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언어다 (1편) 수: '많이'를 480으로 바꾸는 순간, 그리고 수가 스스로 자라난 이야기
테런스 타오의 여섯 기둥 중 첫 번째, 수. 2만 년 전 뼈에 새긴 눈금에서 양자역학의 복소수까지, 수는 '양·크기·규모를 휴대 가능하게 만든 자리표시자'였고 동시에 스스로 자라나는 체계였다. 양 3마리에서 4마리를 뺄 수 없는데 왜 음수가 발명됐는지, '무리수'가 왜 '미친 수'라는 뜻이었는지, 그리고 회의실에서 '많이'를 480으로 바꾸는 일이 왜 논쟁을 계산으로 바꾸는지를 인터랙티브와 함께 다룬다.
▲ 이샹고 뼈(Ishango bone).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발견된 약 2만 년 전의 개코원숭이 뼈로, 세 줄로 새겨진 눈금 묶음이 남아 있다. 눈금의 배열(예: 11·13·17·19)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논쟁 중이지만, 문자보다 훨씬 앞선 '세기'의 흔적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사진: Joeykentin,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타오는 수를 이렇게 소개한다. "알파벳이나 다른 문자보다 앞선 뼈의 새김 기록이 있고, 여러 문명이 여러 번 독립적으로 발명했다." 여러 번 독립적으로 발명됐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수는 누군가의 천재적 고안이 아니라, 사람이 사물을 다루다 보면 반드시 필요해지는 것이었다.
우리는 수를 배우기 전에도 '많다, 적다, 크다, 작다'를 안다. 아기도 두 개와 세 개를 구별하고, 동물도 어림수 감각(numerosity)이 있다. 그러니 수의 직관은 이미 우리 안에 있다. 수학이 덧붙인 것은 그 직관을 정밀하게 말하는 방법이다.
1.2 그런데 사람은 수로 생각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
여기에 역설이 있다. 타오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사실 수로 생각하도록 배선되어 있지 않다. 정량적으로 생각하는 능력 — 어떤 행동의 편익과 비용을 둘 다 측정하고 어느 쪽이 큰지 보는 능력 — 이 없으면, 나중에 후회할 인생의 선택을 하게 된다. 아주 적은 이득을 위해 많은 자원을 쓰는 것이다."
어림수 감각은 타고나지만, '480'과 '520'을 구별하고 그 차이가 8%라는 것을 아는 능력은 배워야 한다. 그리고 그 능력이 없으면 우리는 큰 것과 작은 것을 뒤바꾸고, 드문 것을 흔하다고 느끼고, 비용을 편익으로 착각한다. 이것이 이 편의 실용적 주제다.
제2장: 언어가 되는 순간 — 시적으로 말하기의 비용
2.1 "사람이 많이 왔다"
타오가 수의 가치를 설명하는 방식은 언어학적이다.
"수가 없었다면 우리는 어떤 상황을 기술할 때 늘 시적으로 말해야 했을 것이다. 언제나 조금 부정확하고, 그 말을 전달하는 다음 사람은 조금 다르게 이해할 것이다."
행사가 끝나고 담당자가 "사람이 많이 왔어요"라고 보고한다. 듣는 사람은 각자 다른 그림을 그린다. 지난달 행사를 기억하는 사람은 '그때보다 많았다는 건가?', 예산을 쥔 사람은 '많다는 게 200명인가 800명인가?', 다음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은 '그래서 부스를 몇 개 준비해야 하지?' 한 문장이 세 사람에게 세 개의 다른 의미가 된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다시 남에게 전하면 의미는 또 갈라진다. 이것이 '시적으로 말하기'의 비용이다.
"480명이 왔어요"는 다르다. 이 한 숫자가 세 가지를 동시에 가능하게 한다.
비교
지난달 320명 대비 +50%. 목표 500명 대비 96%. '많이'로는 절대 나오지 않는 문장.
계산
8시간 행사였으니 시간당 60명. 기념품 480개, 안내 인력 시간당 60명을 응대할 수 있는 수. 숫자는 다른 숫자와 결합해 새 숫자를 낳는다.
