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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일만 잘하면 된다는 거짓말 — 전 아마존 VP가 털어놓은 '사내 정치의 어두운 면', 그리고 그 뒤의 50년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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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일만 잘하면 된다는 거짓말 — 전 아마존 VP가 털어놓은 '사내 정치의 어두운 면', 그리고 그 뒤의 50년 연구

2026년 9월 말, 15년 동안 Amazon에서 VP까지 오른 이선 에반스가 3시간짜리 인터뷰에서 '성과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습니다. 먼저 말하는 사람이 공을 가져가고, HR은 신뢰받는 관리자 편이며, 모두가 좋아하는 평범한 직원은 자르기 어렵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불편하지만 낯설지는 않은 이 이야기는 사실 50년 동안 조직심리학이 숫자로 확인해 온 결론과 거의 정확히 겹칩니다. 마키아벨리에서 민츠버그의 13가지 정치 게임, 부부의 집안일 기여도 합이 103%가 되는 이유, '유능한 밉상'이 조용히 밀려나는 메커니즘, 우버와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이 겪은 평가 제도의 실패, 한국 직장인의 96%가 '있다'고 답한 사내 정치, 그리고 중간관리자가 사라지는 2026년에 이 기술이 더 중요해지는 이유까지. 왜 옳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지, 그리고 그 현실에 '지지하지 않으면서 대응하는' 법을 끝까지 따라갑니다.

코어닷투데이2026-10-0781분

일만 잘하면 된다는 거짓말 — 어두운 사무실 한쪽에서 묵묵히 일을 끝내는 엔지니어와, 스포트라이트 아래 마이크를 잡고 '출시 완료!'를 발표하는 동료크게 보기

들어가며: 3시간짜리 불편한 인터뷰

2026년 9월 28일, 개발자 팟캐스트 The Peterman Pod에 3시간 8분짜리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제목은 "Amazon VP: 사내 정치에 관한 질문들, 그런데 점점 어두워지는". 손님은 이선 에반스(Ethan Evans). 2005년 Amazon에 들어가 2020년 VP로 은퇴할 때까지 Amazon 앱스토어, Prime Video, Merch by Amazon, Twitch Prime을 만들었고, 800명이 넘는 조직을 이끈 사람입니다. 지금은 뉴스레터 「Level Up」을 쓰며 8만 5천 명 넘는 구독자에게 승진과 경력 이야기를 합니다.

이 영상을 정리한 글이 10월 초 GeekNews에 올라오자 댓글은 길지 않았지만 반응은 분명했습니다. 한 독자는 "AI 도구를 모르거나 거부해서는 안 되지만, 사용법을 따라잡는 데 모든 시간을 쓰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는 말이 공감된다"고 썼습니다. 영상의 핵심 주장은 한 문장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일을 잘하는 것과 그 기여를 인정받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이 말이 불편한 이유는 틀려서가 아니라 맞아서입니다. 많은 엔지니어가 "정치는 더럽고, 나는 실력으로 승부한다"고 믿으며 경력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몇 년 뒤, 자기보다 덜 일한 것 같은 동료가 먼저 승진하는 것을 보며 처음으로 그 믿음을 의심합니다. 에반스는 그 의심이 옳다고 말합니다. 다만 그는 "그러니 정치를 하라"고 하지 않습니다. 정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고, 그 안에서 자기와 주변 사람을 지키는 선택을 하라고 합니다.

이 글은 그 인터뷰를 출발점으로 삼되, 거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에반스가 경험으로 말한 것들이 사실은 지난 50년 동안 조직심리학과 경제학이 실험과 데이터로 확인해 온 결론이기 때문입니다. 1532년의 마키아벨리에서 2009년의 메타분석까지, 1985년 애플 이사회에서 2017년 우버의 HR 사무실까지, 그리고 중간관리자가 사라지는 2026년까지 따라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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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요약.
· 사내 정치는 성격이 나쁜 사람들의 일탈이 아니라 희소성·상호의존·불확실성이 있는 모든 조직에서 구조적으로 생기는 현상입니다(Pfeffer, Mintzberg).
· "먼저 말하는 사람이 공을 가져간다"는 것은 악의가 아니라 기억의 편향입니다. 부부에게 집안일 기여도를 물으면 합이 103%가 됩니다(Ross & Sicoly 1979).
· 140개 연구를 모은 메타분석에서 정치 지식·기술은 학력과 같은 크기로 연봉을 예측했습니다(ρ=.29). 성실성은 거의 예측하지 못했습니다(.07).
· 다만 "자기 성과를 대놓고 부각하는 전술"은 역효과였습니다. 통한 것은 관계였습니다(Judge & Bretz 1994).
· 정치가 심하다고 느끼는 조직은 만족(−.57)과 몰입(−.54)이 무너지고 사람이 떠납니다(Chang 등 2009).
· 한국 직장인의 96.2%가 사내 정치가 있다고 답했고, 평가를 불신하는 이유 1위가 사내 정치(58.8%)였습니다. 2026년 조사에서는 경력직 40%가 "연봉 30%를 더 줘도 정치 우선 회사는 피하겠다"고 했습니다.
· 2024~2026년 빅테크는 관리자 층을 걷어냈습니다. 관리자 한 명이 더 많은 사람을 맡을수록 당신의 일을 직접 볼 시간은 줄어들고,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기록과 보고입니다.

1부. 500년 된 이름: '정치'는 어디서 왔나

마키아벨리가 현대 스타트업 회의실에 앉아 조직도를 보고 있고, 화이트보드에는 '희소성', '상호의존', '불확실성'이 적혀 있다크게 보기

군주론에서 설문지까지

"사내 정치"라는 말에는 늘 마키아벨리의 그림자가 있습니다.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1513년에 『군주론』을 썼고, 책은 그가 죽은 뒤인 1532년에 출간됐습니다. 권력을 어떻게 얻고 지키는가를 도덕이 아니라 효과의 관점에서 다룬 최초의 텍스트입니다. 그 뒤 450년 동안 '마키아벨리적'이라는 말은 욕이었습니다.

그 욕이 측정 가능한 변수가 된 것은 1970년입니다. 심리학자 리처드 크리스티와 플로렌스 가이스가 『마키아벨리즘 연구』에서 20문항짜리 Mach-IV 척도를 만들었습니다. "사람을 다루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 주는 것이다" 같은 문장에 얼마나 동의하는지 묻는 설문입니다. 이때부터 '정치적인 사람'은 성격 특성으로 연구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진짜 전환은 1980년대에 왔습니다. 연구자들이 질문을 바꿨기 때문입니다. "누가 정치적인가"에서 "왜 조직에는 반드시 정치가 생기는가"로.

페퍼: 정치는 구조에서 나온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제프리 페퍼(Jeffrey Pfeffer)는 1981년 『조직 속의 권력』에서 권력을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일이 되게 하는 능력"으로 정의하고, 그것이 개인의 성격이 아니라 구조의 산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분업이 있는 조직에서는 핵심 과업을 쥔 부서, 불확실성을 흡수하는 부서, 희소한 자원을 통제하는 부서가 권력을 갖습니다. 그리고 그 권력이 정당하다고 받아들여지면 '권위'라는 이름을 얻습니다.

페퍼의 논리에서 정치가 생기는 조건은 네 가지입니다.

① 희소성승진 자리, 예산, 좋은 프로젝트, 상사의 관심은 모두 유한합니다. 모두에게 돌아가지 않는 것이 있으면 누가 받을지를 두고 다툼이 생깁니다.
② 상호의존내 결과가 다른 팀의 협조에 달려 있으면, 나는 그들에게 영향을 미쳐야 합니다. 공식 권한이 없는 상대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행동이 '정치'의 영역입니다.
③ 목표의 이질성영업은 매출을, 개발은 안정성을, 재무는 비용을 봅니다. 모두가 같은 것을 원하면 정치는 필요 없습니다. 조직은 그렇게 생기지 않았습니다.
④ 불확실성과 주관성누가 더 잘했는지를 측정할 객관적 자가 없을 때, 결정은 판단으로 채워집니다. 판단은 인상·기억·관계의 영향을 받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일만 잘하면 된다"가 무너집니다.

