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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맹목(AI-Blindness) — 뇌가 AI 문서를 광고처럼 건너뛰기 시작했다
2026년 8월, 한 엔지니어가 '나는 AI 맹목이 되어가고 있다'는 짧은 글을 올렸고 해커뉴스에서 228개의 댓글이 붙었다. 1998년의 '배너 블라인드니스'가 광고를 안 보이게 만들었듯, 이제 우리의 뇌는 AI 특유의 냄새가 나는 문서를 자동으로 건너뛴다. 문제는 그 문서 중에 진짜 읽어야 할 것이 섞여 있다는 점이다. 이 글은 이 개념이 왜 나왔는지, 워크슬롭·AI 슬롭·curl 버그바운티 종료·GitHub PR 킬스위치 같은 사례가 무엇을 말하는지, 그리고 AI를 써서 글을 쓰는 사람과 그것을 읽어야 하는 사람이 각각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정리한다.
코어닷투데이2026-08-2353분
들어가며: 한 엔지니어의 고백
2026년 8월, 폴란드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라파우 시메리스(Rafał Cymerys)가 자기 블로그에 짧은 글 하나를 올렸습니다. 제목은 「I'm becoming AI-blind(나는 AI 맹목이 되어가고 있다)」. 글은 길지 않습니다. 그런데 해커뉴스에 올라가자마자 235점과 228개의 댓글이 붙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이거 내 얘기다"라고 느꼈다는 뜻입니다.
"내 뇌는 AI가 만든 콘텐츠의 신호를 빠르게 알아보는 법을 배웠다. (…) 그리고 이제는 그걸 별생각 없이 무시하고 지나간다."
— Rafał Cymerys, I'm becoming AI-blind (2026)
처음에는 좋은 일처럼 들립니다. 링크드인의 공허한 자기계발 글, 내용 없는 뉴스레터, 텍스트로 가득하지만 의미는 텅 빈 웹사이트를 걸러내는 능력이 생겼으니까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 필터가 직장에서도 작동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동료가 보낸 설계 문서를 열었는데, Claude 특유의 말투("This cuts right through it…")가 첫 문단에서 보이는 순간 뇌가 '아, 이건 복붙이네'라고 판단하고 스크롤을 내려버립니다.
20쪽짜리 마케팅 자료에는 꽤 괜찮은 전략이 들어 있었지만, 중간중간 기술적으로 틀린 서술이 섞여 있었고, 그는 그걸 끝까지 읽지 않았습니다.
기술 요구사항 문서는 단순한 개념을 장황하게 늘어놓으면서, 중간에 LLM의 내부 추론처럼 보이는 불확실한 문장이 튀어나왔습니다.
휴가지 식당 메뉴판의 키슈 사진은 AI가 만든 것이었고, 자세히 보니 곰팡이가 핀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는 그 식당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 현상을 배너 블라인드니스(banner blindness)에 빗댔습니다. 1990년대 말부터 웹 사용자들이 광고처럼 생긴 것은 아예 보지 않게 된 현상입니다. 지금 우리 뇌는 'AI처럼 생긴 글'에 대해 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다음을 다룹니다.
이 개념이 어디서 왔는지 — 1998년 배너 블라인드니스 연구부터 2025년 '슬롭(slop)'이 올해의 단어가 되기까지
뇌가 무엇을 보고 AI 글을 알아보는지 — 위키백과 AI 정리 프로젝트가 수천 건을 검토하며 정리한 '지문' 목록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 워크슬롭 연구, curl 버그바운티 종료, GitHub의 PR 킬스위치 검토, tldraw의 외부 PR 전면 차단
이것이 왜 단순한 취향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비용 문제인지
AI로 글을 쓰는 사람과 그것을 읽는 사람이 각각 실무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1부. 개념의 뿌리 — 1998년, 사람들은 광고를 보지 않기 시작했다
배너 블라인드니스의 발견
1998년 라이스대학교의 얀 파네로 벤웨이(Jan Panero Benway)와 데이비드 레인(David Lane)은 이상한 실험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제목부터 역설적입니다. 「Banner Blindness: The Irony of Attention Grabbing on the World Wide Web(배너 블라인드니스: 월드와이드웹에서 주의 끌기의 아이러니)」.
