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LM은 도약하지 못한다: 아인슈타인의 낙서 한 장이 2026년 AI에게 던진 질문
구글 딥마인드 톰 자하비의 ICML 2026 포지션 페이퍼 「Position: LLMs can't jump」를 정면으로 뜯어본다. 아인슈타인이 친구에게 그려 보낸 낙서 한 장에서 출발해, 왜 오늘의 AI가 정리를 증명하면서도 전제를 만들지 못하는지, 벌컨 행성과 엘리베이터 사고실험과 2026년의 월드 모델 경쟁까지 — 5개의 인터랙티브와 함께 끝까지 따라간다.

구글 딥마인드 톰 자하비의 ICML 2026 포지션 페이퍼 「Position: LLMs can't jump」를 정면으로 뜯어본다. 아인슈타인이 친구에게 그려 보낸 낙서 한 장에서 출발해, 왜 오늘의 AI가 정리를 증명하면서도 전제를 만들지 못하는지, 벌컨 행성과 엘리베이터 사고실험과 2026년의 월드 모델 경쟁까지 — 5개의 인터랙티브와 함께 끝까지 따라간다.
1907년 어느 날, 스위스 베른의 특허국 3급 심사관이 책상에 앉아 있다가 문득 이런 장면을 떠올렸다.
지붕에서 누군가 떨어지고 있다. 그 사람은 자기 몸무게를 느끼지 못한다.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놓아도 열쇠는 바닥으로 가지 않고 눈앞에 그대로 떠 있다. 사람과 열쇠가 정확히 같은 가속도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순간 심사관은 생각했다. 그렇다면 저 사람은 자신이 정지해 있다고 말할 권리가 있다.
훗날 그는 이것을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생각"이라고 불렀다. 이 장면 하나에서 등가원리가 나왔고, 등가원리에서 일반상대성이론이 나왔고, 일반상대성이론에서 블랙홀과 빅뱅과 GPS 보정이 나왔다.
2026년, 구글 딥마인드의 연구자 톰 자하비(Tom Zahavy)는 이 장면을 붙들고 아주 불편한 질문을 던졌다. ICML 2026에 실린 포지션 페이퍼의 제목이 그 질문이다.
LLM은 도약하지 못한다 (LLMs can't jump).
이 글은 그 논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왜 이런 개념이 나왔는지부터 2026년 현재 이 주장이 어디에 서 있는지까지 따라가는 특집이다.
이야기는 편지 한 통에서 시작한다.
아인슈타인에게는 모리스 솔로빈(Maurice Solovine)이라는 평생의 친구가 있었다. 베른 시절, 아인슈타인과 솔로빈과 콘라트 하비히트 세 사람은 스스로를 농담 삼아 "올림피아 아카데미"라고 부르며 흄과 마흐와 푸앵카레를 읽었다. 아인슈타인의 사고방식이 만들어진 곳이 사실상 이 세 명짜리 독서 모임이었다.
세월이 흘러, 아인슈타인은 솔로빈에게 보낸 편지에 자기가 생각하는 과학적 발견의 구조를 그림으로 그려 넣었다. 논문이 첫 페이지에 재현해 놓은 그 낙서는 이렇게 생겼다.
핵심은 화살표의 성격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아인슈타인은 이 구간을 "직관적(intuitive)"이라고 불렀다. 경험에서 공리로 가는 길에는 규칙이 없다. 데이터가 공리를 밀어 올려 주지도 않는다. 누군가 뛰어야 한다.
논문의 관심사는 오직 이 한 구간, J다.
도약이 무엇인지 정확히 말하려면 용어가 필요하다. 논문은 미국 철학자 찰스 샌더스 퍼스(Charles Sanders Peirce)의 분류를 가져온다.
