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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유능한데 왜 조직은 느려지는가 — 점균류 조직론과 참여 확률의 곱셈 (조정의 역풍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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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유능한데 왜 조직은 느려지는가 — 점균류 조직론과 참여 확률의 곱셈 (조정의 역풍 1편)

빠르게 움직이던 회사가 어느 날부터 간단한 일에도 몇 주가 걸린다. 게으른 사람도, 무능한 사람도 없는데 그렇다. Alex Komoroske의 171장 슬라이드 「Coordination Headwind」는 이 현상을 점균류와 새떼, 그리고 곱셈 한 줄로 설명한다. 모두가 99% 확률로 제때 기여해도 열 명이 필요하면 성공률은 90%, 각자 다른 일이 쌓여 95%로만 내려가도 60%로 무너진다. 5편 시리즈의 첫 편에서 '조정의 역풍'이 무엇이고 왜 아무도 만들지 않았는데 생기는지, 인터랙티브 시뮬레이터 3종과 함께 짚는다.

코어닷투데이2026-09-0727

들어가며 — 예전엔 하루면 됐던 일

조정의 역풍크게 보기

부산의 한 AI 스타트업에서 들은 이야기다. 창업 첫해에는 고객사에서 "이 화면에 필터 하나만 더 넣어 주세요"라는 요청이 오면 그날 저녁에 배포했다. 세 명이 한 방에 앉아 있었고, 누가 무엇을 아는지 서로 알았다. 3년이 지나 인원이 마흔 명이 된 지금, 같은 요청은 평균 3주가 걸린다. 디자인 검토, 데이터팀 확인, 보안 점검, 릴리즈 일정 조율. 그 사이 누구도 게으르지 않았다. 오히려 다들 예전보다 바쁘다.

그리고 회의실에서는 이런 말이 나온다. "데이터팀이 병목이다." "기획이 자꾸 바뀐다." "예전 팀원들이 더 잘했던 것 같다." 누군가 잘못하고 있다는 확신은 강한데, 정작 그 사람을 찍어내지는 못한다. 모두 열심히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Google 크롬팀과 Stripe에서 오랫동안 플랫폼 전략을 이끌었던 Alex Komoroske는 이 현상을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당신이 상상하는 게 아니다. 성공한 조직 모두에서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일어나는 일이다."〔4장〕 그리고 그 원인을 171장의 슬라이드로 풀어냈다. 제목은 「Coordination Headwind — How Organizations Are Like Slime Molds」, 풀면 「조정의 역풍 — 조직은 어떻게 점균류와 닮았는가」다.

이 시리즈는 그 슬라이드를 다섯 편으로 나눠 읽는다. 원자료의 논리를 따라가되, 한국 조직의 장면으로 옮기고, 수식은 직접 만져 볼 수 있는 시뮬레이터로 바꿨다. 이번 첫 편은 1~57장, 즉 "조정의 역풍이란 무엇이고, 왜 아무도 만들지 않았는데 생기는가"까지다.

🧭
시리즈 목차
1편 (이 글) — 모두 유능한데 왜 느려지는가: 점균류 조직론과 참여 확률의 곱셈
2편 — 불확실성의 터널과 우선순위의 소용돌이
3편 — 관계 마찰과 조직도 거리
4편 — 빙산 아래의 비용과 잘못된 처방
5편 — 같은 달, 작은 도약: 정원사의 리더십

1. 악당은 없다

빨랐던 조직이 역풍을 맞는다크게 보기

Komoroske의 출발점은 우리가 조직 문제를 설명하는 습관 자체를 의심하는 것이다. 일이 느려지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범인을 찾는다. 협조 안 하는 옆 부서,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 관리자, 예전만큼 못하는 나 자신.〔5장〕

그는 단호하게 말한다. "불행히도 악당은 없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어느 한 사람이 고칠 수 있는 일도 아니다."〔6장〕 성공한 조직의 삶을 점점 비참하게 만드는 숨은 힘이 있는데, 그 힘은 보이지 않아서 우리가 못 보거나, 못 본 척한다.〔7장〕

그 힘의 이름이 조정의 역풍(coordination headwind)이다.〔8장〕 중요한 특징 세 가지가 있다.

