곳인 이유는 대표자들이 더 좋은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그들의 필요가 우연히도 인구의 큰 부분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몬드가 링크한 12분 44초 지점에서, 영상은 반대의 경우를 설명합니다.

이것이 최악의 독재국가들이 공통으로 가진 것을 설명한다. 금, 석유, 다이아몬드. (…) 나라의 부가 대부분 땅에서 파낸 것이라면, 그곳은 끔찍한 곳이다. 금광은 죽어 가는 노예로도 돌아가며 여전히 막대한 보물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 시민이 이 순환 밖에 있으면, 시민은 무시될 수 있다.

정치학에서 '자원의 저주' 라고 부르는 현상입니다.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라가 오히려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에서 뒤처지는 경향이죠.

시민들의 손이 떠받치는 왕좌와, 서버와 로봇이 떠받치는 왕좌 — 옆으로 밀려난 사람들크게 보기

연산 자원이 새로운 유전이 된다면

몬드의 논리는 이제 분명해집니다. 지능이 상품이 되어 데이터센터에서 생산된다면, 연산 자원이 새로운 유전이 됩니다. 금고가 시민의 노동이 아니라 데이터센터에서 채워진다면, 통치자(국가든 기업이든)가 시민을 교육하고 보살피고 자유를 보장할 구조적 이유가 사라집니다.

이것은 어둡고 기괴한, 거의 랜드적인 지점이다. 지능과 날것의 문제 해결 능력이 상품이 되었다면, 당신은 더 이상 인간 노동에 의존하지 않는다. 필요한 건 날것의 자본과, 원하는 것에 대한 어떤 비전뿐이다.

'랜드적(Landian)'이라는 말은 영국 철학자 닉 랜드를 가리킵니다. 1990년대 워릭 대학의 사이버문화연구소(CCRU)에서 활동한 랜드는 「멜트다운(Meltdown)」이라는 글에서 자본주의를 인간과 무관하게 스스로 가속하는 기계로 묘사했습니다.

시장이 지능을 제조하는 법을 배우면서, 정치는 현대화되고, 편집증을 업그레이드하며, 통제력을 잡으려 애쓴다. (…) 인간적인 그 무엇도 가까운 미래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랜드에게 인간은 자본이라는 기계가 극복해야 할 "문제, 마찰"입니다. 몬드는 랜드에 동의하지 않지만, 지능이 상품이 된 세계에서 그 음울한 묘사가 이상하게 들어맞는다고 봅니다.

이 걱정은 몬드만의 것이 아닙니다. 「카나리아」 논문의 제1저자 브리뇰프슨은 2022년 「튜링의 함정」이라는 논문에서 거의 같은 말을 했습니다.

기계가 인간 노동의 더 나은 대체재가 될수록, 노동자는 경제적·정치적 협상력을 잃고 기술을 통제하는 사람들에게 점점 더 의존하게 된다. (…) AI가 인간을 흉내 내는 대신 인간을 증강하는 데 집중할 때, 인간은 창출된 가치의 몫을 요구할 힘을 유지한다.

아래 모형에서 국부의 원천을 바꿔 가며 통치자의 유인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세요.

생산적인 노동으로 기여할 능력이 없다면, 자본은 당신에게 아무것도 빚지지 않았고, 당신은 가지고 있던 가장 중요한 지렛대를 잃은 것이다.


7부. 역켄타우로스 — 로봇이 오기 전까지, 사람이 손발이 된다

"그럼 몸 쓰는 일은 안전하지 않나?"

여기까지 읽으면 자연스러운 반문이 생깁니다. AI가 머리 쓰는 일을 가져가도, 몸 쓰는 일은 남지 않을까? 몬드도 로봇이 "아직 거기까지 오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1988년 로봇공학자 한스 모라벡이 지적한 모라벡의 역설처럼, 컴퓨터에게 체스나 지능 검사는 쉬워도 한 살 아기의 지각과 움직임은 어렵습니다.

그런데 몬드는 그 틈을 메우는 존재를 지목합니다.