퍼스의 발상은 놀랄 만큼 프로그래머 친화적이다. 그는 추론을 세 조각의 순열로 정의했다.
| 조각 | 프로그래밍으로 치면 |
|---|---|
| 규칙(Rule) | 함수 정의 |
| 사례(Case) | 입력값 |
| 결과(Result) | 반환값 |
셋 중 무엇을 모르는가에 따라 추론의 종류가 갈린다.
| 구분 | 연역 Deduction | 귀납 Induction | 가추 Abduction |
|---|---|---|---|
| 순열 | 규칙 + 사례 → 결과 | 사례 + 결과 → 규칙 | 규칙 + 결과 → 사례 |
| 하는 일 | 규칙을 적용해 결과를 계산 | 반복되는 패턴에서 규칙을 뽑음 | 놀라운 결과를 설명할 원인을 발명 |
| 참을 보장하나 | 보장한다 | 통계적으로만 | 전혀 보장 못 함 |
| 코드로 치면 | 코드를 실행해 출력 확인 | 유닛 테스트를 만족하는 함수 생성 | 버그 리포트를 보고 원인을 지어냄 |
| 2026년 AI | 빠르게 정복 중 | 이미 최강 | 여기가 문제 |
퍼스의 원본 예시는 콩주머니였다.
직접 순열을 바꿔 가며 감각을 잡아 보자.
논문의 주장은 여기서 아주 선명해진다.
논문이 아인슈타인을 고른 것은 위인전을 쓰기 위해서가 아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데이터가 없는 상태에서 나온 발견"의 거의 유일한 교과서적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 성질이 왜 결정적인지 이해하려면 19세기 물리학이 어떤 상태였는지부터 봐야 한다.
19세기 물리학에서 역학은 모든 것의 기초였다. 편미분방정식이라는 렌즈 하나로 소리의 전파, 유체역학, 질점의 운동, 심지어 기체 운동론까지 — 점성과 열전도와 확산을 하나로 묶어 설명할 수 있었다. 빛조차 역학의 언어로 이해되었다. 빛은 에테르라는 매질을 타고 가는 파동이었다.
그런데 균열이 생겼다.
여기서 이미 아인슈타인 특유의 움직임이 보인다. 로렌츠 변환의 시간 항
은 아인슈타인이 처음 쓴 것이 아니다. 푸앵카레를 비롯한 선배들이 이미 갖고 있었다. 다만 그들은 를 "가상의 시간(fictitious time)" — 계산을 편하게 하려는 수학적 인공물 — 로 취급했다.
아인슈타인은 달랐다. 그는 가 "그냥 시간, 시간 그 자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시간 지연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동기화된 두 시계를 떼어 놓고 하나를 움직이면, 다시 만났을 때 두 시계는 다른 시각을 가리킨다.
특수상대성이론은 관성계에만 적용된다. 가속하지 않고 등속으로 움직이는 관측자들. '특수'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가 바로 이 제약이다.
마흐의 영향을 받은 아인슈타인은 관성계가 특권적 지위를 가져야 할 이유가 없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모든 기준계에 적용되는 일반화를 찾아 나섰다. 여기서 7년의 오디세이가 시작된다.
이제 논문의 첫 번째 핵심 반론이다. AI 커뮤니티에는 오래된 가설이 하나 있다.
창의성은 압축이다.
위르겐 슈미트후버(Jürgen Schmidhuber)가 2008년에 정식화한 "압축 진보에 이끌린다(Driven by Compression Progress)" 이론이다. 과학적 발견이란 관측을 간결하게 설명하는 짧은 프로그램을 찾는 일이고, 발견의 '기쁨'이란 복잡한 관측이 더 나은 예측을 통해 주관적으로 단순해지는 속도라는 것이다.
이 관점은 데이터가 풍부한 환경에서 실제로 성과를 냈다.
훌륭한 결과다. 그런데 논문은 묻는다. 1907년에도 이게 통했을까?
여기가 이 논문에서 가장 강력한 대목이다. 우리는 흔히 아인슈타인이 "뉴턴 역학이 무너지고 있을 때" 등장했다고 상상한다. 사실은 정반대였다.