실험 참가자들에게 웹 페이지에서 특정 정보를 찾게 했습니다. 그런데 그 정보가 배너처럼 생긴 영역에 들어 있으면, 사람들은 그걸 찾지 못했습니다. 크고, 밝고, 눈에 띄게 만들수록 더 못 찾았습니다. 페이지에서 가장 눈에 띄도록 설계된 요소가 가장 안 보이는 요소가 된 것입니다. 광고가 아닌 배너를 기억해 낸 비율은 24%에 불과했습니다.
닐슨 노먼 그룹(Nielsen Norman Group)은 이후 1997년부터 2024년까지 거의 30년에 걸쳐 아이트래킹 연구로 이 현상을 확인했습니다. 시선 히트맵을 보면, 사용자의 시선은 배너 영역을 정확히 피해서 지나갑니다. 광고를 보고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시선이 가지 않습니다.
핵심은 학습된 무시(learned inattention)입니다. 뇌는 에너지를 아끼는 기관입니다. "이 위치, 이 모양, 이 색깔의 것은 지금까지 99번 쓸모가 없었다"는 경험이 쌓이면, 100번째부터는 처리 자체를 건너뜁니다. 이것은 의식적 결정이 아닙니다. 시스템 1의 영역, 즉 빠르고 자동적이며 노력이 들지 않는 처리입니다. 그래서 "그 배너에 당신이 찾던 정보가 있었어요"라고 말해 줘도 사람들은 놀랍니다. 자신이 그것을 무시했다는 사실조차 모르기 때문입니다.
배너 블라인드니스에는 세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 1
식별 가능한 패턴 — 광고는 위치(상단 배너), 모양(가로로 긴 직사각형), 스타일(화려한 색, 움직임)로 한눈에 구분된다
조건 2
반복된 무가치 경험 — 그 패턴을 따라가 봤더니 거의 매번 내가 원하던 것이 아니었다
조건 3
높은 노출 빈도 — 하루에 수십, 수백 번 마주친다. 학습이 빠르게 굳어진다
이제 이 세 조건을 2026년의 AI 생성 텍스트에 대입해 보겠습니다.
2026년, 같은 일이 텍스트에서 일어나고 있다
조건 1 — 식별 가능한 패턴. LLM이 생성한 글에는 특유의 문체가 있습니다(2부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긴 대시(—)의 과다 사용, "단순한 X가 아니라 Y입니다" 식의 부정 병렬 구문, 정확히 세 개씩 나열하는 습관, 모든 단락이 요약으로 끝나는 구조. 1년만 이런 글을 읽으면 첫 두 문장에서 알아봅니다.
조건 2 — 반복된 무가치 경험. 시메리스가 말한 "텍스트로 가득하지만 의미는 텅 빈" 경험입니다. 링크드인 게시물, SEO용 블로그, 자동 생성된 뉴스레터, 댓글봇. 그 패턴을 따라 읽어 봤더니 거의 매번 새로운 정보가 없었습니다.
조건 3 — 높은 노출 빈도. 2025년 메리엄-웹스터 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슬롭(slop)'을 선정했습니다. 정의는 "보통 인공지능을 통해 대량으로 생산되는 저품질 디지털 콘텐츠." 원래 18세기에 '진흙탕'을 뜻하던 이 단어가 19세기에 '돼지 먹이 찌꺼기'가 되었다가, 2025년에 우리 피드를 채우는 것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소셜 미디어 분석 회사 Brand24의 2026년 조사에서는 AI 생성 콘텐츠 언급의 48%가 부정적이었고, 그중 35%에 'AI 슬롭'이라는 표현이 등장했습니다.