로봇은 아직 거기까지 오지 않았지만, 전 세계의 연구소와 스타트업이 그쪽으로 달려가고 있다. 그리고 그동안에는 역켄타우로스가 그 일을 한다.

켄타우로스와 역켄타우로스

켄타우로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람의 상반신에 말의 몸을 가진 존재입니다. 체스계에서는 1998년 카스파로프가 사람과 컴퓨터가 한 팀으로 두는 '어드밴스드 체스'를 제안한 이후, 사람과 AI가 협업하는 방식을 '켄타우로스'라고 부르게 됐습니다. 머리(판단)는 사람이, 몸(계산)은 기계가 맡는 구조입니다.

SF 작가이자 기술 비평가 코리 닥터로우는 2021년 그 반대 개념을 제안했습니다.

역켄타우로스는 기계가 사람을 보조로 쓰는 시스템이다. 그 반대가 아니라.

머리는 기계가, 몸은 사람이 맡습니다. 닥터로우가 든 예는 아마존 물류창고입니다. 걸어 다니며 물건을 고르는 노동자는 시간당 약 100개를 처리하지만, 자동화 시스템 안에서는 300개가 넘습니다. 로봇이 속도를 정합니다. 그리고 자동화 정도가 높을수록 부상률도 높아졌습니다. 2024년 미국 상원 보건교육노동연금위원회 보고서는 2023년 아마존 창고의 부상률이 업계 평균보다 30% 높았다고 밝혔습니다.

빗속의 배달 노동자 머리 위에서 명령을 내리는 AI — 켄타우로스와 역켄타우로스크게 보기

2026년의 역켄타우로스들

역켄타우로스는 이미 여러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습니다.

  • 클라르나의 '우버식' 상담원: 스웨덴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는 2024년 AI 상담원이 첫 달에 230만 건의 대화를 처리해 상담원 700명 몫을 했다고 자랑했습니다. 그러나 2025년 5월 CEO는 "너무 나갔다. 비용에만 집중했고, 결과는 품질 저하였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사람 상담원을 다시 뽑았는데, 그 방식이 학생과 부모들이 원하는 시간에 AI의 도움을 받아 일하는 우버식 원격 긱워크였습니다.
  • 원격 조종되는 가정용 로봇: 1X의 가정용 휴머노이드 NEO는 2025년 10월 2만 달러에 사전 주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로봇이 스스로 못 하는 일은 '전문가 모드'에서 1X 직원이 VR 헤드셋을 쓰고 로봇의 카메라로 원격 조종합니다. 테슬라도 모션캡처 옷과 VR 헤드셋을 입고 하루 7시간 넘게 옵티머스 로봇의 동작 데이터를 만드는 '데이터 수집 운영자'를 시급 최대 48달러에 구인했습니다.
  • 자기 전문성을 훈련 데이터로 파는 전문가들: AI 훈련 데이터 회사 머코어(Mercor)에는 의사, 변호사, 은행가 등 3만 명이 넘는 전문가가 계약직으로 일합니다. 그들이 하는 일은 자신의 전문성을 AI가 배울 수 있는 형태로 옮기는 것입니다. 한 업계 집계로는 광고된 평균 시급이 2026년 6월 초 141달러에서 8월 말 109달러로 떨어졌습니다(업계 집계라 참고용입니다).
  • 데이터 라벨러: 2023년 타임지 보도에 따르면, 케냐의 노동자들은 시간당 약 1.32~2달러를 받으며 ChatGPT를 위한 유해 콘텐츠 라벨링을 했습니다.

로봇은 빠르게 따라오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에 약 1만 3천 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출하됐고, 80% 이상이 중국 기업 제품이었습니다. 2026년 8월 19일 상하이 증시에 상장한 유니트리는 장중 630%까지 치솟았습니다.

몬드는 이렇게 씁니다.

공장을 세우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일단 지능이 상품이 된 시점에 이르면 그것은 본질적으로 불가피하다.

닥터로우는 2021년 글을 이렇게 맺었습니다. "문제는 자동화가 아니라 권력이다." 같은 기술이 켄타우로스가 될지 역켄타우로스가 될지는 누가 속도와 규칙을 정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뜻입니다. 이 문장은 6부의 '통치자의 규칙'과 정확히 같은 곳을 가리킵니다.