전달
현장에 없던 사람, 다음 분기의 담당자, 3년 뒤의 후임도 같은 그림을 그린다. 타오의 표현으로 "대상을 직접 보지 못한 사람에게도 전달할 수 있는 휴대 가능한 것".
2.2 문명은 수 위에 세워졌다
타오는 조금 시니컬하게 덧붙인다. "농업이나 교역 같은 기본적인 것들은 대량의 곡물을 측정하는 수 없이는 일어날 수 없었다. 그리고 실제로 세금을 거두는 능력 — 불행히도 세금 없이 문명은 존재할 수 없다 — 그것은 수학과 수를 요구한다."
기록으로 남은 가장 오래된 문자들(메소포타미아의 점토판)의 대부분이 곡물·가축·노동의 장부라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수는 시(詩)보다 먼저 행정의 언어였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그렇다. 조직의 모든 의사결정은 어느 단계에서 숫자로 바뀐다. 바뀌지 않는 결정은 "누가 목소리가 큰가"로 정해진다.
2.3 그러나 모든 것이 정량적이지는 않다
"물론 모든 것이 정량적이지는 않다. 데이트를 가려면 상대의 비용과 편익을 측정하면 안 된다. 어떤 것들은 여전히 매우 주관적이고 개인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현대 세계에는 — 예컨대 금융이나 의료에서 — 정량적 사고가 매우 도움이 되는 결정이 점점 많아진다."
이 균형 감각을 기억해 두자. 이 시리즈는 '모든 것을 숫자로'가 아니다. 숫자로 바꿔야 할 것을 시적으로 말하고 있는 지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제3장: 수는 스스로 자라난다
이 편의 가장 아름다운 대목이다. 타오는 수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생명을 얻는" 과정을 양치기 이야기로 시작한다.
3.1 양 3마리에서 4마리 빼기
"양을 세고 있다면, 양을 더하고 싶을 때도 있고 빼고 싶을 때도 있다. 그래서 곧 덧셈과 뺄셈이라는 개념이 생긴다. 그런데 세는 수 — 1, 2, 3, 4 — 만 있으면, 이 수들은 언제나 더할 수 있지만 언제나 뺄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3에서 4를 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 양 3마리에서 4마리를 가져갈 수는 없다. 하지만 수 자체의 패턴이 너무 규칙적이어서, 산술의 규칙을 그냥 맹목적으로 적용하면 3에서 4를 빼서 새로운 수를 얻을 수 있어야 할 것처럼 느껴진다.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사람들은 음수를 발명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핵심 문장은 "패턴이 너무 규칙적이어서"다. 음수는 현실에서 발견된 것이 아니다. 양 −1마리는 어디에도 없다. 음수는 규칙을 끝까지 따라갔을 때 있어야 하는 자리에서 발명됐다. 그리고 타오가 강조하는 검증 기준은 이것이다. "a에서 b를 빼고 다시 b를 더하면 a가 된다 — 이것이 산술의 법칙 중 하나이고, 음수가 있어도 여전히 성립한다." 기존 법칙이 그대로 유지되는 확장만이 살아남는다.
3.2 0, 분수, 그리고 '미친 수'
같은 방식으로 수 체계는 계속 자랐다.
0 — "0이 수 체계에 좋은 추가라는 것을 깨닫는 데 오래 걸렸다." 아무것도 없음을 하나의 수로 인정하는 일은 철학적 도약이었다.
분수 — 나누기를 언제나 가능하게 하려면 필요했고, "수 체계에 아주 잘 맞아 들어갔다."
무리수 — 그리고 충격이 왔다. "우리는 이 모든 분수들 사이에 어딘가 또 다른 수가 있음을 발견했다. 2의 제곱근처럼 어떤 비율로도 표현할 수 없는 수. 이것은 큰 충격이었다 — 이 수들은 문자 그대로 비이성적인(irrational) 수라 불리는데, 이는 라틴어로 '미친(insane)'이라는 뜻이었다. '불합리한'이 아니라." 정사각형의 대각선 길이는 유한한 종이에 모든 자릿수를 적을 수 없다. 그래도 존재하고, 매우 유용하다.