에반스가 말한 거의 모든 상황이 이 네 조건 안에 있습니다. 승진 자리는 희소하고, 출시는 PM과 엔지니어의 상호의존 위에 있으며, 관리자와 팀원의 목표는 다르고, 연말 평가는 "시험처럼 모든 코드와 작업 기록을 다시 채점하지" 않습니다.

페퍼는 2022년 『권력의 7가지 법칙』에서 한 걸음 더 나갔습니다. 권력은 선악이 아니라 도구이고, 권력 없이는 좋은 일도 할 수 없으니 권력을 얻는 법을 배우는 것은 관리자의 책무라는 주장입니다. 일곱 번째 법칙은 특히 냉소적입니다. "일단 권력을 얻으면, 얻는 과정은 용서되거나 잊힌다."

민츠버그: 조직은 정치의 무대다

같은 시기 맥길대학교의 헨리 민츠버그(Henry Mintzberg)는 다른 각도에서 접근했습니다. 1983년 『조직 안팎의 권력』과 1985년 논문 「정치 무대로서의 조직」에서 그는 정치를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권위·이데올로기·전문성이라는 '정당한' 영향 체계 바깥에서 작동하는 비공식적이고 분열적인 영향력. 쉽게 말해, 직함으로도 신념으로도 실력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모든 영향력입니다.

민츠버그의 공헌은 그 영향력을 13가지 게임으로 분류한 것입니다. 에반스의 인터뷰를 그 분류에 올려놓으면 놀라울 만큼 잘 맞습니다.

민츠버그의 게임 (1983)무엇을 노리는가에반스 인터뷰의 장면
제국 건설 (empire building)관리자가 자기 조직의 인원·예산을 키워 힘을 얻는 게임앱스토어 출시 뒤 마케팅 인원 증원을 요청했다가 베조스에게 "2~3명 단위로 쪼개서 다시 가져오라"는 말을 들은 일. 에반스는 "당시에는 권력을 늘리는 행동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회고합니다.
후원 (sponsorship)윗사람에게 붙어 그의 보호와 추천을 얻는 게임"관리자가 최종 승진을 보장하지 못하는 것과 적극적으로 추천할 의사가 없는 것은 다르다." 상급자가 VP 승진을 위해 "평판을 걸고" 노력하겠다고 한 일.
전문성 (expertise)자기만 아는 지식을 과시하거나 독점해 대체 불가능해지는 게임"핵심 시스템을 유일하게 아는 직원은 보호받지만, 함께 일하기 불편하면 조직은 의존성을 줄일 방법을 찾는다."
예산 (budgeting)자원을 실제 필요보다 많이 확보하는 게임"대규모 채용 여력을 확보하되 일부만 채용하고 성과를 확인한 뒤 충원", "다른 팀이 쓰지 못한 채용 여력도 요청".
라이벌 진영 (rival camps)두 세력이 조직을 갈라 싸우는 게임"조직 전체가 이런 경쟁에 매몰돼 있다면, 더 능숙하게 싸우기보다 자신의 강점이 통하는 환경으로 이동하라."
전략적 후보 (strategic candidates)자기가 미는 프로젝트·사람을 조직의 선택지로 밀어 넣는 게임실패한 가설에서 출발한 Merch by Amazon을 독립 인쇄 사업으로 살려 낸 일. "다른 관리자에게는 교묘한 자원 확보로 보일 수도 있다."
내부고발 (whistle-blowing)내부 정보를 외부나 상부에 알려 판을 바꾸는 게임HR에 "먼저 전달한 쪽이 초기 해석의 틀을 만든다."

민츠버그가 중요하게 지적한 것은 정치에 순기능도 있다는 점입니다. 공식 통로가 막힌 변화를 우회시키고, 실제로 강한 사람이 리더가 되게 하며, 토론을 강제합니다. 그가 경고한 것은 정치 자체가 아니라 갈등이 강하고 전면적이어서 조직이 일을 못 하게 되는 '완전한 정치 무대'였습니다.

페리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정치적이라고 느끼는가'

1989년 제럴드 페리스(Gerald Ferris)와 동료들은 또 한 번 질문을 바꿨습니다. 조직이 실제로 얼마나 정치적인지는 측정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구성원이 얼마나 정치적이라고 지각하는지는 물을 수 있습니다. 그들은 1991년에 12문항짜리 '조직 정치 지각 척도(POPS)'를 만들었습니다. 세 요인은 지금 읽어도 생생합니다. 일반적 정치 행동, "따라가야 출세한다(go along to get ahead)", 그리고 보상·승진 정책.

이 척도가 만들어진 뒤 20년 동안 수백 개의 연구가 쌓였고, 2009년 창(Chang)·로젠(Rosen)·레비(Levy)가 그것을 한데 모았습니다. 결과는 아래 위젯의 첫 번째 탭에 있습니다. 미리 말하면, 정치를 심하게 느끼는 직원은 회사를 덜 좋아하고(−.57), 마음을 덜 붙이고(−.54), 더 긴장하고(.48), 더 떠나려 합니다(.43). 성과 자체는 상대적으로 덜 깎입니다(−.20). 그래서 조직은 문제를 늦게 알아챕니다.


2부. 왜 성과만으로는 부족한가: 머릿속의 과학

103%의 부부

1979년 캐나다 워털루대학교의 마이클 로스(Michael Ross)와 피오레 시콜리(Fiore Sicoly)는 부부들에게 간단한 질문을 했습니다. 아침 식사 준비, 설거지, 장보기, 육아, 돈 쓰는 결정 같은 20가지 집안일에 대해, 당신이 책임지는 비율이 몇 퍼센트입니까? 남편과 아내에게 따로 물었습니다.

두 사람의 답을 더하면 100%가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평균 103%가 나왔습니다. 몇 퍼센트 차이가 뭐 그리 대단하냐고 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방향이 한결같았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발견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둘 사이에 다툼을 일으키기" 같은 부정적인 항목에서도 사람들은 자기 몫을 더 크게 잡았습니다. 자기를 좋게 보이려는 미화였다면 나쁜 일은 남 탓으로 돌렸어야 합니다.

두 동료가 각자 머릿속 파이차트로 '내가 70%', '내가 65%'를 떠올리고, 계산기에는 '70 + 65 = 135%'가 뜬다크게 보기

로스와 시콜리의 설명은 '가용성(availability)'이었습니다. 내가 한 일은 내가 직접 겪었으니 기억에서 더 잘 떠오릅니다. 남이 한 일은 결과만 봤으니 흐릿합니다. 그래서 공동 작업의 기여를 따질 때 모두가 자기 몫을 실제보다 크게 느낍니다. 토론 그룹에서도, 농구팀에서도, 실험실의 공동 과제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것이 에반스의 첫 번째 관찰을 설명합니다.

"협업 성과는 먼저 알리는 사람에게 공이 돌아가기 쉽다."

PM이 출시를 발표하면 PM의 머릿속에서 그 출시는 '내가 한 일'입니다. 엔지니어의 머릿속에서도 '내가 한 일'입니다. 둘 다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듣는 사람, 즉 관리자의 머릿속에는 먼저 들어온 이야기가 틀을 만듭니다. 두 번째로 들어온 이야기는 그 틀에 끼워 맞춰집니다. 그래서 에반스는 "다른 사람이 먼저 발표했다면 자신이 해결한 문제와 기술적 기여를 덧붙이라"고 합니다. 과장하라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머릿속 파이차트에 빠져 있는 조각을 채우라는 것입니다.