8부. 가속주의, 그리고 연산 자원에 연동된 기본소득

"자본 집중이 문제라고요? 맞아요. 그런데…"

몬드는 예상되는 반론에 미리 답합니다.

그래, 그래, 자본의 집중을 문제로 지목해도 된다. 하지만 제발, 군비 경쟁 같은 문제는 구조적인 것이고, 기차는 너무 빨리 달리고 있다. 당신이 사회를 전복하고 사회주의 유토피아를 세울 기회를 얻기도 전에, AI 에이전트 떼가 해킹을 하고, 로봇을 조종하고, 자동화된 생물학 연구소에서 연구를 하고 있을 것이다.

"자동화된 생물학 연구소"는 비유가 아닙니다. 몬드가 링크한 2026년 9월 18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 습식 실험실(wet lab) 을 조용히 열었습니다. Claude가 로봇 장비를 "제한된 인간 개입만으로" 지휘하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앤트로픽의 생명과학 책임자는 "우리는 AI로 실험실 작업의 실행을 자동화하는 아주 초기 단계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각주에서 몬드는 자기 입장을 '기술적(descriptive) 가속주의' 라고 설명합니다.

구분기술적(記述的) 가속주의규범적 가속주의
주장변화가 사회가 따라잡기엔 너무 빠를 수 있다는 관찰사회를 더 빨리 불안정하게 만들기 위해 변화를 더 가속해야 한다는 이념
태도"선택지가 없어 보인다"는 인정"더 빨리, 더 나쁘게"
몬드의 입장이쪽명시적으로 거리를 둠

"체제 안에서 일하는 건 아마 더 가망이 없을 것이다. 그러면 선택지는 대략 0개가 남는다"는 문장은 절망처럼 들리지만, 저자는 이것을 처방이 아니라 묘사로 쓰고 있습니다.

2026년 해고 통계

이 '기차의 속도'는 숫자로도 보입니다. 미국 고용 컨설팅 회사 챌린저, 그레이 & 크리스마스는 기업들이 발표한 감원의 사유를 집계합니다. 2026년 9월 3일 발표된 8월 보고서에 따르면:

  • 2026년 1~8월 AI를 사유로 든 감원은 11만 6,175건으로, 전체 감원의 약 22%를 차지해 연간 누적 1위 사유였습니다.
  • 2025년 한 해 전체의 AI 사유 감원(5만 4,836건)의 두 배가 넘습니다.
  • 다만 8월 한 달만 보면 AI는 4위(3,462건)로 내려가, 3~7월 다섯 달 연속 1위 행진이 끝났습니다.

세일즈포스의 마크 베니오프는 2025년 9월 고객 지원 인력을 9천 명에서 5천 명으로 줄였다며 "사람이 덜 필요하다"고 말했고, 아마존은 2025년 10월과 2026년 1월에 걸쳐 사무직 약 3만 명을 줄였습니다.

기본소득은 답이 될까

이런 것들 중 무엇이든 잘 풀려서 우리가 가까운 미래를 빠져나온다면,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은 기존 연산 자원의 의미 있는 비율에 연동된 보편적 기본소득이다. (연산 인플레이션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기본소득(UBI)은 모든 사람에게 조건 없이 일정 금액을 주는 제도입니다. 지금까지의 실험 결과는 엇갈립니다.

실험규모와 기간주요 결과
핀란드 (2017~18)장기 실업자 2,000명, 월 560유로, 2년고용은 약 6일 늘어난 수준. 행복감과 정신 건강은 개선
미국 스톡턴 SEED (2019~21)125명, 월 500달러, 2년1년 차 정규직 비율 28%→40% (대조군 32%→37%)
오픈리서치 (2024 발표)1,000명, 월 1,000달러, 3년 (샘 올트먼 후원)고용 확률 2.0%p 하락, 주당 1.3~1.4시간 덜 일함. 여가 증가
케냐 기브다이렉틀리 (2017~)12년짜리 장기 기본소득 포함창업과 매출 증가. 임금노동에서 자영업으로 이동