세 조건이 모두 충족되었습니다. 그러니 배너 블라인드니스가 일어난 것과 같은 메커니즘으로 AI 블라인드니스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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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배너 블라인드니스는 광고주의 문제였다. 사용자는 광고를 안 봐도 손해가 없었다. 하지만 AI 블라인드니스는 다르다. 건너뛴 문서 안에 내 업무에 필요한 정보가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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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 차이
광고는 '외부'에서 왔고 피하면 그만이었다. AI 문서는 '내 동료'가 보낸 것이고, 그 안에 그 동료의 의도와 결정이 들어 있다. 무시하면 협업이 끊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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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
그래서 이 현상은 '독자의 피로'가 아니라 '조직의 통신 채널 붕괴'로 봐야 한다. 보낸 사람은 보냈다고 생각하고, 받은 사람은 읽지 않았다.
2부. 뇌는 무엇을 보고 AI 글을 알아보는가
"AI 글을 사람이 구별할 수 있는가"는 학계에서 논쟁 중인 주제입니다. 2025년의 한 연구에서는 일반인의 식별률이 거의 무작위 수준이었습니다. 5분간 대화한 뒤 GPT-4o의 텍스트를 사람이 쓴 것으로 오인한 비율은 77%였습니다. 하지만 같은 연구에서 LLM을 많이 써 본 사람의 정확도는 약 90%였습니다. 시메리스도 이 점을 지적합니다. "적어도 노력을 들이지 않은 결과물이라면, 구별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관건은 '노력을 들이지 않은 결과물'입니다. 프롬프트 한 줄로 뽑아서 그대로 붙여 넣은 글에는 지문이 남습니다. 그 지문의 목록을 가장 체계적으로 정리한 곳이 위키백과입니다.
위키백과 AI 정리 프로젝트의 '징후 목록'
2023년부터 위키백과의 WikiProject AI Cleanup은 신규 문서와 편집 중 공개되지 않은 AI 생성 콘텐츠를 검토해 왔습니다. 수천 건의 신고 문서를 훑으면서 반복되는 패턴을 정리한 것이 「Wikipedia:Signs of AI writing(AI 글쓰기의 징후)」 문서입니다. 1만 5천 단어가 넘는 이 가이드는 2025년 하반기에 "위키백과가 최고의 AI 글 탐지 가이드를 만들었다"는 평가와 함께 널리 퍼졌습니다.
중요한 전제가 있습니다. 이 문서는 "이 징후들이 있다고 AI가 썼다는 증거는 아니다"라고 못 박습니다. LLM은 사람의 글로 학습했으므로, 사람도 이런 습관을 가질 수 있습니다. 징후는 '문제 자체'가 아니라 '문제의 신호'이며, 진짜로 확인해야 할 것은 출처의 신뢰성, 중립성, 사실 정확성입니다. 이 전제를 기억하면서 주요 패턴을 보겠습니다.
범주
징후
예시
왜 문제인가
의미 부풀리기
"중요한 전환점", "더 넓은 흐름", "지속적인 유산"
"이 출시는 업계의 중요한 전환점을 상징한다"
구체적 사실 대신 일반적 의미 부여로 채움
홍보성 형용사
vibrant, groundbreaking, rich heritage, nestled
"활기찬 생태계 속에 자리 잡은 혁신적인…"
여행 안내서처럼 읽힘, 중립성 상실
모호한 귀속
"전문가들은",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여러 출처가"
출처 하나를 "여러 출처"로 표현
검증 불가능한 족제비 표현(weasel wording)
부정 병렬 구문
"단순한 X가 아니라 Y", "X가 아니라 Y다"
"이것은 도구가 아니라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내용 없이 대비만으로 무게감을 만듦
삼항 나열
항상 정확히 세 개
"빠르고, 안전하고, 확장 가능한"
세 번째 항목은 대개 억지로 채운 것
계사 회피
"~이다" 대신 "~로 기능한다", "~로 자리매김한다"
"이 모듈은 핵심 허브로 기능한다"
단순한 사실을 마케팅 동사로 포장
'도전과제와 전망' 틀
"~에도 불구하고 ~한 과제에 직면"
끝부분의 '향후 전망' 단락
추측성 내용, 경직된 개요 구조
형식 남용
긴 대시(—), 볼드 과다, 이모지 헤더, 제목 대문자화
"핵심은 — 바로 — 이것이다"
한눈에 드러나는 가장 강한 지문
잔여물