1
스스로 생겨난다
누가 만든 것도, 의도한 것도 아니다.〔9장〕 조직이 커지고 성공하면 구조와 상호작용에서 자연히 발생한다.
2
보이지 않는다
일이 몇 배로 어려워졌는데 모두 예전만큼 쉬운 척한다.〔10장〕 "필터 하나 추가"라는 말은 3년 전과 같지만, 그 일을 성립시키는 조건은 전혀 다르다.
3
모두 유능해도 생긴다
저자는 의도적으로 가장 강한 가정을 둔다. 모두 열심히 일하고, 모두 자기 일을 잘하고, 모두 극도로 협조적이다.〔26장〕 그래도 나쁜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보여 주겠다는 선언이다.

이 세 번째 특징이 이 시리즈 전체의 핵심 장치다. "사람이 문제"라는 설명을 아예 봉인해 두고 시작하기 때문에, 남는 설명은 시스템밖에 없다. 조직이 작을 때는 개인이 결과를 지배하지만, 커지면 시스템의 구조와 역학이 분석을 지배한다.〔27~28장〕

다만 저자는 29장에서 단서를 붙인다.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말이 개인의 책임을 면제해 주지는 않는다. 당신의 행동에는 결과가 따른다. 시스템을 이해하는 이유는 오히려 자기가 바꿀 수 있는 지점을 정확히 보기 위해서다.

2. 군대와 점균류

상향식과 하향식의 스펙트럼크게 보기

숨은 힘을 이해하려면 "낯선 도구"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예고한다.〔11장〕 그 도구가 복잡계 과학이고, 비유가 점균류다.

조직은 여러 축으로 나눌 수 있지만 여기서 중요한 축은 하나다. 상향식(bottom-up)인가, 하향식(top-down)인가.〔13장〕

하향식의 전형은 군대다. 위계가 엄격하고 형식적이며, 아랫사람은 윗사람이 시킨 것을 정확히 한다.〔14장〕 물론 실제 군대는 이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단서가 붙는다. 상향식의 전형은 점균류다. 독립적인 행위자 여럿이 각자 판단하고, 그 결과로 군체 전체에 복잡한 행동이 나타난다(emerge).〔15장〕

비교상향식 — 점균류에 가까운 조직하향식 — 군대에 가까운 조직
행동의 출발점구성원의 개별 판단위에서 정한 명령과 계획
예측예측 불가, 통제 불가예측 가능, 통제 가능
구성원의 위치개인의 자율기계의 부품
운영 방식유동적, 어수선함구조적, 효율적
충격에 대한 반응회복력 있음취약함
기본 성향탐색(Explore)활용(Exploit)

이 표는 17장의 목록을 옮긴 것이다. 눈여겨볼 점은 어느 쪽에도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섞여 있다는 사실이다. 점균류는 회복력이 있지만 통제가 안 된다. 군대는 효율적이지만 취약하다.

실제 조직은 이 양극 사이 어딘가에 있다.〔18장〕 오래된 산업의 대기업은 오른쪽에, 기술 기업은 왼쪽에, 그중 일부는 훨씬 더 왼쪽에 있다.〔19~20장〕 저자는 이것이 오늘날 기술 산업 문화의 핵심이라고 본다. 모호함 속에서 번성하고, 자율을 보상하고, 빨리 움직이고, 빨리 적응한다. 기술이 즉석 조정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에 가능한 문화이고, 다른 산업들도 점점 이 방식을 따라가려 한다.〔21장〕

그래서 결론은 이렇다. "오늘날 많은 조직은 기본적으로 점균류다."〔22장〕

우리 조직은 어디쯤일까. 아래 여섯 장면에서 가까운 쪽을 골라 보자.