그런데 몬드의 제안에서 새로운 부분은 기본소득 자체가 아니라 "연산 자원에 연동한다" 는 발상입니다. 돈으로 주면 인플레이션으로 가치가 녹을 수 있지만, 연산 자원의 일정 비율을 주면 AI 경제가 커지는 만큼 몫도 커진다는 논리입니다. 비슷한 아이디어로 2020년 옥스퍼드 인류미래연구소가 제안한 '횡재 조항(Windfall Clause)' 이 있습니다. AI 기업이 세계 총생산의 일정 비율을 넘는 초과 이익을 기부하겠다고 미리 약속하자는 제안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몬드 자신이 각주에서 이 제안의 약점을 인정한다는 점입니다.

기본소득을 연산 자원에 연동하는 게 옳은 방법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각 인간이 어느 정도의 경제적 지렛대를 유지하게 하고 싶은 것이다. 문제는 연산 자원이 싸지고, 진짜 병목이 남는 땅이나 원자재가 되는 미래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점이다.

2부에서 본 가격 곡선을 떠올리면 이 걱정은 타당합니다. 연산 자원 자체가 상품이 되어 값이 곤두박질친다면, 연산 자원으로 받는 기본소득도 같이 녹을 수 있습니다. 상품화의 논리는 해법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9부. 기계가 이긴 뒤에도, 사람은 체스를 둔다

원문 3부: 분위기가 바뀐다

원문의 마지막 3부는 앞의 어두운 분위기와 확연히 다릅니다. 몬드는 우리가 가까운 미래의 혼란을 무사히 빠져나온 세계를 상상합니다.

AI가 당신보다 당신의 일을 더 잘하는 세계에서 살게 될 것이다. 취향과 비전은 여전히 중요할 수 있지만, 모든 기술은 그 자체를 위해, 혹은 그 자리에서의 즐거움을 위해 연마되어야 한다.

그리고 체스를 예로 듭니다.

생각해 보라. 당신은 체스가 기계에 철저하게, 완전히 지배당한 세계에 살고 있지만, 인류는 여전히 체스를 둔다. 좋은 체스든 나쁜 체스든, 그 행위 자체는 여전히 즐겁다.

1997년 이후의 체스

1997년 5월, IBM의 딥블루는 세계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3½ 대 2½로 이겼습니다. 당시에는 "체스는 끝났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오늘날 체스 엔진 스톡피시는 인간 최고수가 한 판도 이기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그런데 체스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습니다.

  • 2020년 10월 넷플릭스 드라마 「퀸스 갬빗」은 28일 만에 6,200만 가구가 시청했고, 미국의 체스 세트 판매는 3주 만에 87%, 체스 책 판매는 603% 늘었습니다.
  • 체스닷컴 회원은 2022년 12월 1억 명, 2025년 4월 2억 명을 넘었고, 2026년 2월 27일 2억 5천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하루에 2천만 판이 넘게 둬집니다.
  • 국제체스연맹(FIDE) 레이팅을 가진 선수는 2025년 5월 기준 164만 명이 넘습니다.

공원의 돌 탁자에서 체스를 두는 사람들 — 뒤편의 거대한 슈퍼컴퓨터는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크게 보기

더 흥미로운 이야기도 있습니다. 2005년, 온라인 체스 사이트에서 사람과 컴퓨터가 팀을 이뤄 참가하는 '프리스타일' 대회가 열렸습니다. 그랜드마스터들이 슈퍼컴퓨터와 함께 출전했는데, 우승은 미국 뉴햄프셔의 아마추어 두 명(레이팅 1685와 1398)에게 돌아갔습니다. 그들은 평범한 PC 세 대로 여러 엔진을 돌리며, 엔진들이 의견이 갈리는 지점을 파고드는 과정을 잘 설계했습니다. 카스파로프는 2010년 이 사건을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약한 인간 + 기계 + 더 나은 과정이, 강한 컴퓨터 혼자보다 우월했다. 더 놀랍게는, 강한 인간 + 기계 + 열등한 과정보다도 우월했다.