"제 지식 기준일 때", "[인용 필요]", [oaicite], [cite: 1]
ChatGPT·Gemini 인용 마커가 그대로 남음
복붙의 직접 증거
어휘의 지문은 시간에 따라 변한다
흥미로운 점은 '어떤 단어가 AI 냄새를 풍기는가'가 모델 세대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위키백과 가이드는 이를 시기별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학술 문헌에서도 수치로 확인됩니다. 튀빙겐대학교 연구팀은 2010년부터 2024년까지 1,510만 편의 영어 생의학 초록을 분석했습니다(「Delving into LLM-assisted writing in biomedical publications through excess vocabulary」, 2024). ChatGPT 공개 이후 수백 개의 '문체 단어'가 갑자기 늘어났는데, 특히 delves, underscores, showcasing의 증가가 두드러졌습니다. 코로나19 같은 실제 사건은 내용 단어(virus, pandemic)를 늘렸지만, 2023년의 변화는 내용이 아니라 문체 단어만 늘어났다는 점에서 전례가 없었습니다. 2024년 초록 중 최소 10%는 LLM의 도움을 받아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흥미로운 부작용도 있습니다. 이제 delve라는 단어가 AI 냄새를 풍긴다는 것이 널리 알려지자, 모델 제작자들은 이 단어를 줄였고 사람들도 이 단어를 피하기 시작했습니다. 위키백과 가이드가 '표현의 수렴'이라고 부르는 현상입니다. 사람의 말이 LLM을 닮아가고, LLM은 지문을 지우려 하고, 그래서 구별은 점점 어려워집니다. 2024년에는 팟캐스트 같은 음성 콘텐츠에서도 LLM식 표현의 영향이 검출되었습니다.
그래서 뇌가 하는 일
뇌는 이 모든 목록을 의식적으로 대조하지 않습니다. 배너 블라인드니스에서 그랬듯이, 패턴 인식은 시스템 1에서 일어납니다. 첫 문단에서 긴 대시 두 개와 "단순한 ~가 아니라"를 보는 순간, 뇌는 이미 판단을 끝냈습니다. "이건 읽을 가치가 없는 종류의 것이다." 그리고 시선은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시메리스의 글에서 가장 불편한 대목은 여기입니다. 그는 이 판단이 맞을 때가 많다고 인정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문제입니다. 90% 맞는 필터는 신뢰를 얻고, 신뢰를 얻은 필터는 검토되지 않으며, 검토되지 않는 필터는 나머지 10%를 영원히 놓칩니다.
3부. 사례 — 지금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개념은 여기까지입니다. 이제 2025~2026년에 실제로 벌어진 일들을 보겠습니다. 사례마다 공통된 구조가 있습니다. 생산 비용은 0에 가까워졌는데 검토 비용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늘었다.
사례 1. 워크슬롭 — "일을 줄이지 않고 옮긴다"
2025년 9월, BetterUp Labs와 스탠퍼드 소셜미디어랩 연구팀이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AI-Generated "Workslop" Is Destroying Productivity」를 실었습니다. 그들은 새 용어를 만들었습니다. 워크슬롭(workslop): "좋은 작업물처럼 보이지만 주어진 과제를 의미 있게 진전시킬 실체가 없는 AI 생성 업무 콘텐츠."
여기서 주목할 것은 마지막 숫자입니다. 워크슬롭은 시간만 잡아먹는 것이 아닙니다. 보낸 사람에 대한 평판을 깎습니다. 받은 사람의 절반가량이 그 동료를 이전보다 덜 창의적이고, 덜 유능하고, 덜 믿을 만하다고 평가했습니다. 3분의 1은 그 사람과 다시 일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이것이 AI 블라인드니스의 조직 버전입니다. 시메리스의 뇌가 AI 냄새 나는 문서를 건너뛰듯, 조직은 워크슬롭을 보내는 사람을 건너뛰기 시작합니다. 연구팀은 MIT 미디어랩의 "AI를 도입한 조직의 95%가 측정 가능한 수익을 보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워크슬롭이 그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사례 2. curl — 7년 된 버그바운티의 종료
curl은 거의 모든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들어 있는 데이터 전송 도구입니다. 2019년부터 HackerOne에서 버그바운티를 운영해 87건의 취약점을 확인하고 10만 달러 이상을 지급했습니다.