평가는 시험이 아니다

여기에 한 가지 조건이 더 붙습니다. 관리자의 기억은 유한하고, 관리자는 당신 한 사람만 보지 않습니다.

위 모형의 숫자는 가정이지만 구조는 현실입니다. 관리자가 맡은 사람이 많을수록, 1:1이 드물수록, 당신이 결과를 알리지 않을수록, 연말에 관리자가 떠올릴 수 있는 당신의 성과는 줄어듭니다. 그 빈자리는 비어 있지 않습니다. 인상으로 채워집니다. 그리고 인상은 최근에 본 것, 자주 들은 이름, 회의에서 말한 사람 쪽으로 기웁니다.

이것을 가장 아프게 겪은 사람 중 하나가 구글의 엔지니어였던 타냐 라일리(Tanya Reilly)입니다. 2018년 「Being Glue(접착제가 되는 것)」라는 발표에서 그녀는 2년 동안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승진 심사에서 "기술적 기여가 없다"며 "프로젝트 매니저가 되는 게 어떠냐"는 말을 들은 경험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녀가 한 일은 온보딩, 멘토링, 막힌 동료 풀어 주기, 설계 리뷰, 문서화, 팀 간 조율이었습니다. 팀이 돌아가게 만드는 일이었지만 누구의 머릿속에도 '그녀의 성과'로 저장되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라일리의 결론은 서글픕니다. "우리는 좋은 엔지니어가 우리에게 필요한 다른 기술도 잘한다는 이유로 그들을 잃는다."

4컷 웹툰: 새벽 3시 혼자 장애를 복구한 개발자, 다음 날 회의에서 '장애 대응 성공!'을 발표하는 동료, 연말 평가에서 동료 이름만 적힌 관리자의 노트, 그리고 '승진: B'라는 메일크게 보기

『Staff Engineer』의 저자 윌 라슨(Will Larson)은 스태프 엔지니어 가이드에서 같은 말을 덜 서글프게 합니다. "리더십은 자기가 모르는 일을 하는 사람을 지지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면서 균형도 잊지 않습니다. "가시성은 일시적인 통화다. 배우고 성장하는 것은 영구적인 통화다. 가시성의 절벽을 넘을 만큼만 확보한 뒤에는 후자에 집중하라."

숫자로 보면: 무엇이 연봉을 올리나

경험담은 여기까지 하고, 데이터를 보겠습니다. 2005년 토머스 응(Thomas Ng)과 동료들은 경력 성공을 다룬 약 140개 연구를 메타분석했습니다. 아래 위젯의 두 번째 탭이 그 결과입니다.

연봉을 가장 잘 예측한 것은 학력(.29), 경력 연수(.27), 인지 능력(.27) 같은 인적 자본이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정치 지식·기술이 학력과 정확히 같은 크기(.29)로 나란히 섰다는 점입니다. 표본이 작아서(연구 5개, 1,261명) 단서가 붙지만, 방향은 분명합니다. 반면 성실성은 .07, 상사의 지원은 .05였습니다. 성실하고 상사가 잘 대해 준다고 연봉이 오르지는 않습니다. 상사의 지원이 키우는 것은 연봉이 아니라 '경력 만족'(.46)이었습니다.

세 번째 탭은 1994년 티머시 저지(Timothy Judge)와 로버트 브레츠(Robert Bretz)의 연구입니다. 노사관계 전공 졸업생 762명을 조사해 어떤 영향 전술이 경력 성공과 연결되는지 봤습니다. 결과가 불편합니다. 자기 성과를 대놓고 부각하는 '직무 지향 전술'은 외재적 성공(연봉·직급)과 음의 관계(−.21)였고, 상사의 의견에 동조하고 호의를 보이는 '상사 지향 전술'은 양의 관계(+.14)였습니다. 연구진의 표현을 빌리면 "사과를 닦는 것(apple polishing)이 제 나팔을 부는 것보다 나은 출세 수단으로 보인다."

이 결과를 "아부하라"로 읽으면 안 됩니다. 매개 변수는 호감이었습니다. 자기 홍보는 호감을 깎고, 관계를 다지는 행동은 호감을 키웁니다. 에반스가 가시성을 말하면서도 "과장보다 들을 가치가 있는 정보와 결과물로", "실제로 참여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선을 긋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공을 챙기는 방식이 틀리면 공을 챙기지 않은 것보다 나쁩니다.

⚠️
PIE 모델에 대하여. 경력 조언 업계에는 "승진은 성과(Performance) 10%, 이미지(Image) 30%, 노출(Exposure) 60%로 결정된다"는 PIE 모델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하비 콜먼이 1996년 책 『Empowering Yourself』에서 제시한 비율인데, 실증 연구가 아니라 컨설팅 경험에서 나온 숫자입니다. 방향은 응(2005)이나 저지·브레츠(1994)의 결과와 통하지만, 10·30·60이라는 수치 자체를 근거로 인용하는 것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이 글에서는 통설로만 소개합니다.

3부. 정치 기술은 측정된다, 그리고 배울 수 있다

지능과 상관없는 기술

"정치를 잘한다"는 말이 막연하게 들린다면, 2005년 페리스와 동료들이 만든 '정치 기술 척도(Political Skill Inventory)'를 보면 좋습니다. 18문항, 네 차원입니다.

사회적 기민함
상황과 사람의 동기를 정확히 읽는 능력. "회의에서 누가 실제 결정권자인지 안다."
대인 영향력
상대에 맞춰 설득 방식을 바꾸는 능력. "같은 제안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말한다."
네트워킹 능력
필요할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관계를 미리 만드는 능력.
진정성 표출
의도가 순수해 보이게 하는 능력. 네 차원 중 가장 논쟁적이고, 가장 중요하다.

이 척도의 검증 과정에서 나온 발견 하나가 중요합니다. 정치 기술은 자기감시 성향·정서지능과는 상관이 있었지만, 일반 지능(GMA)과는 상관이 없었습니다. 똑똑한 것과 정치를 잘하는 것은 다른 능력입니다. 그래서 "나는 머리가 좋으니 알아서 인정받겠지"가 통하지 않고, 반대로 "나는 정치 체질이 아니다"도 사실은 "아직 배우지 않았다"에 가깝습니다.

2015년 머니언(Munyon)과 동료들의 메타분석은 정치 기술이 Big Five 성격과 지능을 통제한 뒤에도 과업 수행을 예측하고, 경력 성공과 개인 평판에 긍정적이며, 생리적 긴장은 오히려 낮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흥미롭게도 네 차원 가운데 사회적 기민함만은 수행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상황을 읽기만 하고 움직이지 않는 사람은 결과가 없다는 뜻입니다. 2021년 141개 연구를 모은 또 다른 메타분석(Wu)에서는 정치 기술과 경력 성공의 관계가 동양 문화권에서 서양보다 더 강했고, 관리자에게서 사원보다 더 강했습니다. 한국 독자에게는 반갑지 않은 소식입니다.

여덟 가지 전술, 그중 통하는 세 가지

1980년 데이비드 킵니스(David Kipnis)와 동료들은 하급 관리자 165명에게 "최근에 상사·동료·부하를 당신 뜻대로 움직인 경험"을 쓰게 했습니다. 370개의 전술을 모아 요인분석을 돌리자 여덟 가지로 묶였습니다. 단호함, 아부, 합리적 설득, 제재, 교환, 상향 호소, 차단, 연합. 이 분류를 다듬은 게리 유클(Gary Yukl)은 1992년에 더 중요한 것을 찾아냈습니다. 어떤 전술이 '순응'이 아니라 '헌신'을 만드는가.

답은 세 가지였습니다. 합리적 설득, 영감에 호소하기, 그리고 자문(상대의 의견을 묻고 반영하기). 압력·정당화·연합은 마지못한 순응이나 저항으로 끝났습니다. 상사에게든 부하에게든 동료에게든 방향에 상관없이 그랬습니다.