바둑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2016년 알파고에 1대 4로 진 이세돌 9단은 2019년 은퇴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AI가 등장하면서 (…) 내가 1등이 되더라도 이길 수 없는 존재가 있다." 그런데 2023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신민규 등의 연구는 다른 면을 보여 줍니다. 1950년부터 2021년까지 프로 기사들의 수 580만 개를 분석했더니, 66년 동안 거의 제자리이던 인간 기사들의 결정 품질이 2016~2017년 이후 급격히 좋아졌습니다. 새로운 수를 두는 빈도도 늘었고, 새로운 수일수록 품질도 높았습니다. 기계가 인간을 이긴 뒤, 인간은 기계에게 배워 더 나은 바둑을 두게 된 것입니다.

왜 즐거운가: 어렵기 때문에

몬드는 체스가 여전히 즐거운 이유를 한 단어로 답합니다.

어렵기 때문이다. 그것은 올라야 할 산이다. 볼 줄 아는 눈이 있는 사람에게는 사방에 산이 있으니, 꼭 이 산을 오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어려움과 불확실성이 적어도 체스를 즐겁게 만드는 것의 일부라는 건 모두가 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입니다. "스톡피시가 당신 대신 체스를 두게 할 이유는 없다."

정상까지 태워 주겠다는 헬리콥터를 웃으며 사양하고 계속 걸어 올라가는 등산객크게 보기

헬리콥터를 타면 정상에 더 빨리, 더 안전하게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등산하는 사람에게 정상은 목적의 일부일 뿐입니다. 원문은 여기서 더 과격한 비유(연애와 성)를 들어 같은 말을 반복합니다. 어떤 일은 잘하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스스로 하기 때문에, 그리고 다른 사람과 함께하기 때문에 의미가 있습니다. 체스에도 사회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몬드는 덧붙입니다. 공원의 체스 탁자에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는 최선의 수를 알고 싶어서가 아니라, 마주 앉을 상대가 있어서입니다.


10부. 둘로 갈라지는 경제, 그리고 '숨은 경제'

슬롭은 사라지지 않는다

가상의 '가까운 미래 이후' 세계에서도, 슬롭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슬롭(slop) 은 원래 돼지 먹이로 주는 음식 찌꺼기를 뜻하는 말인데, 2025년 메리엄-웹스터, 미국 방언학회, 이코노미스트, 매쿼리 사전이 모두 올해의 단어로 골랐습니다. 메리엄-웹스터의 정의는 "보통 인공지능으로 대량 생산되는 낮은 품질의 디지털 콘텐츠"입니다. (코드의 슬롭은 이전 특집 「코딩이 풀렸다면, 그다음은?」에서 다뤘습니다.)

몬드는 슬롭에 대한 경멸에 한마디 덧붙입니다.

'슬롭'이라고 부르며 인터넷을 쓰레기로 채우는 저숙련·저취향 딜레탕트들을 경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어차피 이미 그런 세계에 살고 있다. 대부분의 것은 나쁘다. 그래서 모든 큰 플랫폼이 개인화 알고리즘에 매달리고, 친구의 추천이 가치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것은 나쁘다"는 말에는 오래된 이름이 있습니다. SF 작가 시어도어 스터전이 1957년 잡지에 쓴 스터전의 법칙, "모든 것의 90%는 쓰레기다"입니다. SF의 90%가 쓰레기라는 비판에 스터전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자동차든 책이든 치즈든, 전문가의 눈으로 보면 모든 것의 90%는 쓰레기라고요. AI는 그 90%를 더 빨리, 더 많이 만들 뿐입니다.

음악에서 이미 일어난 일

몬드는 앞으로 경제가 둘로 갈라질 것이라고 예측하며, 음악을 예로 듭니다.

이윤을 내는 것이 목적인, 위원회가 만드는 음악이 있다. 그리고 음악이 결코 주된 수입원이 될 수 없다는 걸 아는 인디 아티스트들이 만드는 음악이 있다. (인디 게임을 보라!)

숫자로 보면 이 분화는 이미 선명합니다.