2025년, 이 프로그램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창시자 다니엘 스텐베리(Daniel Stenberg)의 기록입니다.
2025년 7월, 제출 건수가 평소의 8배로 치솟았습니다.
실제 취약점으로 확인된 비율은 예년 15% 이상에서 5% 미만으로 떨어졌습니다.
2025년 제출의 약 20%가 그가 'AI 슬롭'이라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스텐베리가 지적한 핵심은 이것입니다. AI 슬롭은 스팸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기술 용어를 쓰고, 구체적인 함수 이름과 코드 경로를 언급하며, 그럴듯한 공격 시나리오를 서술합니다. 그래서 7명의 자원봉사 보안팀은 한 건 한 건 실제로 검증해야 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썼습니다.
"끝없이 밀려드는 슬롭 제출물은 관리에 심각한 정신적 부담을 주고, 때로는 반박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2025년 5월 즉시 차단 정책을 시도했고, 보안 안내 파일에는 "쓰레기 보고서를 보내면 차단되고 공개적으로 조롱당할 것"이라는 문구까지 넣었습니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자 2026년 1월 31일 버그바운티를 종료했습니다. Apache Log4j 프로젝트도 같은 이유로 비슷한 시기에 종료를 검토했습니다.
후일담이 있습니다. 보상금이 사라지자 슬롭은 거의 사라졌고, 2026년 3월 curl은 HackerOne으로 돌아왔습니다. 확인율은 15~16%로 회복되었습니다. 하지만 전체 제출량은 2025년의 두 배, 즉 예년의 네 배 수준으로 늘어난 채 그대로입니다. 노이즈는 줄일 수 있었지만, 검토해야 할 총량은 줄지 않았습니다.
사례 3. GitHub — "풀리퀘스트 킬스위치"를 검토하다
2026년 2월, 『The Register』는 GitHub이 풀리퀘스트를 아예 끄거나 협업자에게만 허용하는 기능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GitHub 프로젝트 매니저 카밀라 모라에스의 설명은 "기여자들이 프로젝트 품질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기여물을 검토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쓰고 있다"였습니다.
현장의 목소리는 더 직접적입니다.
Xavier Portilla Edo(Voiceflow, Genkit 메인테이너): "AI로 만든 PR 10개 중 정당한 것은 1개다."
Jiaxiao Zhou(Microsoft Azure, SpinKube): "리뷰의 신뢰 모델이 깨졌다." 리뷰어는 더 이상 '작성자가 자기 코드를 이해하고 있다'고 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한 줄 한 줄 읽는 수밖에 없는데, 이것은 AI가 만들어내는 대량의 변경 규모에 맞춰 확장되지 않습니다. 인지 부하는 줄어든 것이 아니라 늘었습니다.
Chad Wilson(GoCD 메인테이너): AI 사용을 밝히지 않으면 리뷰어는 자기도 모르게 "AI에게 프롬프트를 넣어주는 사람"이 되어 버립니다.
가장 극단적인 대응은 그림 편집기 라이브러리 tldraw에서 나왔습니다. 창업자 스티브 루이즈는 2026년 1월부터 모든 외부 풀리퀘스트를 자동으로 닫기 시작했습니다. AI 생성 PR만이 아니라 전부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저품질 AI 제출물이 너무 많아져서, 외부 기여 큐 전체가 '읽을 가치가 없는 것'과 구별되지 않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AI 블라인드니스의 제도화입니다. 한 사람의 뇌가 AI 문서를 건너뛰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가 채널 자체를 닫습니다. 그리고 그 채널에는 진짜 기여도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
CircleCI의 2026년 데이터는 이 상황을 숫자로 보여줍니다. 기능 브랜치 처리량은 전년 대비 59% 늘었습니다. 병목은 '코드를 쓰는 것'에서 '그 코드를 합쳐도 되는지 판단하는 것'으로 옮겨갔습니다.