뉴턴은 갈릴레이의 발견 — 모든 물체는 질량과 무관하게 같은 속도로 떨어진다 — 을 진자 실험으로 확인했다. 중력에 의한 운동을 쓰면
이고, 관성질량 와 중력질량 가 같다면 가속도 는 질량과 무관한 상수가 된다. 뉴턴은 을 오차 수준에서 검증했다. 그리고 이 정밀도는 세기를 거치며 계속 좁혀졌다.
알려진 이상치는 딱 하나였다. 수성 궤도의 미세한 이동 — 르베리에가 1845년에 보고한 근일점 이동이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뉴턴 법칙을 너무 신뢰한 나머지 이론을 의심하지 않았다. 대신 태양 근처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행성이 숨어 있어서 궤도를 흔든다고 가정했다. 그 행성에는 이름까지 붙었다. 벌컨(Vulcan).
직접 돌려 보자. 슬라이더를 어떻게 움직여야 "시공간을 다시 쓰는" 선택이 이기는지 확인해 보라.
여기서 반론이 가능하다. "아인슈타인이 데이터를 압축한 건 아니지만, 가설 공간을 압축한 것 아닌가? 관성과 중력이라는 두 법칙을 하나의 틀로 통합했으니, 최소기술길이(MDL) 기준으로는 단순해진 것 아닌가?"
논문의 답은 이렇다. 논리적 단순함은 대개 사후적 성질이다.
완성된 일반상대성이론은 우아하다. 그러나 거기 도달하는 길은 복잡함과 폐기된 텐서와 틀린 방정식으로 포장되어 있었다. 압축을 목적함수로 삼는 AI는 비유클리드 기하학을 도입해 먼저 복잡해진 다음 나중에 단순해지는 경로보다, 뉴턴 중력에 벌컨이라는 파라미터를 하나 붙이는 패치를 선호할 것이다.
거기에 두 가지가 더 붙는다.
일반상대성이론을 검증한 증거들 — 에딩턴의 1919년 관측부터 상대론적 GPS 보정까지 — 은 이론이 만들어진 뒤에 도착했다. 아인슈타인은 잡음 섞인 데이터셋을 압축해 회귀 곡선을 맞춘 것이 아니라, 데이터가 아직 드러내지 않은 물리적 구조를 밝히기 위해 논리적 틀을 구축한 것이다.
로저 펜로즈의 문장이 이 장 전체를 요약한다.
"물리학자들이 그저 패턴을 알아차리는 것뿐이라는 견해를 심심찮게 듣는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그런 견해는 대단히 과녁을 빗나갔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처음 제시되었을 때, 관측적 근거에서 그 이론이 필요할 이유는 정말이지 없었다. 아인슈타인은 물리적 대상의 행동에서 '패턴을 알아차린' 것이 아니다. 그는 세계의 작동 속에 이미 숨어 있던 심오한 수학적 구조를 밝혀내고 있었다."
— 로저 펜로즈
논문은 연역에 대해서는 놀랄 만큼 관대하다. 아니, 관대하다기보다 솔직하다.
수학적 발견의 지형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정말로 바뀌었다. 의존형 이론 기반의 증명 보조기 Lean은 방대한 라이브러리(mathlib)를 갖춘 견고한 플랫폼으로 성숙했다. 그 위에서:
논문은 여기서 대담한 양보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전제를 고르는 것은 연역이 아니라는 점이다.
논문은 과학사가 존 노턴(John Norton)의 재구성을 따라 이 여정을 세 단계로 나눈다.
이 시기에 아인슈타인이 새 이론에 요구한 조건들은 다음과 같았다.
| # | 아인슈타인이 세운 요건 | 내용 |
|---|---|---|
| 1 | 일반화된 상대성 원리 | 특수상대성을 가속계까지 확장 |
| 2 | 등가원리 | 중력과 가속의 국소적 구별 불가능성 |
| 3 | 측지선 원리 | 자유낙하 물체는 시공간의 '가장 곧은 경로'를 간다 |
| 4 | "중력도 중력한다" | 중력장 자체의 에너지가 다시 중력원이 된다 → 방정식은 비선형이어야 한다 |
| 5 | 응력-에너지 텐서 | 라우에의 텐서 가 중력의 원천 |
| 6 | 일반화된 푸아송 방정식 | 의 텐서판 |
| 7 | 뉴턴 극한 | 약한 중력장·저속·정적 조건에서 뉴턴 법칙으로 환원돼야 한다 |
그리고 여기서 과학사에서 가장 뼈아픈 장면 중 하나가 나온다.