점균류가 도쿄 철도망을 그린 날

점균류가 만든 네트워크크게 보기

저자가 16장에서 잠깐 옆길로 새는 이유가 있다. 점균류는 정말 놀라운 생물이다. 2010년 홋카이도대학 연구진은 도쿄 주변 주요 도시 위치에 귀리 조각을 놓고 그 위에 황색망사점균(Physarum polycephalum)을 풀어놓았다. 점균류는 며칠 만에 먹이들을 잇는 관 네트워크를 만들었는데, 그 모양이 실제 도쿄 철도망과 비교해 효율성, 내결함성, 비용 면에서 비슷한 수준이었다. 중앙에서 설계한 사람은 없었다. 각 지점의 점균류가 국지적으로 관을 굵게 하거나 버리는 결정을 반복했을 뿐이다.

이런 시스템을 복잡 적응계(complex adaptive system)라고 부른다. 생태계, 소프트웨어 생태계, 경제, 정치가 모두 여기에 속한다.〔16장〕 중요한 성질은 하나다. 전체의 행동이 개별 구성원들의 상호작용에서 생겨나며, 각자가 합리적으로 판단했다고 해서 그 합이 합리적이라는 보장은 없다. 이 문장을 기억해 두면 이 시리즈의 나머지 네 편이 모두 그 각주처럼 읽힌다.

3. 규칙 세 개로 새떼가 생긴다

새떼와 세 가지 규칙크게 보기

점균류는 연구하기 어렵다. 본질적으로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복잡한 시스템의 근본 역학은 놀랍도록 적은 수의 규칙으로 잡히는 경우가 많다.〔30장〕

가장 유명한 예가 새떼다. 수천 마리가 한 몸처럼 움직이는 찌르레기 무리는 우두머리가 없다. 1986년 컴퓨터 그래픽 연구자 Craig Reynolds는 개체마다 세 가지 규칙만 주면 화면 위에 새떼가 나타난다는 것을 보였다.〔31장〕

규칙 1
장애물을 피한다. 앞에 있는 것, 너무 가까운 이웃과 부딪히지 않도록 살짝 방향을 튼다.
규칙 2
이웃과 방향을 맞춘다. 자기 주변 몇 마리가 가는 평균 방향으로 조금씩 정렬한다.
규칙 3
무리 중심으로 향한다. 주변 이웃들의 무게중심 쪽으로 약하게 끌린다.

아래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각 점은 자기 주변만 본다. 전체 그림을 아는 개체는 하나도 없다. 그런데 규칙을 셋 다 켜면 무리가 생기고, 하나씩 꺼 보면 무리가 어떤 식으로 무너지는지 보인다.

이 시뮬레이션을 조직으로 옮기면 흥미로운 대응이 보인다. 방향 맞추기를 끄면 개체들은 뭉치지만 제자리에서 빙빙 돈다. 팀은 있는데 공유된 전략이 없는 조직의 모습이다. 중심 지향을 끄면 같은 방향을 보지만 흩어진다. 목표는 공유하는데 협업 밀도가 없는 상태다. 이 대응은 5편에서 "loosely coupled, tightly aligned"라는 이름으로 다시 돌아온다.

저자가 이 예를 든 이유는 방법론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복잡계를 이해하는 유용한 도구가 행위자 기반 모형(agent-based model)이다. 행위자가 마주하는 핵심 결정 몇 개를 포착하는 모형을 만들면, 엄밀한 직관이 생긴다.〔32장〕 그리고 그는 말한다. "모형을 하나 만들어 보자."

4. Amber와 Brandon의 프로젝트

두 개의 열쇠를 동시에 돌려야 열리는 상자크게 보기

Amber와 Brandon이라는 두 사람이 한 조직 안에서 프로젝트를 한다.〔33장〕 모형은 극단적으로 단순하다.