사례 4. 소비자 — "AI인 줄 알기 전까지는 좋아한다"
마케팅 영역의 데이터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에이전시 Fractl의 2026년 조사: "브랜드가 AI를 많이 쓰면 신뢰가 떨어진다"고 답한 소비자 비율이 2025년 20%에서 2026년 40%로 두 배가 되었습니다. 미국 소비자의 절반은 고객 접점 콘텐츠에 생성형 AI를 쓰지 않는 브랜드에서 사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크리에이터 콘텐츠에서 AI 생성물을 선호한다는 비율은 2023년 60%에서 2026년 26%로 떨어졌습니다.
Gartner 2025년 조사: 소비자의 53%가 AI 생성 검색 결과와 요약을 불신합니다.
『MarTech』가 요약한 연구의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합니다. "소비자는 AI 콘텐츠를 좋아한다, 그것이 AI라는 것을 알기 전까지는."
이것은 배너 블라인드니스와 정확히 같은 역학입니다. 1998년에 광고주들은 배너를 더 크고 화려하게 만들었고, 그럴수록 더 안 보였습니다. 2026년에 일부 브랜드는 AI 콘텐츠를 더 많이 뽑아내고 있고, 그럴수록 소비자의 필터는 더 날카로워집니다.
네 사례의 공통 구조
사례
생산 비용
검토 비용
필터의 형태
필터가 놓친 것
워크슬롭
프롬프트 한 줄
건당 1시간 56분
보낸 사람에 대한 불신
그 동료가 가진 진짜 통찰
curl
AI에게 "취약점 찾아줘"
7인 자원봉사팀의 검증
버그바운티 종료
진짜 취약점 보고의 동기
GitHub / tldraw
에이전트가 PR 자동 생성
한 줄 한 줄 리뷰
외부 PR 전면 차단
정당한 10%의 기여
소비자 콘텐츠
대량 자동 생성
소비자의 주의력
브랜드 불신, 구매 회피
실제로 좋았을 콘텐츠
마지막 열이 핵심입니다. 모든 필터는 무언가를 놓칩니다. 그리고 필터가 거칠어질수록 놓치는 것이 많아집니다. 시메리스가 "나는 AI 맹목이 되어가고 있다"고 쓴 것은 자랑이 아니라 경고였습니다.
4부. 왜 이것이 '취향'이 아니라 '비용'의 문제인가
여기까지 읽은 분 중 일부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결국 글이 좀 뻔하게 읽히는 문제 아닌가? 내용만 맞으면 되는 것 아닌가?" 세 가지 이유에서 그렇지 않습니다.
이유 1. 읽는 쪽의 비용이 쓰는 쪽으로 돌아온다
글은 통신입니다. 통신의 목적은 상대방의 머릿속에 무언가를 옮기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읽지 않으면 통신은 실패한 것이고, 그 실패의 비용은 결국 보낸 사람이 치릅니다. 설계 문서가 읽히지 않으면 설계 리뷰가 형식적으로 끝나고, 나중에 구현 단계에서 문제가 터집니다. 요구사항 문서가 읽히지 않으면 잘못된 것이 만들어집니다.
워크슬롭 연구의 42%라는 숫자를 다시 보세요. 보낸 사람은 "AI 덕분에 빨리 썼다"고 생각하는데, 받은 사람은 그를 덜 믿게 됩니다. 절약한 시간은 보낸 사람의 것이고, 잃은 신뢰도 보낸 사람의 것입니다.
이유 2. '속도 착각'이 실제 생산성을 가린다
2026년 5월 arXiv에 올라온 1,237명 규모의 사전등록 실험(「Cognitive offloading and the speedup illusion in human-AI interaction」)은 불편한 결과를 보여줍니다. 간단한 인지 과제에서 AI 도움을 받은 집단과 혼자 한 집단의 완료 시간에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참가자들은 AI가 "상당히 더 빠를 것"이라고 예측했고, 실제로 같은 시간이 걸렸는데도 주관적으로는 덜 힘들었다고 보고했습니다. 연구팀은 이것을 '속도 착각(speedup illusion)'이라 불렀습니다. 흥미롭게도 사람 조력자를 상상하게 했을 때는 이 편향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AI 블라인드니스와 연결되는 지점은 이렇습니다. 쓰는 사람은 '덜 힘들었으니 빨랐다'고 느끼고, 그래서 더 많이 생산합니다. 읽는 사람은 그 늘어난 양을 같은 시간에 처리해야 하고, 그래서 필터를 더 거칠게 만듭니다. 쓰는 쪽의 착각이 읽는 쪽의 맹목을 키웁니다.