수학 파트에서 그로스만은 정답에 소름 끼치게 가까이 갔다. 그는 시공간 곡률의 올바른 척도로 리만 곡률 텐서를 지목했다. 심지어 그것을 축약해 현대의 아인슈타인 텐서와 거의 동일한 양 까지 유도해 냈다. 현대의 눈으로 보면 결승선이 코앞이었다.
그런데 두 사람은 멈췄다.
새 방정식은 7번 요건 — 뉴턴 극한 을 통과해야 했다. 그로스만은 자신들의 후보 텐서가 뉴턴 표현으로 환원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이것이 오답이었다. 오류는 기하학에 있지 않았다. 정적 장에 대한 가정 자체에 있었다. 두 사람은 한참 뒤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된다.
길이 막혔다고 믿은 아인슈타인은 그 방향을 포기했다. 그리고 순전히 물리적 단서 — 보존 법칙, 정적 장에 대한 자신의 이전 작업 — 만으로 장방정식을 짜맞추기 시작했다. 결과는 엉망이었다. 하나의 단순한 뉴턴 방정식 대신, 기하학적 의미가 불분명한 열 개의 복잡한 비선형 방정식이 나왔다. 이 우회로가 이론을 2년 더 지연시켰다.
1915년 여름, 증거들이 옛 이론에 불리하게 쌓였다. 수성의 궤도를 설명하지 못했고, 회전 운동을 다루지 못했으며, 1914년 말에 시도한 유일성 증명마저 결함이 있었다.
절박해진 아인슈타인은 Entwurf의 '적응된 좌표계'를 버리고 1912년의 직관으로 돌아갔다. 이론은 모든 좌표계에서 작동해야 한다.
그리고 아인슈타인 생애에서 가장 격렬한 한 달이 시작된다. 다비트 힐베르트가 같은 문제를 풀려고 경주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극받아, 그는 4주 연속으로 매주 프로이센 학술원에 새 논문을 제출했다.
왼쪽은 계량 텐서로 결정되는 시공간의 기하학(곡률)이고, 오른쪽은 물질과 에너지다. 물질이 시공간에게 어떻게 휘라고 말하고, 시공간이 물질에게 어떻게 움직이라고 말한다.
논문은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얹는다. 연역 엔진에는 의도가 없다.
형식 정리 증명에서는 목표가 명확하다. 특정한 미해결 추측을 증명하는 것.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정리를 증명하려던 것이 아니라 실재의 예측 모형을 구축하려던 것이었다. 수성의 근일점이라는 검증 표적이 있긴 했지만, 그것은 당시 그렇게 중요하게 여겨지지도 않았다. 결정적 검증 — 에딩턴이 태양 근처를 지나는 별빛의 휘어짐을 측정한 것 — 은 이론이 세워지고 몇 년 뒤에야 도착했다.
연역(A → S)은 엄격히 하류 공정이다. 이론의 논리적 귀결을 펼쳐 줄 뿐, 공리를 생성할 상류 역량도, 그것을 검증할 외부 접지도 갖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아인슈타인은 어떻게 등가원리를 만들어냈나.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마음은 어떻게 새 공리를 빚어내는가.
논문의 답은 조작적 가추(Manipulative Abduction)다. 인지과학자 로렌초 마냐니(Lorenzo Magnani)가 정식화한 개념으로, 체화된 시뮬레이션(embodied simulation) — 정신적 모형과 능동적으로 상호작용하며 '행함으로써 생각하기'로 가설을 만들어내는 과정 — 에 기반한다. 순수한 연역으로는 닿을 수 없는 지식에 접근하는 방식이다.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과 중력을 관측을 모아서 잇지 않았다. 밀폐된 공간 안에 있는 관측자의 물리적 느낌을 시뮬레이션해서 이었다.