에반스가 승진을 원하는 사람에게 권하는 방법을 떠올려 보세요. "관리자의 큰 문제 세 가지를 물어보고 그중 하나를 해결하라." 이것은 자문 전술입니다. "좋은 업무 수행 → 추가 도움 → 성장 상담 → 핵심 문제 해결"이라는 그의 순서는 유클의 '헌신을 만드는 전술'을 시간 축에 늘어놓은 것과 같습니다.

신용은 먼저 쌓고 나중에 쓴다

1958년 에드윈 홀랜더(Edwin Hollander)는 '특이성 신용(idiosyncrasy credit)'이라는 개념을 내놓았습니다. 집단의 규범을 따르고 역량을 보여 주면 다른 사람들의 머릿속에 긍정적 인상이 잔고처럼 쌓이고, 그 잔고가 있어야 나중에 규범에서 벗어나는 행동(반대, 혁신, 거절)을 해도 거부당하지 않는다는 이론입니다. 신입 리더가 신용 없이 변화를 밀어붙이다 실패하는 이유, 그리고 같은 말을 해도 어떤 사람은 통하고 어떤 사람은 안 통하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에반스의 조언 중 "위기에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신뢰"가 바로 이 잔고입니다. 그리고 "원치 않는 업무에 적절한 저항을 하라"는 조언은 이 잔고를 쓰는 행동입니다. 잔고 없이 저항하면 '까다로운 사람'이 되고, 잔고가 있으면 '기준이 있는 사람'이 됩니다. 순서가 중요합니다.

유능한 밉상과 사랑스러운 바보

이제 에반스의 가장 냉정한 관찰로 갑니다.

"성과가 낮고 주변에서도 싫어하는 직원은 정리하기 쉽지만, 특별히 뛰어나지 않아도 모두가 좋아하는 직원은 정리하기 어렵다."

2005년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티치아나 카시아로(Tiziana Casciaro)와 미겔 소자 로보(Miguel Sousa Lobo)는 네 조직에서 1만 건이 넘는 업무 관계를 분석해 이 관찰을 데이터로 확인했습니다. 사람들에게 "누구와 일하고 싶은가"를 물었더니, 말로는 능력을 본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유능한 밉상(competent jerk)'보다 '사랑스러운 바보(lovable fool)'를 골랐습니다. 연구진의 문장은 이렇습니다. "누군가가 강하게 미움받으면 그가 유능한지는 거의 상관없어진다. 사람들은 어차피 그와 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사무실 탕비실에서 트로피 옆에 혼자 선 유능한 밉상과, 커피를 쏟았는데도 동료들에게 둘러싸인 사랑스러운 바보. 벽에는 '누구와 일하고 싶나요?'크게 보기

이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착하게 살자"는 교훈 때문이 아닙니다. 조직이 사람을 쓰는 방식이 평가표가 아니라 네트워크로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지, 누구를 프로젝트에 끼울지, 누구의 이름을 회의에서 꺼낼지는 매일 수십 번 일어나는 작은 선택이고, 그 선택이 쌓여 연말의 '성과'가 됩니다. 밉상은 이 선택에서 조용히 빠집니다. 그리고 빠진 사람은 성과를 낼 기회 자체를 잃습니다.

에반스는 여기에 실무적인 경고를 하나 보탭니다. "관리자의 기술적 부족함을 공개적으로 반복해서 드러내면 개인적 반감과 권위에 대한 위협을 함께 만든다. 사람은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는 데 능숙하므로, 보복성 판단도 스스로는 합리적이라고 믿는다." 관리자가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닙니다.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4부. 어두운 면: 권력은 대칭이 아니다

여기까지는 '어떻게 하면 인정받는가'였습니다. 인터뷰 제목처럼, 이제부터 점점 어두워집니다.

HR은 누구 편인가

에반스는 관리자 입장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HR의 일은, 내가 불법적인 일을 하지 않은 한, 내 편을 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를 설명합니다. 조직에서 신뢰받는 관리자는 특정 직원을 떠나게 만들 수단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가치가 낮은 업무 배정, 승진 전망 차단, 낮은 평가 예고, 출근 시간과 업무 처리에 대한 과도한 점검. 이 모든 조치에는 표면상 정당한 설명을 붙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직원은 자기만 표적이 됐다는 것을 입증하기 어렵고, 위법이 확인되지 않으면 HR도 관리자의 판단을 지지하기 쉽습니다.

거대한 저울의 무거운 쪽에는 '평가 권한', '업무 배정', '18개월 코칭' 위에 편히 앉은 관리자가, 가벼운 쪽에는 '증거 문서' 한 장을 든 직원이 매달려 있다크게 보기

이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준 사건이 2017년 2월 19일에 있었습니다. 우버의 엔지니어였던 수전 파울러(Susan Fowler)가 블로그에 「우버에서의 아주, 아주 이상한 1년을 돌아보며」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입사 첫날 팀 배정을 받자마자 관리자가 사내 채팅으로 성적인 제안을 했고, 그녀는 스크린샷을 찍어 HR에 제출했습니다. 증거는 완벽했습니다. HR의 답은 이랬습니다. 그 관리자는 '고성과자(high performer)'이고 이번이 '첫 번째 위반(first offense)'이라 징계는 불공정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그녀는 같은 관리자에 대해 신고한 다른 여성들을 만났습니다. '첫 번째 위반'은 거짓이었습니다.

서류함으로 만든 미로 같은 HR 복도. 채팅 스크린샷을 든 엔지니어가 걸어가고, 모퉁이마다 '첫 번째 위반입니다', '고성과자입니다'라는 팻말이 서 있다크게 보기

글이 올라온 다음 날 우버는 전 법무장관 에릭 홀더에게 조사를 맡겼습니다. 넉 달 뒤 215건의 신고가 조사됐고 20명 넘게 해고됐습니다. 그리고 2017년 6월 20일, CEO 트래비스 캘러닉이 사임했습니다. 블로그 글 하나가 기업가치 700억 달러 회사의 CEO를 끌어내린 것은 그 글이 특별히 잘 써서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우리 회사도 그렇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2018년 10월에는 뉴욕타임스가 구글이 2014년에 안드로이드의 아버지 앤디 루빈을 성적 비위 조사 끝에 내보내면서 9천만 달러의 퇴직 패키지를 줬다고 보도했습니다. 의무가 아니었습니다. 비방과 경쟁사 이직을 막기 위한 돈이었습니다. 신고자는 직원이었습니다. 11월 1일, 전 세계 구글 직원 2만 명이 사무실을 걸어 나왔습니다. 강제 중재 조항은 폐지됐지만, 이듬해 7월까지 시위를 조직한 7명 중 4명이 회사를 떠났습니다.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HR 신뢰도는 조사됩니다. 2025년 3월 미국 구직 플랫폼 iHire가 직장인 1,781명에게 물었을 때 "HR이 유해한 행동을 해결할 것이라고 믿는다"는 응답은 25%였고, 신고 경험자의 65.2%는 "회사가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가장 많이 목격한 유해 행동은 '편애와 편향'(51.8%)이었습니다.