복소수 — "결국 음수의 제곱근을 취하려 했고, 일반 수 체계에서는 할 수 없었기에 복소수를 발명했다. 그리고 그것은 전자기학과 양자역학에 극도로 유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래 위젯에서 계산을 하나 고르면 그 답이 존재하는 가장 작은 수 체계에 불이 켜진다. 각 단계에서 어떤 법칙이 유지되는지도 함께 보라.
3.3 비합리적 효과성의 첫 사례
타오는 이 대목을 인터뷰 전체의 큰 주제와 연결한다.
"이 수 체계들은 종종 방정식을 더 잘 풀고 실용적인 문제를 더 잘 풀기 위해서 발명됐는데, 결국 양자역학처럼 아주, 아주 복잡한 실세계 현상을 기술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언어가 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복소수는 16세기 이탈리아 수학자들이 3차 방정식을 풀다가 계산 중간에 나타나는 '있을 수 없는 수'를 편의상 그냥 써 본 것에서 시작했다. 그것이 300년 뒤 교류 전기회로의 표준 언어가 되고, 다시 100년 뒤 양자역학의 파동함수가 복소수 값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아무도 그것을 위해 복소수를 만들지 않았다. 규칙을 따라가다 보니 있어야 할 자리에 있었고, 자연이 그 자리를 쓰고 있었다. 이것이 0편에서 소개한 위그너의 "비합리적 효과성"이며, 이 시리즈에서 여러 번 다시 만난다.
제4장: 오늘의 일에 대입하면
4.1 회의실의 '시적 표현' 목록
조직에서 시적으로 말해지는 것들을 숫자로 바꾸는 연습은 그 자체로 강력한 진단이다.
시적으로
수로
수가 되자 가능해진 것
"반응이 좋았어요"
설문 응답 212명 중 만족 4점 이상 71%
지난 행사 63%와 비교, 목표 75%와의 격차 계산
"요즘 장애가 잦아요"
지난 30일 P1 장애 4건, 평균 복구 47분
분기 SLA 99.9%(허용 43분/월) 초과 여부 판정
"AI가 꽤 잘하던데요"
샘플 200건 중 수정 없이 통과 138건(69%), 심각 오류 3건
사람 검토 비용과 오류 비용의 비교 → 도입 결정
"금방 끝나요"
유사 작업 12건의 중앙값 3.5일, 최댓값 11일
일정 약속과 버퍼 산정
"비용이 좀 들어요"
월 240만 원, 절감되는 인건비 월 410만 원
타오가 말한 '편익과 비용 중 어느 쪽이 큰가'가 처음으로 답을 갖는다
오른쪽 열을 채우다 보면 두 가지 일이 일어난다. 첫째, 숫자를 얻기 위해 무엇을 세야 하는지 정의해야 한다. "반응이 좋다"를 세려면 설문이 필요하고, 설문 문항을 정해야 하고, '좋다'의 기준(4점 이상)을 정해야 한다. 정의하는 과정에서 팀은 처음으로 같은 것을 두고 이야기하게 된다. 둘째, 숫자가 나오면 논쟁이 계산으로 바뀐다. "잦다 / 아니다"는 싸움이지만, "4건은 SLA 안이냐 밖이냐"는 계산이다.
4.2 분모를 붙이면 수가 말을 시작한다
480명은 그 자체로는 아직 시적이다. 480이 많은지 적은지는 분모가 정해 준다. 8시간이라는 분모를 붙이면 시간당 60명이 되고, 그러면 안내 인력 한 명이 시간당 응대할 수 있는 수(예: 20명)와 비교할 수 있게 된다. 총원 480명 → 필요 인력 3명. 분모가 붙은 수를 비율(rate)이라 하고, 이것이 다음 편 대수의 입구다. 비율을 만드는 순간 우리는 이미 '수량 = 비율 × 시간'이라는 식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4.3 크기의 자릿수 — 큰 수를 다루는 법
타오는 "아주 큰 수를 다루는 것"이 수와 해석 사이의 다리라고 말한다. 여기서 실용적인 도구가 하나 있다. 자릿수(order of magnitude)로 생각하기.