  • 프로젝트는 성공하거나 실패한다. 중간은 없다.〔34장〕
  • 성공하면 가치가 생긴다. 상자 크기로 표현한다.〔35장〕
  • 성공하려면 두 사람이 각자 필요한 노력을, 필요한 시점에 투입해야 한다. 잘못된 시점에 투입한 노력은 투입하지 않은 것과 같다.〔36장〕
  • 필요한 노력의 양은 사람마다 다르다. 기술과 과제에 따라 달라진다.〔37장〕
  • 둘 다 투입해야만 성공한다.〔38장〕

여기서 첫 번째로 눈여겨볼 조건이 "시점"이다. 두 사람이 모두 의지가 있어도, Amber가 준비됐을 때 Brandon이 다른 일에 묶여 있으면 프로젝트는 진행되지 않는다. 열쇠 두 개를 동시에 돌려야 열리는 상자와 같다.

두 사람이 들여야 하는 노력의 합은 만들어질 가치보다 훨씬 작다. 고민할 것도 없는 프로젝트다.〔40장〕 그래서 둘은 노력을 투입하고, 가치가 열리고, 모두가 이긴다.〔41장〕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다. 문제는 다음 한 줄에서 시작한다.

5. 99%가 열 번 곱해지면

열 명이 각자 99%크게 보기

"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사람이 노력을 투입할 확률이 100%는 아니다."〔42장〕

누가 그날 아팠을 수도 있다.〔43장〕 결정적인 순간에 정전이 났을 수도 있다.〔44장〕 이유는 얼마든지 있다. 미래는 근본적으로 불확실하다.〔45장〕 그래서 "확실히 투입한다"가 아니라 "높은 확률로 투입한다"가 현실이다.〔46~47장〕

프로젝트는 Amber와 Brandon이 모두 제때 노력을 투입해야만 성공한다.〔48장〕 두 사람이 각각 99% 확률로 투입한다면, 전체 성공 확률은 0.99 × 0.99 = 98%다. 나쁘지 않다.〔49장〕

필수 참여자를 한 명 더 넣으면 97%다. 방향은 안 좋지만 세상이 끝나는 건 아니다.〔50~51장〕 그런데 실제 프로젝트에는 훨씬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52장〕 열 명이 각자 99%면?

98%
2명, 각자 99% 〔49장〕
97%
3명, 각자 99% 〔51장〕
90%
10명, 각자 99% 〔53장〕
60%
10명, 각자 95% 〔57장〕

"모두가 여전히 극도로 높은 확률로 기여하는데도, 팀이 커지면 전체 성공 가능성은 선형보다 빠르게 떨어진다. 이런."〔53장〕

여기에 복잡함이 하나 더 얹힌다.〔54장〕 지금까지는 모두에게 프로젝트가 하나였다. 그런데 고성과 조직에서는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 여러 개다.

한 사람에게 프로젝트가 여럿크게 보기

유능한 사람에게는 유능하기 때문에 중요한 일이 몰린다. 그러면 특정 프로젝트에 기여할 확률은 훨씬 낮아진다.〔55~56장〕 저자의 표현이 정확하다. "다른 무언가가 정당하게 더 높은 우선순위일 가능성이 더 크다." 게을러서가 아니다. 그 사람이 올바른 판단을 했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가 밀린 것이다.

그리고 그 비선형성 덕분에, 개인 확률의 작은 하락이 전체 성공 확률의 훨씬 큰 하락으로 번진다. 열 명이 각자 99%가 아니라 95%로만 내려가면 성공 확률은 60%다.〔57장〕 0.95를 열 번 곱하면 정확히는 0.5987이다.

수식으로 쓰면 이렇게 단순하다. 필수 참여자 i가 제때 기여할 확률을 pi라 하면, 모두가 기여할 확률은 다음과 같다.