에반스가 든 사례는 더 평범해서 더 무섭습니다. 어떤 관리자 때문에 직원들이 계속 퇴사하는데, 상급자는 18개월 동안 그 관리자를 코칭만 했습니다. 상급자 자신과의 관계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직원들의 피해보다 "개선 가능성"이 우선됐습니다. 그래서 에반스의 결론은 조직 개혁이 아닙니다. "조직이 부당한 관리자를 바로잡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다른 팀이나 회사로 떠나는 편이 쉬운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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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비대칭
관리자는 평가·배정·승진 추천이라는 공식 권한을 가졌고, 모든 조치에 정당한 설명을 붙일 수 있습니다. 직원은 '패턴'을 입증해야 하는데 패턴은 한 사람의 시야에서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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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응: 틀을 먼저, 사실로
에반스의 조언은 세 가지입니다. ① HR에 먼저 말한 쪽이 해석의 틀을 만들므로 늦지 않게 간다. ② "관리자가 나쁘다"는 평가가 아니라 날짜·행동·업무 영향을 말한다. ③ 확인해 줄 동료, 높은 평가 기록, 상위 관리자가 아는 기여, 문서를 미리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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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그래도 느리다
증거가 쌓여도 상급자가 그 관리자를 좋아하면 변화는 늦습니다. 떠나는 선택지를 처음부터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것이 협상력이고, 때로는 유일한 해법입니다.

평가 제도 자체가 정치가 될 때

개인 간의 정치보다 더 큰 어두움은 제도가 정치를 생산하는 경우입니다. 세 회사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엔론, 2001. 파산 반년 전 타임지는 엔론의 '순위 매겨 자르기(rank and yank)'를 보도했습니다. 1년에 두 번, 최대 25명의 관리자가 창문 없는 방에 모여 직원들의 순위를 벽에 투영하고, 상위 5%를 '탁월', 하위 15%를 '개선 필요'로 분류해 매년 내보냈습니다. 누구나 누구에 대해서든 평가를 제출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를 인정하면 경력이 끝나는 문화에서 숫자를 꾸미는 유인은 당연한 귀결이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2012. 배니티 페어의 커트 아이켄월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잃어버린 10년」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내가 인터뷰한 전·현직 마이크로소프트 직원 전원이,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스택 랭킹을 회사 안에서 가장 파괴적인 프로세스로 꼽았다." 열 명으로 이루어진 팀은 아무리 모두가 뛰어나도 두 명은 '최상', 일곱 명은 '보통', 한 명은 '최하'를 받아야 했습니다. 결과는 예측 가능했습니다. 직원들은 스타 엔지니어와 같은 팀에 들어가기를 피했고, 정보를 숨겼고, 동료의 실패를 바랐습니다. 16개월 뒤인 2013년 11월, 마이크로소프트는 강제 분포를 폐지했습니다. "곡선도, 등급도 더 이상 없다."

팀 룸 벽에 '상위 20%, 중간 70%, 하위 10%' 종형 곡선이 붙어 있고, 모두 뛰어난 열 명의 엔지니어가 서로를 의심하며 노트를 숨긴다크게 보기

아마존, 2015와 2021. 2015년 8월 뉴욕타임스는 전·현직 직원 100여 명을 인터뷰해 아마존의 '언제든 피드백 도구(Anytime Feedback Tool)'를 보도했습니다. 사내 전화번호부에서 동료의 상사에게 비밀 피드백을 보낼 수 있는 도구였고, 직원들은 그것이 "사보타주에 자주 쓰인다"고 증언했습니다. 2021년 6월 시애틀타임스는 내부 문서를 입수해 아마존이 연 6%의 '후회 없는 이탈(unregretted attrition)' 목표를 두고, 50명 이상 조직에는 상위 20%와 하위 5%를 나누라고 권고했으며, 하위 5%에게는 "강점을 말하지 말라"는 지침까지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아마존은 문서가 중앙 HR이 만든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정책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습니다.

에반스가 일한 곳이 바로 이 회사입니다. 그래서 그의 조언에는 "감원도 언제나 성과만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 상위 관리자에게 알려진 성취, 널리 쓰이는 도구, 여전히 필요한 희소 기술이 영향을 준다"는 말이 들어 있습니다. 하위 5%를 채워야 하는 관리자의 머릿속에서 누가 먼저 떠오를지 생각해 보면, 그 말의 무게가 다르게 들립니다.

베조스의 빨간 펜

에반스가 들려준 일화 중 가장 생생한 것은 그가 정치의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 쪽에 서 있던 장면입니다.

Amazon 앱스토어를 출시한 뒤 그는 마케팅 인원 증원을 요청했습니다. 제프 베조스가 물었습니다. 그 사람들이 정확히 무슨 일을 합니까? 에반스는 충분히 답하지 못했습니다. 베조스는 요청 전체를 돌려보냈습니다. "어떤 항목이든 최대 2~3명 단위로 쪼개서, 그들이 정확히 무엇을 할지 적은 표를 다시 가져오라." 에반스가 다시 가져가자 베조스는 직속 리더들이 모두 지켜보는 앞에서 빨간 펜을 들고 항목마다 "안 돼, 3명, 없음, 2명"을 적어 내려갔습니다. 에반스의 표현으로는 "석탄 위에 올려놓고 구웠다."

집행 심사실에서 임원이 '마케팅 인원 요청' 종이를 가위로 2~3명 단위로 잘라 돌려주고, 발표자는 땀을 닦는다. 화이트보드에는 '2~3명 단위로 다시'크게 보기

이것이 민츠버그의 '제국 건설' 게임이고, 베조스는 그 게임을 알아봤습니다. 에반스는 솔직하게 말합니다. "당시에는 권력을 늘리는 행동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 수를 늘리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논리는 모든 관리자의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작동합니다. 그 뒤 그는 접근을 바꿨습니다. 사람 수부터 요구하는 대신 매출과 고객 성장 기회를 제안하고, 일부를 먼저 채용해 성과를 보인 뒤 다음 인원을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실패한 프로젝트의 인원은 "회수 논의가 나오기 전에" 다른 중요한 일로 옮겼습니다.

Merch by Amazon이 그 결과물입니다. 원래 가설은 "게임 회사의 티셔츠와 기념품을 만들어 주면 그들이 Amazon 앱스토어에 게임을 먼저 올릴 것"이었습니다. 에반스의 말로 "완전한 실패"였습니다. 게임 회사는 티셔츠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문구·행사·정치 관련 티셔츠 수요가 커지면서 이 팀은 독립적인 주문형 인쇄 사업이 됐고, 에반스에 따르면 10억 달러가 넘는 사업으로 자랐습니다. 에반스는 이것이 "회사에 가치를 돌려준 행동이면서, 다른 관리자에게는 교묘한 자원 확보로 보일 수도 있다"고 인정합니다. 같은 행동이 보는 자리에 따라 리더십이 되기도 하고 정치가 되기도 합니다.

승진은 보상이지 적합성이 아니다

마지막 어두운 면은 승진 제도 그 자체에 있습니다. 1969년 로런스 피터가 농담처럼 제시한 '피터 원리'(사람은 무능해질 때까지 승진한다)는 2019년에 데이터로 검증됐습니다. 앨런 벤슨(Alan Benson), 대니얼 리(Danielle Li), 켈리 슈(Kelly Shue)는 미국 214개 기업의 영업사원 53,035명과 그중 관리자로 승진한 1,531명을 추적했습니다.

매출 2배 → 승진 확률
+14.3%
승진자 매출 2배 → 부하 각자의 매출
−7.5%
승진자 협업 경험 2배 → 관리자 부가가치
+15.8%

매출이 2배인 영업사원은 승진 확률이 14.3% 높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승진한 관리자 밑의 부하들은 각자 매출이 7.5% 떨어졌습니다. 반대로 승진 전에 협업 경험이 많았던 사람은 관리자로서 부가가치가 15.8% 높았는데, 협업 경험은 승진 확률을 거의 올리지 못했습니다. 혼자 잘 파는 '외로운 늑대' 영업왕이 관리자로서 특히 나빴습니다.

기업이 바보라서 그럴까요? 연구진의 해석은 다릅니다. 기업은 승진을 '인센티브'로 씁니다. 최고 성과자를 승진시켜야 모두가 열심히 일합니다. 그 이익이 관리자 미스매치의 비용보다 크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왜 중요하냐면, "승진은 다음 역할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 받는다"는 믿음이 틀렸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승진은 지난 성과에 대한 보상이면서 동시에 조직의 메시지입니다. 그리고 메시지는 잘 보이는 성과에 붙습니다.