이유 3. 필터는 한번 굳으면 되돌리기 어렵다
배너 블라인드니스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합니다. 광고 업계는 네이티브 광고, 인플루언서, 콘텐츠 마케팅 같은 우회로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배너 자체를 다시 보게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AI 블라인드니스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큽니다. 한번 "긴 대시 두 개 = 건너뛴다"가 시스템 1에 새겨지면, "이번 문서는 정말 중요하니까 읽어주세요"라는 부탁으로는 풀리지 않습니다. 시메리스가 설계 문서를 건너뛴 것은 그가 게을러서가 아니라, 그의 뇌가 이미 학습을 끝냈기 때문입니다.
5부. 실무 — AI로 쓰는 사람이 해야 할 일
이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 글의 독자 대부분은 AI로 글을 쓰는 사람이기도 하고 읽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양쪽에서 각각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리합니다. 먼저 쓰는 쪽입니다.
원칙은 하나입니다. AI를 쓰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AI 냄새가 나지 않게 쓰라는 것도 아닙니다. 읽는 사람의 시간을 내가 먼저 쓰라는 것입니다.
원칙 1. 초안을 보내지 말고 '읽은 초안'을 보내라
워크슬롭의 정의를 다시 보면 "과제를 의미 있게 진전시킬 실체가 없는" 것입니다. 실체가 없는 이유는 대부분 하나입니다. 보낸 사람도 그것을 제대로 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AI가 뽑아준 20쪽을 훑어보고 "괜찮네"라고 느낀 뒤 전달하면, 그 20쪽 안의 기술적 오류를 처음 발견하는 사람은 받는 사람이 됩니다.
실무 규칙: AI가 쓴 글을 보내기 전에, 내가 그 글의 모든 주장을 설명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설명할 수 없는 문장이 있으면 지우거나 확인합니다. GitHub 논쟁에서 나온 "작성자가 자기 코드를 이해하고 있다는 가정이 깨졌다"는 말은 문서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내가 설명할 수 없는 문장을 보내는 것은, 내 이름으로 남의 말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원칙 2. 길이를 줄여라 — AI는 늘리는 데 강하고 줄이는 데 약하다
시메리스가 받은 요구사항 문서의 문제는 "단순한 개념을 장황하게" 설명했다는 것이었습니다. LLM은 기본적으로 확장합니다. 한 줄 요청에 다섯 단락을 돌려줍니다. 그 다섯 단락 중 네 단락은 대개 맥락 설명, 의미 부여, 요약입니다.
실무 규칙: AI 초안의 길이를 절반 이하로 줄인 뒤 보낸다. 구체적으로는 다음을 삭제합니다.
첫 단락의 배경 설명("오늘날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각 절 끝의 요약("정리하면, 이 접근은 ~를 가능하게 합니다")
'도전과제와 향후 전망' 절 (내가 실제로 할 말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세 개씩 나열된 형용사의 세 번째 항목
줄이는 작업을 AI에게 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 문서를 절반으로 줄여. 사실 주장만 남기고 의미 부여와 요약은 모두 제거해"라는 지시는 잘 작동합니다. 하지만 줄인 결과를 내가 읽어야 한다는 원칙 1은 그대로입니다.
원칙 3. 맨 위에 '내가 쓴 세 줄'을 붙여라
읽는 사람의 뇌는 첫 두 문장에서 판단을 끝냅니다. 그 두 문장이 AI 냄새를 풍기면 나머지는 읽히지 않습니다. 거꾸로, 첫 두 문장이 분명히 사람이 쓴 것이면 필터가 열립니다.
실무 규칙: 문서 맨 위에 내 말로 쓴 세 줄을 둡니다.
문서 상단 템플릿 — 사람이 직접 쓰는 부분
무엇을 결정해야 하는가
이 문서는 결제 모듈을 분리할지 말지를 결정하기 위한 것입니다. 3절의 비용 추정이 핵심입니다.