서울 인구 약 1,000만 명 = 10⁷
하루 지하철 이용 약 700만 건 ≈ 10⁷
한 해 국가 예산 약 700조 원 ≈ 7 × 10¹⁴ 원
LLM 학습 토큰 수 10¹³ 규모, 파라미터 10¹¹~10¹² 규모
자릿수로 생각하면 '10배 틀린 것'과 '2배 틀린 것'을 구별할 수 있다. 기획서에서 시장 규모를 추정할 때 정확한 값보다 자릿수를 먼저 맞추는 것 — 물리학자들이 '페르미 추정'이라 부르는 것 — 이 정량적 사고의 첫걸음이다. 타오가 말하는 "편익과 비용 중 어느 쪽이 큰가"는 대부분 자릿수 수준에서 판가름 난다.
4.4 AI에게 일을 맡길 때
AI 에이전트에게 "결과가 좋으면 알려줘"라고 하면 시적 대답이 돌아온다. "테스트 통과율이 95% 미만이면 멈추고 보고해"라고 하면 계산 가능한 대답이 돌아온다. 프롬프트에서 시적 표현을 수로 바꾸는 일은 사람 간 소통에서 하던 일과 정확히 같다 — 상대가 나와 다른 그림을 그리지 않게 하는 것. 0편에서 타오가 말한 것처럼, AI가 결과를 무한히 만들어 내는 시대에 사람에게 남는 일은 무엇을 물을지 정밀하게 정하는 것이고, 그 정밀함의 첫 단위가 수다.
제5장: 흔한 오해
오해 1
"숫자가 있으면 객관적이다"
숫자는 '무엇을 셌는가'라는 선택 위에 서 있다. 만족도 71%는 응답한 212명의 71%이고, 응답하지 않은 268명은 빠져 있다. 수는 시적 표현보다 정밀하지만, 그 정밀함은 정의에 의존한다. 숫자를 받으면 "이걸 어떻게 셌나요?"를 먼저 묻자.
오해 2
"정밀한 것이 정확한 것이다"
'480.37명'은 정밀하지만 사람 수로는 무의미하다. 정밀도(자릿수)와 정확도(참값에 가까움)는 다르다. 이 구분은 5편 해석의 주제이지만, 수를 쓰는 첫날부터 알아야 한다. 유효숫자를 과장하는 보고서는 신뢰를 잃는다.
오해 3
"음수·허수는 억지로 만든 수"
타오의 기준을 다시 보라. 새 수는 기존 법칙을 하나도 깨지 않고 확장할 때만 인정받았다. 음수가 없으면 '빼고 다시 더하면 원래대로'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새 수는 억지가 아니라 규칙의 일관성이 요구한 것이다. 그리고 그 일관성이 자연을 기술하는 데 맞아 들어갔다.
균형
"모든 것을 숫자로"는 아니다
타오의 데이트 비유를 기억하자. 이 언어의 목적은 정량화가 도움이 되는 결정에서 명확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숫자로 바꾸는 것이 의미를 파괴하는 지점도 있고, 그것을 아는 것도 정량적 사고의 일부다.
셀 것을 정의한다. 무엇을 1로 셀지, 어디까지 포함할지. 정의가 어려우면 그것이 팀 안의 숨은 불일치다.
분모를 붙인다. 480명 → 시간당 60명, 4건 → 월 4건. 비율이 되어야 비교가 된다.
비교 대상을 옆에 둔다. 지난 기간, 목표, 업계 기준. 수는 혼자 있으면 다시 시적으로 읽힌다.
자릿수를 먼저 맞춘다. 정확한 값 이전에 10³인지 10⁴인지. 편익·비용의 비교는 대부분 여기서 끝난다.
'어떻게 셌나'를 함께 적는다. 숫자의 정의를 숫자 옆에 두면 오해 1이 사라진다.
숫자로 바꾸지 말 것을 정한다. 그 결정을 의식적으로 하는 것이 시적 표현을 방치하는 것과 다르다.
다음 편
2편 「대수」 — 숫자 대신 x와 y를 쓰는 순간, 우리는 계산 하나를 규칙으로 바꾼다. 그리고 규칙은 숫자보다 연산 자체를 본다. 양말과 신발은 왜 순서가 중요하고 회전은 왜 상관없는가, 행렬은 어떻게 수의 직관을 물려받아 LLM의 심장이 되었는가, 그리고 케플러가 와인 시장에서 막대 하나로 부피를 재는 상인을 보고 집에 가서 무엇을 계산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