창업자도 졌다: 1985년 애플

정치가 실력을 이기는 가장 유명한 사례는 사내 정치의 피해자가 창업자였던 경우입니다. 1985년 3월 매킨토시 매출이 전망의 10%에 그치자 CEO 존 스컬리는 스티브 잡스의 경영 방식을 문제 삼았습니다. 4월 이사회에서 스컬리는 "잡스를 매킨토시 사업부장에서 해임하지 않으면 사임하겠다"고 최후통첩을 했고, 5월에 잡스를 운영권 없는 자리로 보내는 재편안을 발표했습니다.

잡스는 스컬리가 중국 출장을 간 메모리얼 데이 주말을 노려 이사회 쿠데타를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포섭하려던 장루이 가세가 스컬리에게 계획을 알렸습니다. 스컬리는 출장을 취소했고, 긴급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스컬리를 지지했습니다. 잡스는 "존, 당신은 독백으로 경영한다!"고 소리쳤지만, 6월에 그는 자신이 '시베리아'라고 부른 외딴 사무실로 옮겨졌고 9월에 사직서를 냈습니다. "나는 겨우 서른이고, 아직 기여하고 성취하고 싶다."

이 이야기에서 눈여겨볼 것은 잡스가 실력이 부족했다는 점이 아닙니다. 그가 동맹을 잘못 읽었다는 점입니다. 민츠버그의 '동맹 구축' 게임에서 진 것입니다. 페리스의 척도로 말하면 사회적 기민함이 부족했습니다. 12년 뒤 애플로 돌아온 잡스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습니다.


5부. 한국의 사내 정치: 96%가 "있다"

서울의 사무실 저녁, '승진 발표' 게시판 앞에서 수군거리는 직원들과 회식 사진, 뒤에서 헤드폰을 끼고 코딩하는 개발자크게 보기

한국 데이터를 보면 이 글의 모든 내용이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집니다. 아쉽게도 사내 정치만을 다룬 대규모 조사는 대부분 2010년대 것이고, 최근 수치는 다른 조사에서 간접적으로 읽어야 합니다.

사내 정치가 있다 (인크루트 2010, 1,058명)
96.2%
파벌로 피해 경험 (인크루트 2010)
92.1%
능력 이상의 이익을 본 사람이 있다 (사람인 2017, 828명)
88.2%
인사평가를 신뢰하지 않는다 (대한상의 2017, 700명)
75.1%
사내 정치로 피해 경험 (사람인 2016, 1,412명)
74.1%
괴롭힘 신고가 어렵다 (직장갑질119 2026, 1,000명)
74.1%
승진·배치 차별이 있다 (직장갑질119 2025, 1,000명)
61.1%
"연봉 30% 더 줘도 정치 우선 회사는 피한다" (리멤버 2026, 520명)
40%

숫자 몇 개를 풀어 보겠습니다.

사내 정치는 어디서 가장 활발한가. 2010년 인크루트 조사에서 가장 정치가 활발한 직급은 과장급(33.5%)이었습니다. 파벌의 기준은 부서(38.4%)와 학연(33.8%)이 압도적이었고, 지연(13.8%)과 입사 기수(12.9%)가 뒤를 이었습니다. 민츠버그의 '라이벌 진영' 게임이 한국에서는 부서와 학교를 축으로 돌아간다는 뜻입니다.

피해는 어떤 모양인가. 2016년 사람인 조사에서 피해자의 73.2%가 스트레스를, 39.8%가 부당한 책임을, 30.4%가 업적 가로채기를, 21.9%가 승진 누락을 꼽았습니다. 그리고 피해자의 46.2%는 실제로 이직했습니다. 창·로젠·레비의 메타분석에서 정치 지각이 이직 의도와 .43의 상관을 보인 것과 정확히 같은 그림입니다.

가장 아픈 숫자. 2017년 사람인 조사에서 "왜 피해를 봤다고 생각하는가"의 1위는 "사내 정치에 동참하지 않아서"(48.1%)였습니다. 이것이 이 글의 핵심 역설입니다. 정치가 싫어서 거리를 두는 사람이 정치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됩니다. 에반스가 "성과만으로 조직 안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 것과 같은 말입니다. 같은 조사에서 사내 정치가 "없어져야 한다"는 응답은 82.1%였지만, 능력 이상의 이익을 본 사람이 "있다"는 응답은 88.2%였고 그 이익의 1위는 승진(59%)이었습니다. 모두가 싫어하지만 모두가 작동한다고 믿는 제도입니다.

평가 불신의 이유. 2017년 대한상공회의소가 대·중견기업 직장인 700명에게 물었을 때 인사평가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5.1%였고, 그 이유 1위가 "사내 정치에 따른 평가"(58.8%)였습니다. 개인 이미지(41.2%), 연공서열(35.5%), 온정주의(27.5%)가 뒤를 이었습니다. 페리스의 POPS 척도에 있는 "보상·승진 정책" 요인이 한국에서 어떻게 생겼는지 보여 주는 숫자입니다.

신고는 통하는가. 직장갑질119의 2026년 7월 조사에서 괴롭힘을 겪은 사람의 55.1%는 참거나 모른 척했고, 신고가 어렵다는 응답은 74.1%였습니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 1위는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49%), 2위는 "인사 불이익"(30.1%)이었습니다. 2024년 상담 사례 분석에서는 회사에 신고한 308건 중 68건, 약 40%에서 보복이 있었습니다. 에반스가 말한 "HR은 신뢰받는 관리자 편"이라는 비대칭을 한국 직장인들은 이미 몸으로 알고 있습니다.

2026년의 선택. 가장 최근 조사인 2026년 8월 한경닷컴·리멤버의 '오피스워' 조사에서 3~9년차 경력직 520명에게 "연봉을 30% 더 줘도 피하겠다는 회사 문화"를 물었더니 1위가 사내 정치·줄서기 우선(40%)이었습니다. 사업 정체(18.8%), 평가·보상 불투명(16%), 권위주의(13.1%)를 모두 합친 것과 비슷한 크기입니다. 젊은 경력직에게 사내 정치는 연봉보다 무거운 변수가 됐습니다.

앞서 본 2021년 메타분석에서 정치 기술과 경력 성공의 관계가 동양 문화권에서 더 강했다는 결과를 기억하실 겁니다. 관계와 위계가 중요한 문화에서는 정치 기술이 더 큰 차이를 만듭니다. 이것은 한국 직장인에게 두 가지를 동시에 말합니다. 정치를 외면하는 비용이 더 크고, 정치 기술을 익히는 수익도 더 큽니다.


6부. 2026년: AI는 정치를 없앨까, 키울까

사라지는 중간관리자

이 글을 2026년에 쓰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빅테크가 한 일 중 사내 정치의 구조를 가장 크게 바꾼 것은 AI 도입이 아니라 관리자 층을 걷어낸 것입니다.

  • 아마존은 2024년 9월 CEO 앤디 재시의 메모에서 2025년 1분기까지 관리자 대비 실무자 비율을 15% 이상 높이겠다고 했고, 2025년 4월 주주서한에서 달성을 확인했습니다. 2025년 10월에는 사무직 약 1만 4천 명, 2026년 1월에는 1만 6천 명을 추가로 줄였습니다. 공식 설명은 "관료주의를 줄이고, 층을 없애고, 자원을 재배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 구글은 2025년 8월 전사 미팅에서 3명 미만 팀을 이끄는 관리자 자리를 1년 전보다 35% 줄였다고 밝혔습니다. 대부분은 실무자로 남았습니다.
  • 마이크로소프트는 2025년 5월 약 6천 명을 줄이며 CFO가 "더 적은 관리자로 층을 줄인다"고 설명했습니다.
  • 통계도 같은 방향입니다. 급여 서비스 Gusto의 중소기업 데이터에서 관리자 1인당 실무자 수는 2019년 약 3명에서 2024년 약 6명으로 두 배가 됐습니다. 가트너는 2026년까지 조직의 20%가 AI를 써서 중간관리직의 절반 이상을 없앨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콘페리의 2025년 조사에서는 직원의 41%가 "우리 조직이 관리 계층을 줄였다"고 했고, 37%는 "관리자 부재로 방향감을 잃었다"고 답했습니다.