P=p1×p2××pn=i=1npiP = p_1 \times p_2 \times \cdots \times p_n = \prod_{i=1}^{n} p_i

모두 같은 확률 p라면 pn이다. 아래에서 n과 p를 직접 움직여 보자. 위쪽 프리셋 버튼은 슬라이드의 숫자 그대로다.

이 수식을 읽을 때 조심할 것

이 시뮬레이터는 성과를 예측하는 모형이 아니다. 저자 자신도 "엄밀한 직관을 기르기 위한" 도구라고 소개한다.〔32장〕 두 가지 가정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 두자.

첫째, 독립 가정이다. 각자의 기여가 서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본다. 실제로는 Amber가 빠지면 Brandon도 힘이 빠지고, 반대로 한 사람이 밀어붙이면 다른 사람도 따라오는 상호작용이 있다. 후자는 확률을 곱셈보다 낫게 만들 수도 있지만, 전자는 더 나쁘게 만든다. 2편에서 저자는 후자가 아니라 전자, 즉 서로의 이탈이 서로를 끌어내리는 악순환 쪽을 다룬다.

둘째, "모두 필수" 가정이다. 대체 인력이 있거나 부분 성공이 가능한 프로젝트라면 이렇게 가파르게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인원수 n은 회사 직원 수가 아니라 그 결과를 만드는 데 반드시 기여해야 하는 사람 수다. 마흔 명 회사에서 필터 하나 추가하는 데 n이 8이 됐다면, 그것이 바로 3년 전과 지금의 차이다.

이 두 가정을 받아들이고 나면, 슬라이드의 숫자가 왜 의미 있는지 보인다. 수치 자체가 아니라 형태가 중요하다. 필수 조건이 누적되면 확률은 선형보다 빠르게 무너지고, 개인 확률의 작은 변화가 전체에서 크게 증폭된다.

6. 한국 조직에서 이 곱셈은 어떻게 보이는가

저자의 모형을 우리 주변 장면에 대입해 보자.

장면필수 참여자 n개인 확률을 깎는 것곱셈이 나타나는 방식
고객사 요청으로 관리자 화면에 필터 추가기획, 디자인, 프론트, 백엔드, 데이터, 보안 검토, 릴리즈 담당 — 7명각자 진행 중인 다른 고객사 프로젝트 2~3개누구도 거절하지 않았는데 3주째 "다음 스프린트"
공공기관 AI 도입 실증사업 제안서영업, 기술 리드, 재무, 법무, 파트너사 담당자, 기관 실무자 — 6명제출 마감이라는 고정된 시점, 기관 담당자의 다른 사업한 사람의 하루 지연이 마감 전체를 위협
사내 AI 에이전트 도입 파일럿IT 인프라, 정보보호, 현업 부서장, 노무, 도입 벤더 — 5명"급하지 않은 일"이라는 공통 인식모두 찬성인데 6개월째 시작 못 함
동아리 MT 날짜 정하기전원 참석이 조건이면 n = 인원수각자의 일정12명이 각자 90% 가능한 날 → 전원 가능 확률 28%

마지막 줄은 농담처럼 보이지만 가장 정확한 예다. 열두 명이 각자 90% 확률로 올 수 있는 날에 전원이 모일 확률은 0.912, 약 28%다. 누구도 나쁜 사람이 아닌데 MT 날짜가 정해지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우리는 모두 이 경험이 있다. 그런데 직장에서 같은 일이 일어나면 그때는 사람을 탓한다.

세 번째 줄은 코어닷투데이가 고객사에서 가장 자주 보는 장면이다. AI 도입은 기술 문제이기 전에 조정 문제다. 도입에 필요한 사람 다섯 명 모두 찬성인데, 다섯 명 모두에게 그 일이 "이번 달의 최우선"은 아니다. 각자 95% 확률로 이번 달에 손을 대면, 다섯 명이 이번 달에 모두 손을 댈 확률은 77%다. 석 달 연속으로 그 확률을 통과해야 파일럿이 끝난다면 46%다. 6개월째 시작 못 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라 계산대로 일어나는 일이다.