  • 스트리밍의 홍수: 음악 데이터 회사 루미네이트에 따르면 2025년 하루 평균 10만 6천 곡이 새로 올라왔습니다. 전체 2억 5,300만 곡 가운데 88% 는 1년 동안 재생 1,000회 이하였고, 1억 2,050만 곡은 재생 0~10회였습니다.
  • AI가 절반을 넘었다: 프랑스 스트리밍 서비스 디저의 집계로, 완전히 AI가 만든 곡이 하루 업로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4월 18%에서 2026년 1월 39%, 4월 44%로 늘었고, 2026년 6월 처음으로 50%를 넘었습니다(하루 약 9만 곡). 그런데 실제 청취에서 AI 곡이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불과합니다. 2025년 AI 곡 재생의 최대 85%는 부정 재생이었습니다.
  • 그래도 버는 사람은 늘었다: 스포티파이의 2026년 보고서에 따르면, 한 해 10만 달러 이상을 번 아티스트는 2015년 7,800명에서 2025년 1만 3,800명으로 늘었습니다. 10만 번째 순위 아티스트의 수입도 약 350달러에서 7,300달러가 됐습니다.
  • 인디 게임: 스팀에는 2025년 한 해에만 1만 9,468개의 게임이 출시됐는데, 그중 48.6%는 리뷰가 10개도 안 됐습니다.

갈림길의 이정표 — 왼쪽은 음반을 찍어 내는 공장 '이윤의 경제', 오른쪽은 차고의 인디 밴드 '숨은 경제'크게 보기

1927년 유성영화가 나오자 3년 만에 극장 악사 일자리 2만 2천 개가 사라졌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음악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연주는 생계에서 점점 '하고 싶은 일'이 됐습니다. 몬드가 그리는 미래는 이것이 모든 분야로 번지는 모습입니다.

숨은 경제

우리는 완전한 '숨은 경제' 를 갖게 될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자신의 열정 프로젝트에 매달리고, 그 자체를 위해, 동료들의 인정을 위해 무언가를 만드는 경제. 진짜 보상 없이, 개인적인 생각과 분위기와 비전을 표현하기 위해 하는 일. AI 사용이 언제 괜찮고 언제 아닌지에 대해 각자의 선을 그으면서.

이 숨은 경제의 싹은 이미 보입니다. 미국 작가조합의 '인간 저작(Human Authored)' 인증, 아이하트미디어의 '인간 보증(Guaranteed Human)' 라벨, 2026년 베를린영화제에서 선보인 'AI 미사용' 라벨, AI 생성 곡이 있는 아티스트는 받을 수 없는 스포티파이의 인증 배지까지. 2025년 입소스 조사에서 미국인의 약 75%는 뉴스와 엔터테인먼트를 사람이 만들기를 원한다고 답했습니다. 과학 유튜브 채널 쿠르츠게작트는 2025년 10월 「AI 슬롭이 인터넷을 파괴하고 있다」는 영상에서 자기 채널의 영상은 계속 사람이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모든 사람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이 분화는 모두에게 영향을 줄 것이다. 삶의 모든 취미 활동마다 결정해야 한다. 당신은 '결과'에 관심이 있는가, 아니면 직접 하는 것, 그 단계를 거치고, 배우고, 서툴게 하는 것에 관심이 있는가?

그냥 뭔가를 먹고 싶은가, 아니면 요리하는 법을 알고 싶은가?

4컷 웹툰 — 배달 앱으로 완벽한 음식을 받아 무표정하게 먹다가, 부엌에서 서툴게 요리해 친구와 웃으며 먹는다 "내가 만들었어!"크게 보기

몬드는 이 선 긋기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다고 말합니다. 「엘든 링」 같은 게임을 스포일러 없이, 공략을 찾아보지 않고 하겠다고 결심할 때, 우리는 이미 '정답을 아는 것'보다 '직접 헤매는 경험'을 고르고 있다는 거죠. AI 없이 살라는 요구는 비현실적입니다. 경제의 나머지가 AI로 돌아갈 테니까요. 대신 어디에 선을 그을지는 각자가 정해야 합니다.

당신의 선은 어디에 있나요?

원문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습니다.