2026년 넓은 사무실 한가운데 관리자 한 명이 스톱워치와 달력을 들고 있고, 스무 개의 책상에서 직원들이 각자 AI 조수와 일한다. 계기판에는 '직속 인원 20명 · 1인당 주 12분'크게 보기

관리자가 정말 그렇게 없어도 되는 존재일까요. 구글은 2009년에 그것을 증명하려고 했습니다. 인사분석팀이 '옥시전 프로젝트(Project Oxygen)'를 시작한 원래 목적은 "관리자는 중요하지 않다"는 가설을 데이터로 입증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평가가 높은 관리자의 팀은 만족도, 성과, 이직률 모두에서 나았습니다. 좋은 관리자의 행동 여덟 가지를 뽑았더니 1위는 '좋은 코치', 꼴찌인 8위가 '기술 역량'이었습니다. 관리자가 하는 일의 핵심은 코드를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 일을 할 시간이 지금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것이 개인에게 무슨 뜻인지 계산해 보겠습니다.

관리자가 6명을 맡다가 9명을 맡게 되면, 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관리자의 시간은 3분의 1이 줄어듭니다. 그 시간은 관리자가 당신의 일을 스스로 보고, 기억하고, 승진 회의에서 설명할 시간입니다. 1부에서 본 페퍼의 조건 가운데 '불확실성과 주관성'이 커진 것입니다. 관리자가 직접 아는 것이 줄어들수록 평가는 더 많이 보고와 인상에 의존합니다. 평탄화는 정치를 없애지 않았습니다. 정치가 작동하는 빈 공간을 넓혔습니다.

흥미로운 반전이 하나 있습니다. 2023년 '효율의 해'를 선언하며 관리자를 대거 실무자로 돌렸던 메타가, 2026년 9월 포춘 보도에 따르면 응용 AI 조직의 실무자들에게 관리자로 돌아올 의향이 있는지 묻고 있습니다. 사람이 더 많은 산출물을 내는 세상에서는 조율과 결정이 더 필요해진다는 것을 가장 먼저 걷어냈던 회사가 가장 먼저 깨달은 셈입니다. 에반스의 말 그대로입니다. "관리자 계층 축소가 관리 역할의 소멸은 아니다. 개인별 생산량이 늘면 의사결정과 조율도 더 필요하다."

판단의 자리와 도구의 자리

에반스가 AI에 대해 한 말 중 가장 많이 인용된 문장은 이것입니다.

"누가 무엇을 먼저 출시할지 결정하는가? 누가 고객에게 무엇을 말할지 결정하는가? 그 자리는 매우 귀해질 것이다. 나는 도구를 돌리는 자리보다 판단하는 자리에 있고 싶다."

이것은 경제학에서 이미 이름이 있는 주장입니다. 2018년 토론토대학교의 아제이 아그라왈(Ajay Agrawal)과 동료들은 『예측 기계』에서 AI를 "예측의 비용을 급락시키는 기술"로 정의했습니다. 어떤 재화의 가격이 떨어지면 그 보완재의 가치가 오릅니다. 예측의 보완재는 판단입니다. 무엇을 예측할지, 예측 결과로 무엇을 할지, 어떤 오류를 감수할지 정하는 일. AI가 산출물을 10배로 만들수록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정하는 사람의 가치가 오릅니다.

에반스의 Gmail 비유가 이것을 쉽게 설명합니다. AI로 기능을 10배 많이 만들 수 있다고 해서 사용자가 Gmail에 10배 많은 기능을 원하지는 않습니다. 병목은 만드는 능력에서 고르는 능력으로 옮겨 갔습니다. 그리고 고르는 능력은 조직 안에서 어떻게 평가될까요. 코드는 줄 수를 셀 수 있지만 판단은 셀 수 없습니다. 판단의 품질은 결국 "그 사람의 의견을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로 측정됩니다. 에반스가 '임원다운 존재감'을 "직함보다 사람들이 자신의 판단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드러난다"고 정의한 이유입니다. 판단의 시대는 평판의 시대입니다. 그리고 평판은 2부와 3부에서 본 바로 그 메커니즘으로 만들어집니다.

사다리의 아래 칸이 사라진다

여기에 가장 걱정스러운 신호가 있습니다. 2025년 8월 스탠퍼드 디지털경제연구소의 에릭 브리뇰프슨(Erik Brynjolfsson) 팀은 미국 급여 데이터로 AI 노출도가 높은 직종에서 22~25세 고용이 13% 상대적으로 줄었다는 것을 보여 줬습니다. 경력자는 안정적이었습니다. 2026년 8월 업데이트에서 격차는 19%로 벌어졌습니다.

이것이 사내 정치와 무슨 상관이냐면, 주니어 시절은 신용을 쌓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홀랜더의 특이성 신용, 라슨의 "가시성의 절벽", 에반스의 "위기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신뢰"는 모두 작은 일을 맡아 해내는 몇 년 위에 쌓입니다. 그 몇 년이 AI로 대체되면 신용을 쌓을 사다리의 아래 칸이 사라집니다. 반대로 이미 신용을 가진 사람은 AI로 산출을 늘리며 더 빨리 올라갑니다. 정치 기술의 수익이 커지는 동시에 그것을 익힐 기회는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AI가 정치를 하기 시작한다면

에반스는 인터뷰에서 짧지만 의미심장한 조언을 하나 했습니다. AI에게 관리자의 커뮤니케이션 패턴을 분석시켜 보라는 것입니다. 관리자가 어떤 주제에 반응하고, 시간과 예산과 채용을 어디에 쓰며, 회의에서 무엇을 반복하는지. 3부에서 본 '사회적 기민함'을 도구로 보강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덧붙였습니다. "조작(manipulation)이 오고 있다."

같은 도구가 양방향으로 쓰이기 때문입니다. 직원이 관리자를 읽는 데 AI를 쓴다면 관리자도, 그리고 회사도 직원을 읽는 데 AI를 씁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2025년 업무동향지표에서 리더의 28%는 'AI 인력 관리자' 채용을 검토하고 있었고, 33%는 AI를 이유로 감원을 검토하고 있었습니다. 2015년 아마존의 '언제든 피드백 도구'가 사보타주에 쓰였다는 증언을 떠올리면, 커뮤니케이션 로그를 읽고 '협업 점수'를 매기는 AI가 어떤 정치를 만들어 낼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피드백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은 가장 나쁜 사람이 아니라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에반스가 그래서 균형을 강조합니다. "AI 도구를 모르거나 거부해서는 안 되지만, 사용법을 따라잡는 데 모든 시간을 쓰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도구는 바뀌지만, 도구를 쓰는 사람들 사이의 희소성·상호의존·불확실성은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가 VP에게 필요하다고 꼽은 역량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 심리, 조직, 위험 감수와 의사결정"이었습니다.


7부. 그래서 무엇을 할 것인가

여기까지 읽고 "결국 정치를 하라는 거냐"고 묻는다면, 에반스의 답은 조금 다릅니다. 그는 윤리적 입장을 분명히 합니다.

"부당한 현실에 대응하는 것과 그 현실을 지지하는 것은 다르다."