💡
코어닷투데이의 관점: 우리가 AI 도입 프로젝트를 설계할 때 첫 질문은 "어떤 모델을 쓸까"가 아니라 "이 결과를 만드는 데 반드시 기여해야 하는 사람이 몇 명인가"다. n을 줄일 수 없다면, 시점을 맞춰야 하는 기여를 시점이 자유로운 기여로 바꾼다. 예컨대 정보보호 검토를 프로젝트 중간의 게이트가 아니라 처음에 한 번 통과하는 체크리스트로 바꾸면, 그 사람은 n에서 빠진다. 5편에서 이 원칙을 "조정량을 줄인다"는 이름으로 다시 다룬다.

7. 이번 주에 해볼 일

이 편에서 얻은 도구는 하나다. 곱셈. 거창한 조직 개편 없이 이번 주 안에 할 수 있는 일을 정리한다.

1
느린 일 하나를 고른다. "예전엔 금방 됐는데"라는 말이 붙는 일이면 된다. 사람 이름은 잠시 잊는다.
2
필수 참여자를 센다. 그 사람이 손대지 않으면 결과가 안 나오는 사람만. 검토, 승인, 정보 제공도 포함한다. 그 수가 n이다.
3
각자의 "이번 주 확률"을 솔직하게 적는다. 그 사람이 지금 다른 일을 몇 개 들고 있는지 보면 대략 나온다. 시뮬레이터에 넣어 본다.
4
n에서 뺄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 시점을 맞춰야 하는 기여인가, 시점이 자유로운 기여인가. 후자로 바꿀 수 있으면 그 사람은 곱셈에서 빠진다.
5
계산 결과를 팀에 보여 준다. "누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 프로젝트의 성공 확률이 구조적으로 61%"라는 말은 대화의 온도를 바꾼다.

마치며 — 다음 편 예고

이번 편의 결론은 불편하다. 모두가 유능하고 성실하고 협조적이어도, 필수 참여자가 늘고 각자에게 다른 좋은 일이 많아지면 프로젝트는 확률적으로 미끄러진다. 악당은 없다. 곱셈이 있다.

그런데 아직 절반만 본 것이다. 지금까지는 각자의 확률이 외부 사정(병가, 정전, 다른 우선순위)으로 정해진다고 가정했다. 다음 편에서 저자는 한 걸음 더 들어간다. 프로젝트 자체의 불확실성이 확률을 깎고, 깎인 확률이 다른 사람의 우선순위를 낮추고, 그것이 다시 확률을 깎는 순환이다. 목표까지 가는 길을 터널로, 앞을 막는 불확실성을 바위로 그린 58~84장이 그 이야기다. "스프레드시트 몇 칸 채우는 일인데 왜 몇 주가 걸리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도 거기에 있다.


참고 문헌

  • Komoroske, A. Coordination Headwind — How Organizations Are Like Slime Molds. 171장 슬라이드. komoroske.com/slime-mold. 본문의 〔n장〕 표기는 이 슬라이드의 번호다.
  • Reynolds, C. W. (1987). Flocks, herds and schools: A distributed behavioral model. SIGGRAPH '87, 25–34.
  • Tero, A. et al. (2010). Rules for biologically inspired adaptive network design. Science 327(5964), 439–442. 점균류의 도쿄 철도망 재현 연구.
  • Holland, J. H. (1992). Complex adaptive systems. Daedalus 121(1), 17–30.
  • Miller, J. H. & Page, S. E. (2007). Complex Adaptive Systems: An Introduction to Computational Models of Social Life. Princeton University Press.

본문의 삽화와 인터랙티브 시뮬레이터는 코어닷투데이가 제작했습니다. 원자료 슬라이드의 이미지는 사용하지 않았으며, 슬라이드 내용은 저자의 공개 자료를 인용·요약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