논문은 사고실험을 두 단계로 분해한다.
여기서 두 번째 단계는 오늘날의 벤치마크가 이미 측정하고 있다. ARC-AGI에서 모델은 두세 쌍에서 다섯 쌍 정도의 희소한 격자 예시로부터 숨은 규칙을 추론해야 한다. 데이터가 통계적 귀납에는 너무 적고, 연역에 필요한 명시적 지시도 없다. 그래서 풀이자는 가장 그럴듯한 설명으로 가추적 도약을 해야 한다.
첫 번째 단계, 즉 진전을 위해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현대 AI의 언어로는 테스트 타임 강화학습으로 볼 수 있다. 문제의 새 변형을 발명하고 그것을 푸는 법을 배우는 전략인데, 실제로 성과가 있었다. 체스의 펜로즈 포지션을 푸는 데 성공했고(Zahavy et al. 2024 — 저자 자신의 이전 연구다), IMO 은메달 수준에도 도달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차이가 남는다.
아인슈타인이 마주한 것은 논문의 표현으로 "언어 공간의 침묵"이었다. 선행하는 기호적 표상이 없었다는 뜻이다. 아인슈타인 자신의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쓰이거나 말해지는 단어나 언어는 내 사고 메커니즘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 것 같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그 공백을 메운 것이 물리적 사전(physical prior) — 중력이라는 감각이었다. 아인슈타인은 그 감각을 이용해 가능한 공리들의 탐색 공간을 쳐냈다.
이제 논문은 LLM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가장 날카로운 비유를 꺼낸다.
LLM은 귀납에는 탁월하지만, 기호를 물리적 실재에 접지시키는 감각적 행위성(sensory agency)이 없다. 그것들은 고차원의 "중국어 방"으로 작동한다. 스티븐 하나드(Stevan Harnad)가 1990년에 정식화한 기호 접지 문제(symbol grounding problem)가 여기서 소환된다. 물리학의 언어를 조작하되, 그 언어에 의미를 부여하는 물리적 지시체에는 접근하지 못한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공리를 떨어지는 몸의 물리적 경험에 접지시킬 수 있었다. LLM은 기존 텍스트의 논리적 연역에 갇혀 있다.
이 진단은 최근 AI 비판의 흐름과 정확히 맞물린다.
지각하거나 상호작용할 능력 없이, LLM은 걸음마쟁이에게도 쉬운 공간 추론 과제에서 헤맨다.
여기가 이 논문에서 가장 실무적으로 중요한 구분이다. 논문은 시각적 예측과 상호작용적 시뮬레이션을 날카롭게 갈라놓는다.
| 구분 | 수동적 비디오 예측 | 행동 제어형 생성 환경 |
|---|---|---|
| 대표 사례 | Veo 계열 | Genie 계열 |
| 겉보기 | "직관적 물리"를 갖춘 것처럼 보인다 | 게임처럼 조작 가능한 세계 |
| 실제로는 | 떨어지는 사과를 정확히 그리는 것은 중력을 모형화해서가 아니라, '떨어짐'이 학습 분포의 지배적 연속이기 때문 | 행동 공간을 학습했기에 에이전트의 개입이 가능하다 |
| 사고실험 가능? | 엘리베이터 영상을 보는 것까지 | 엘리베이터의 케이블을 끊을 수 있다 |
그리고 논문은 한 걸음 더 나간다. 그런 상호작용 환경의 미래 버전 — 픽셀이 아니라 일관된 잠재 물리 다양체 위에서 작동하는 환경 — 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때 비로소 가추적 도약을 신비한 통찰에서 재현 가능한 알고리즘 과정으로 바꿀 합성 실험실이 생긴다.
아래에서 각 단계가 사고실험의 어느 요건까지 충족하는지 직접 확인해 보자.
2026년 현재, AI for Science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런데 논문은 오늘날의 최전선 시스템들이 오히려 가추 격차를 증명한다고 본다.