공정한 평가와 충분한 기회를 지지하면서도, 현재 조건에서 자신과 주변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가 든 예는 극단적입니다. 우크라이나 지인의 남편을 징집에서 빼기 위해 약 1,000달러를 뇌물로 준 일. 그는 다른 누군가가 대신 위험을 떠안았을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자기가 아는 사람을 도운 선택을 받아들인다고 말합니다. 직장의 정치는 그만큼 극단적이지 않지만, 구조는 같습니다. 제도가 공정하지 않을 때 개인은 제도를 고치는 일과 그 안에서 살아남는 일을 동시에 해야 합니다.

이런 조언이 새로운 것도 아닙니다. 1980년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존 가바로(John Gabarro)와 존 코터(John Kotter)는 HBR에 「상사 관리하기(Managing Your Boss)」를 썼습니다. 상사와 부하는 "실수할 수 있는 두 인간 사이의 상호 의존 관계"이고, 그것을 의식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아부가 아니라 일의 일부라는 주장이었습니다. 글에 나오는 필립 보네비라는 임원은 늘 좋은 상사만 만나 "상사를 관리하는 것이 내 일인 줄 몰랐고", 새 상사와 맞지 않아 14개월 만에 해고됐습니다. 회사는 그 사이 7년 만에 첫 분기 적자를 냈습니다. 46년 전 글이 에반스의 인터뷰와 거의 같은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이 문제가 유행이 아니라 구조라는 또 하나의 증거입니다.

연구와 인터뷰를 겹쳐 보면 실천은 일곱 가지로 정리됩니다.

할 일에반스의 조언뒷받침하는 연구
1. 알리되, 정보로 알린다출시 공지에 함께 일한 사람을 포함하고, 남이 먼저 발표했다면 내가 푼 문제를 덧붙인다. 문서·세미나·재사용 도구로 조용히 알린다.Ross & Sicoly 1979(기억의 자기중심성), Judge & Bretz 1994(노골적 자기 홍보는 역효과, 호감이 매개)
2. 상부 보고를 요청한다"팀과 개인의 기여를 함께 알려 달라"고 보고자에게 직접 요청한다. 초안을 써 준다.Larson(리더십은 모르는 일을 지지하지 않는다), 관리 범위 확대로 관리자가 스스로 알 시간이 줄었다는 2024~2026 데이터
3. 승진 조건을 묻는다"어떤 조건이면 제가 첫 번째 선택이 됩니까?" 보장이 아니라 '적극 추천할 준비'의 조건과 일정을 묻고, 실제 승진자를 확인한다.Benson·Li·Shue 2019(승진은 적합성이 아니라 보이는 성과에 대한 보상), Reilly 2018(기준을 명시적으로 묻기)
4. 신용을 먼저 쌓고 나중에 쓴다관리자의 큰 문제 세 가지 중 하나를 맡는다. 그 뒤에 원치 않는 일에 '적절한 저항'을 한다.Hollander 1958(특이성 신용), Yukl 1992(자문·합리적 설득이 헌신을 만든다)
5. 친절함과 경계를 함께 가진다협조적이되 반문과 유머로 기대를 드러낸다. 관리자의 부족함을 공개적으로 반복해 드러내지 않는다.Casciaro & Lobo 2005(강하게 미움받으면 역량은 무관해진다), Ferris 2005(진정성 표출)
6. 갈등은 사실로, 먼저, 문서로HR에는 평가가 아니라 날짜·행동·업무 영향을 말한다. 확인해 줄 동료와 기록을 미리 모은다.Fowler 2017(증거가 있어도 '고성과자' 프레임이 이겼다), 직장갑질119(신고 후 보복 약 40%)
7. 떠날 수 있음을 안다아무도 승진하지 못하는 조직, 18개월째 코칭 중인 관리자, 라이벌 진영에 매몰된 회사라면 "강점이 더 희소하게 평가되는 곳"으로 간다.Chang 등 2009(정치 지각은 이직 의도와 .43), 사람인 2016(피해자의 46.2%가 이직)

조언은 쉽고 실행은 어렵습니다. 특히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상황별로 실제 문장을 만들어 봤습니다.

어두운 복도를 지나 밝은 아침 햇빛 속 작은 사무실로 걸어 들어가는 개발자. 바깥 팻말에는 '여기서는 당신이 유일한 전문가', 뒤에는 '승진 심사' 앞에 늘어선 긴 줄크게 보기

마지막 조언, '떠나기'에 대해 한마디 더 하겠습니다. 에반스는 삼성에서 더 큰 VP 자리를 제안받은 팀원에게 이동을 권한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유명한 조직의 일원과 다른 조직의 핵심 인재는 서로 다른 선택"이고, 대기업에서 AWS를 다루는 기술은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의 능력이지만 작은 회사에서는 유일한 핵심 전문성이 됩니다. 1부의 페퍼로 돌아가면, 권력은 희소한 것을 통제하는 데서 나옵니다. 내가 가진 것이 희소한 곳으로 옮기는 것은 정치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의 가장 근본적인 규칙을 따르는 것입니다.

📚
에반스가 추천한 세 권.
· 아빈저 연구소, 『리더십과 자기기만(Leadership and Self-Deception)』 — 사람을 장애물이나 도구가 아니라 각자의 사정을 가진 사람으로 보는 법.
· 크리스 보스, 『우리는 어떻게 마음을 움직이는가(Never Split the Difference)』 — 질문과 미러링으로 협상을 진전시키는 법. 동료의 깎아내림에 "…제 코드가 불안정하다고요?"로 되묻는 기술이 여기서 왔습니다.
· 로버트 그린, 『권력의 법칙(The 48 Laws of Power)』 — 권력과 조종의 어두운 수법들.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에게 쓰이는 수법을 알아보기 위해서 읽으라고 했습니다.

에필로그: 정치는 날씨다

이 글을 쓰면서 가장 많이 떠오른 것은 2017년 사람인 조사의 두 숫자였습니다. 사내 정치가 없어져야 한다는 사람 82.1%, 그리고 사내 정치로 능력 이상의 이익을 본 사람이 있다는 사람 88.2%. 거의 모두가 싫어하고, 거의 모두가 작동한다고 믿습니다.

페퍼와 민츠버그가 40년 전에 한 말은 그 모순을 풀어 줍니다. 정치는 나쁜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희소한 것이 있고, 서로 의존하고, 목표가 다르고, 측정이 완벽하지 않은 모든 곳에서 생깁니다. 즉 모든 조직에서 생깁니다. AI가 산출물을 10배로 만들어도 승진 자리가 10배가 되지는 않습니다. 관리자가 사라져도 결정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정치는 없앨 수 있는 오염이 아니라 대비해야 하는 날씨에 가깝습니다.

날씨에 대비하는 방법은 날씨를 좋아하는 것이 아닙니다. 에반스가 3시간 동안 한 이야기를 한 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일을 잘하라. 그리고 그 일이 보이게 하라. 둘은 다른 일이고, 둘 다 당신의 일이다. 로스와 시콜리의 부부들이 보여 줬듯 당신의 기여를 당신만큼 크게 기억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습니다. 그것은 비극이 아니라 그냥 사람의 기억이 작동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니 우산을 챙기세요. 과장하지 말고, 거짓말하지 말고, 남을 깎아내리지 말고. 다만 비가 온다는 것은 인정하고.


참고 자료

트리거가 된 인터뷰와 정리

개념의 역사

  • Niccolò Machiavelli, 『Il Principe』 (1513 집필, 1532 출간) · Christie & Geis, 『Studies in Machiavellianism』 (1970)
  • Jeffrey Pfeffer, 『Power in Organizations』 (1981) · 『Managing with Power』 (1992) · 『7 Rules of Power』 (2022)
  • Henry Mintzberg, 『Power In and Around Organizations』 (1983) · The Organization as Political Arena, Journal of Management Studies 22(2) (1985)
  • Ferris, Russ & Fandt, "Politics in organizations" (1989) · Kacmar & Ferris, POPS, Educational and Psychological Measurement 51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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