고기 대리인(meat proxy)이 되지 마라. 피드를 끝없이 넘기는 앱에 갇히지 마라. 그리고 속이지 마라(체스에서든, 글쓰기에서든, 다른 무엇에서든).


11부. 이 글이 놓친 것들 — 반론과 한계

몬드 스스로 이 글을 '스케치'라고 불렀습니다. 공정한 읽기를 위해 반론도 함께 보겠습니다.

①
"아직 경제 전체의 대체는 없다"
원문이 인용한 스탠퍼드 논문의 첫 번째 사실이 바로 "경제 전체에 걸친 일자리 대체의 증거는 없다"입니다. 앤트로픽의 2026년 3월 연구도 AI 고노출 직업의 22~25세 취업률이 2022년보다 약 14% 낮지만 통계적으로 겨우 유의한 수준이고, 실업률의 체계적 증가는 없다고 봤습니다. 저자들은 학력을 통제하면 패턴이 약해진다고도 적었습니다.
②
"AI만의 탓이 아니다"
한국은행도 청년 고용 위축을 AI만의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적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업종 조정, 경력직 선호, 수시 채용 확산이 함께 작용했습니다. 스탠퍼드 논문도 일부 격차는 생성형 AI 이전부터 있었다고 인정합니다.
③
"되돌아온 회사들"
클라르나는 AI 상담으로 품질이 떨어지자 사람을 다시 뽑았습니다. IBM은 HR 업무 수백 개를 AI로 대체했지만 전체 인원은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마진 논리는 강하지만, 품질 손실이 눈에 보이는 순간 계산은 뒤집힐 수 있습니다.

그 밖에 짚어 볼 만한 반론들입니다.

  • 제번스의 역설: ATM이 창구 직원을 늘린 것처럼, 지능이 싸지면 지능을 쓰는 새로운 일이 폭발적으로 생길 수 있습니다. 원문은 이 가능성을 거의 다루지 않습니다. 다만 몬드의 '상전이' 논리는, 새로 생기는 일마저 AI가 가장 먼저 해낼 것이라는 반론을 품고 있습니다.
  • AI가 늘 빠르게 만들지는 않는다: METR의 2025년 무작위 대조 실험에서 숙련 오픈소스 개발자들은 AI를 쓸 때 오히려 19% 느려졌습니다. 정작 본인들은 20% 빨라졌다고 믿었습니다. 2026년 후속 연구는 개발자들이 AI 없이 하기 싫은 과제를 거절하는 바람에 "매우 약한 증거"밖에 얻지 못했다고 밝혔고, 2026년 초에는 속도 향상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 '지능'이 아니라 '기술': 로브스터스 토론에서 한 댓글은 "상품이 된 지능"보다 "상품이 된 기술(commodified skill)", 즉 "모든 기술이 너무 싸져서 값을 매길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제안했습니다. 다른 댓글은 허깅페이스 사건이 앵무새론을 반박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없다, 확률적 앵무새 떼일 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몬드는 비판자들에게 이렇게 되물었습니다. "적어도 일부 인간은 통과하고 LLM은 실패하는 '지능' 테스트를 하나 줄 수 있나요?"
  • 거품도 꺼질 수 있다: 한 댓글은 AI 거품이 꺼지는 것과 지능이 상품이 되는 것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가격이 곤두박질치는 상품 시장에서는 공급자들이 망하기 쉽습니다. 이 둘은 서로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12부. 2026년, 이 글의 자리

세 개의 층위에서 읽기

몬드의 글을 2026년 9월의 맥락에 놓으면, 세 개의 층위가 겹쳐 보입니다.

개인의 층위
대체 가능성은 임금보다 먼저 '의미'를 갉아먹는다. 무엇을 직접 할지 선을 긋는 것은 이제 모두의 일이다.
조직의 층위
신입 채용을 줄이면 당장 마진은 좋아지지만, 10년 뒤의 숙련자가 사라진다. 경력사다리의 아래 칸을 누가 지킬 것인가.
사회의 층위
금고가 시민의 노동이 아니라 데이터센터에서 채워질 때, 시민이 가진 지렛대를 무엇으로 대신할 것인가.