각 시스템이 E·J·A·S 순환의 어디를 덮는지 직접 켜 보자. 거의 전부가 A와 S에 몰려 있고, J 구간은 비어 있다는 것이 한눈에 보인다.
좋은 포지션 페이퍼는 반박당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 논문도 예외가 아니고, 저자 본인이 가장 먼저 그렇게 말했다.
"LLMs can't jump"는 증명된 명제가 아니다. 본문의 표현은 "구조적으로 무능하다(structurally incapable)"인데, 이것은 강한 단어다. 그러나 논문이 제시하는 것은 반례 하나(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한 정성적 재구성이지, 불가능성 정리가 아니다. 논문을 읽을 때는 제목보다 초록의 마지막 문장 — "물리적으로 일관된 다중모달 세계 모델이 필요한 감각적 접지를 제공한다고 제안한다" — 을 중심에 두는 편이 정확하다.
논문은 귀납을 통계적 패턴 학습과 데이터 압축에 가깝게 그린다. 그러나 실제 과학적 귀납에는 사전 지식, 단순성 선호, 설명력, 유추, 개념적 긴장이 모두 섞여 들어간다. 어디까지가 "패턴을 알아차린 것"이고 어디부터가 "설명을 발명한 것"인지는, 논문이 보여 주는 것보다 훨씬 연속적이다.
논문 자신이 배경 절에서 인정하는 것처럼, 1907년의 아인슈타인 앞에는 이미 여러 긴장이 놓여 있었다.
논문 스스로도 이 개념적 모순에 대해서는 "현대 AI가 문헌의 비일관성을 탐색하도록 최적화되면 이 모순을 식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인정한다. 다만 "오류를 식별하는 것과 수정을 생성하는 것은 다르다"고 선을 긋는다. 이 선이 얼마나 튼튼한지는 열린 질문이다.
몸이 있고 시뮬레이션이 된다고 아인슈타인급 발견이 나오지는 않는다. 최소한 이런 것들이 더 필요하다.
마지막 문단에서 저자는 스스로 울타리를 친다. 이 제안은 물리과학에 특별히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연구 대상이 외부의 물질적 실재인 분야에서는 세계가 시뮬레이션의 기질이 된다. 그러나 수학이나 컴퓨터과학 같은 추상 영역에서는 '감각 경험(E)'이 고차원 위상이나 일반성·최소성 같은 다른 목표에 접지될 수 있다.
가추적 도약의 필요성은 보편적이지만, 시뮬레이션의 성격은 분과의 존재론에 맞춰 달라져야 한다. 물리학의 기질은 세계이고, 수학의 기질은 형식 체계의 추상적 지형이다.
이것은 상당히 중요한 유보다. 소프트웨어·수학·알고리즘 영역에서 AI가 만들어내는 성과에 이 논문을 그대로 갖다 붙이면 과잉 일반화가 된다.
저자는 반증 가능한 예측을 제시하지 않는다. "세계 모델을 붙이면 도약이 나온다"는 것도 아니고, "이런 벤치마크에서 이런 점수가 나오면 도약이다"라는 것도 아니다. 이 글은 가설과 방향이지 결과가 아니다. 그 점을 알고 읽으면 유용하고, 모르고 읽으면 과장된다.
논문의 프레임을 실무로 가져오면, 가장 쓸모 있는 것은 세 개의 층을 구분하는 습관이다. 이 구분을 놓치면 "AI가 창의적이냐"는 무익한 논쟁으로 빠지고, 이 구분을 잡으면 조직의 시간 배분이 바뀐다.
| 층 | 1층 · 생성 | 2층 · 기존 공간 안의 가추 | 3층 · 표현 체계의 발명 |
|---|---|---|---|
| 무엇인가 | 이미 있는 형식 안에서 문장·코드·문서를 만든다 | 놀라운 결과에 설명을 붙이되, 재료는 아는 개념들 | 문제를 담을 좌표계 자체를 새로 만든다 |
| 실무 예 | 요약, 초안, 마이그레이션, 테스트 작성 | 장애 원인 추정, 이탈률 급증의 가설, 진단 지원 | 새 지표 정의, 이름 없는 문제의 정의, 새 제품 범주 |
| AI의 현재 | 사실상 완결 | 후보 발산에 탁월 | 논문이 지목한 공백 |
| 사람의 역할 | 기준 설정과 검수 | 수렴과 검증 | 여기가 남는 자리 |
| 조직의 함정 | 여기 시간을 많이 쓰면, 그 시간은 곧 사라진다 | 발산만 하고 수렴 기준이 없으면 소음이 된다 | 성과가 늦게 보여 가장 먼저 잘린다 |
지난 한 달에 실제로 시간을 쓴 항목을 골라, 우리 팀의 분포를 확인해 보자.
논문의 결론은 담담하다.
오늘날 AI가 던진 질문 — 아인슈타인이 갖고 있던 지식을 그대로 주면, 현대 인공지능이 일반상대성이론을 발명할 수 있는가 — 에 대해, 현재의 대규모 언어 모델에 관한 한 답은 아니오다.
귀납은 통계적 압축으로 기계화되었다. 연역은 형식 검증으로 기계화되었다. 그러나 이 둘만으로는 과학적 발명의 순환이 굴러가지 않는다. 압축으로서의 창의성 가설은 어디에나 오차 신호가 있다고 전제하지만, 뉴턴의 패러다임에는 그런 위기가 없었고, 일반상대성이론을 검증할 데이터는 이론이 만들어지고 몇 년 뒤에야 도착했다.
아인슈타인은 기호를 탐색해서 일반상대성이론을 발견하지 않았다. 떨어지는 관측자의 감각적 경험을 시뮬레이션해서 발견했다.
그리고 논문이 제안하는 길은 배제가 아니라 결합이다. LLM을 버리라는 것이 아니라, LLM이 경험하고 개입할 수 있는 세계에 연결하라는 것이다.
1907년 베른의 그 심사관에게는 실험실도, 연구비도, 조교도 없었다. 있었던 것은 떨어지는 사람을 상상할 수 있는 머리 하나였다. 그가 한 일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정답이 놓일 좌표계를 새로 그리는 것이었다.
이 논문이 던지는 질문은 결국 이것이다. 우리가 만드는 기계는 좌표계 위에서 가장 빠르게 달리는 존재인가, 아니면 언젠가 좌표계를 다시 그릴 존재인가.
지금으로서는, 달리기는 이미 우리보다 빠르다. 그리고 그림 그리는 손은 아직 우리 것이다.
| 용어 | 한 줄 정의 | 왜 중요한가 |
|---|---|---|
| 도약 (Jump, J) | 감각 경험(E)에서 공리(A)로 건너뛰는 비논리적 구간 | 논문이 유일하게 문제 삼는 구간 |
| 가추 (Abduction) | 놀라운 결과를 설명할 원인을 발명하는 추론 | 세 추론 중 유일하게 새것을 만든다 |
| 조작적 가추 | 체화된 시뮬레이션에 개입하며 가설을 만드는 방식 | '행함으로써 생각하기' — 도약의 실제 메커니즘 |
| 등가원리 | 국소적으로 중력과 가속은 구별되지 않는다 | 엘리베이터 사고실험의 산물, 일반상대성의 출발점 |
| 기호 접지 문제 | 기호가 실제 지시체와 연결되지 않는 문제 (Harnad, 1990) | "고차원 중국어 방"이라는 진단의 근거 |
| 압축으로서의 창의성 | 발견 = 관측을 짧게 설명하는 프로그램 찾기 (Schmidhuber, 2008) | 논문이 반박하는 주 표적 |
| 반사실적 개입 | 일어나지 않은 조건을 실행해 결과를 보는 것 (Pearl) | 세계 모델이 갖춰야 할 결정적 성질 |
| 벌컨 행성 | 수성 궤도 이상을 설명하려 가정된, 존재하지 않는 행성 | 압축 엔진이 택할 법한 '싼 해법'의 상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