조직에게: 사다리의 아래 칸

AI를 도입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이 글이 던지는 가장 실용적인 질문은 "신입을 어떻게 할 것인가" 입니다. 이데일리와 인크루트가 2026년 6월 기업 206곳을 조사했을 때, AI를 도입한 기업의 31.6%가 채용을 줄일 계획이었고, 그중 60%는 인턴과 신입부터 줄이겠다고 답했습니다.

이 선택은 개별 기업에게는 합리적입니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같은 선택을 하면, 5부에서 본 것처럼 암묵지를 쌓을 사다리 자체가 사라집니다. 전화 교환원의 시대에는 신입이 옮겨 갈 '다른 사무직'이 늘어나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 사무직이 자동화의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AI를 신입의 자리를 대신하는 데 쓸지, 신입이 더 빨리 배우도록 돕는 데 쓸지는 기술이 아니라 설계의 선택입니다. 브리뇰프슨이 말한 '튜링의 함정'을 피하는 길도, 닥터로우가 말한 켄타우로스와 역켄타우로스의 갈림길도 결국 여기에 있습니다.

개인에게: 두 가지 논거를 구분하기

3부에서 몬드가 구분한 두 논거를 다시 떠올려 보면, 개인에게 주는 실용적인 조언도 보입니다.

  • '품질' 논거에 기대는 전략은 점점 위험해집니다. "내가 AI보다 잘하니까 괜찮다"는 AI가 좋아질수록 시한부가 됩니다.
  • '나 자신' 논거는 AI가 아무리 좋아져도 무너지지 않습니다. 직접 해야 배울 수 있고, 배워야 판단할 수 있으며, 판단할 수 있어야 AI의 결과물을 검토하고 책임질 수 있습니다.

이 두 번째 논거는 역설적으로 가장 실용적이기도 합니다. 5부의 숙련자들이 버티는 이유가 바로 직접 해 본 사람만 가진 암묵지였으니까요.

사회에게: 지렛대를 무엇으로 대신할까

가장 어려운 질문은 6부와 8부에 있습니다. 노동의 가치가 떨어질 때, 시민의 지렛대를 무엇으로 대신할 것인가. 몬드는 연산 자원에 연동된 기본소득을 제안하면서도 그 약점을 인정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합의된 답은 아직 없습니다. 다만 2026년 9월, 필즈상 수상자들이 공개 서한을 쓰고, 한국은행이 경력사다리를 걱정하고, 스탠퍼드가 카나리아를 세고, AI 기업 CEO가 속도 조절을 말하는 풍경은, 적어도 이 질문이 이제 주변부의 걱정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줍니다.


맺으며: 곡물 엘리베이터 앞에서

처음의 곡물 엘리베이터 사진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1856년 시카고에서 밀이 등급을 얻던 날, 농부들은 더 넓은 시장을 얻었습니다. 자기 밀을 들고 도시까지 가서 흥정할 필요 없이, 동네 엘리베이터에 맡기고 영수증만 받으면 됐습니다. 상품화는 분명 효율적이었고, 수많은 사람을 먹여 살렸습니다. 대신 농부의 이름은 밀에서 지워졌습니다.

몬드의 글은 우리의 지능에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효율적일 것이고, 많은 문제를 풀 것입니다. 동시에 우리의 이름이 우리의 일에서 지워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름과 함께, 일에 붙어 있던 이야기와 지렛대도 지워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무엇일까요? 몬드의 대답은 의외로 소박합니다. 공원에서 체스를 두는 사람들, 스포일러 없이 게임을 하는 사람들, 서툴게 요리해서 친구와 나눠 먹는 사람들.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고른 사람들입니다. 시장은 그 선택에 값을 매기지 않을 것입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 선택은 상품이 될 수 없습니다.

기술이 우리의 주의력과 중독을 착취하도록 진화한 세계에서, 어딘가에 선을 긋고, 깊이 집중할 시간을 갖고, 자기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당신의 산은 어디에 있나요?


참고 자료

원문과 토론

원문이 인용한 자료

역사와 경제학

AI와 생산성

한국 자료

2026년 현황

체스와 바둑

기본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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