내가 확신하는 것 / 확신하지 못하는 것
트래픽 추정(2절)은 지난 분기 실측값입니다. 마이그레이션 기간(4절)은 제 추정이고 ±50% 오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AI를 어디에 썼는가
5절의 대안 비교표 초안은 Claude로 만들고 제가 수치를 검증했습니다. 나머지는 직접 썼습니다.
세 번째 항목, AI 사용 공개는 특히 중요합니다. GoCD 메인테이너의 말처럼, 공개하지 않으면 읽는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AI 출력물을 검수하는 사람이 됩니다. 공개하면 읽는 사람은 어디에 주의를 집중할지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약점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시간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원칙 4. 틀릴 수 있는 곳을 표시하라
시메리스가 받은 마케팅 자료는 "꽤 괜찮은 전략"과 "기술적 거짓 정보"가 섞여 있었습니다. 문제는 둘이 같은 톤으로 쓰여 있었다는 것입니다. LLM은 확신하는 것과 추측하는 것을 같은 문체로 씁니다. 그래서 읽는 사람은 전부를 의심하거나 전부를 믿어야 합니다. 전부를 의심하는 쪽이 AI 블라인드니스입니다.
실무 규칙: 확신 수준을 표시합니다. "실측", "추정", "AI 제안, 미검증" 같은 꼬리표를 붙입니다. 표시된 문서는 읽는 사람이 검증 노력을 '미검증' 부분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이것은 워크슬롭의 1시간 56분을 20분으로 줄이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입니다.
원칙 5. 코드라면 — 설명할 수 있는 만큼만 보내라
curl과 GitHub 사례의 교훈은 분명합니다. 받는 쪽이 한 줄 한 줄 읽어야 하는 상황에서, 규모가 커질수록 채널은 닫힙니다.
실무 규칙:
PR 하나에 하나의 의도. 에이전트가 한 번에 만든 20개 파일 변경을 그대로 올리지 않습니다.
PR 설명은 내가 씁니다. "무엇을, 왜, 어떻게 검증했는지"를 내 말로 적습니다. 에이전트가 쓴 설명은 대개 '무엇을'만 있고 '왜'가 없습니다.
질문을 받으면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오픈소스 메인테이너들이 가장 자주 지적하는 것은 "제출자가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답하지 못할 코드는 보내지 않습니다.
프로젝트의 AI 정책을 먼저 읽습니다. 2026년 현재 많은 프로젝트가 CONTRIBUTING.md에 AI 사용 규칙을 명시합니다. 공개를 요구하는 곳에서는 공개합니다.
AI 초안 생성
→
내가 전부 읽고 설명 못 하는 문장 삭제
→
절반으로 압축
→
상단 세 줄 + 확신 표시 AI 사용 공개
→
전송
6부. 실무 — AI 문서를 읽어야 하는 사람이 해야 할 일
이제 반대쪽입니다. 시메리스의 고백은 읽는 쪽의 문제였습니다. 필터가 생겼고, 그 필터가 중요한 것을 놓친다는 것을 스스로 알아차렸습니다. 알아차린 것 자체가 첫 번째 해법입니다. 배너 블라인드니스의 피험자들은 자신이 배너를 무시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원칙 1. 필터가 작동하는 순간을 알아차려라
뇌가 "이건 AI네"라고 판단하고 스크롤을 내리려는 순간을 잡습니다. 이것은 메타인지의 문제이고, 연습으로 나아집니다. 구체적인 방법은 판단을 말로 바꾸는 것입니다. "이 문서는 AI가 썼으니 읽을 가치가 없다"가 아니라, "이 문서는 AI 문체다. 그런데 이 문서를 보낸 사람은 A이고, A가 이 주제로 나에게 문서를 보냈다는 것은 무언가 결정할 일이 있다는 뜻이다." 두 번째 문장까지 가면 필터는 대개 열립니다.
원칙 2. 문체가 아니라 구조를 읽어라
AI 문체는 지문이지 내용이 아닙니다. 위키백과 가이드의 전제가 그것이었습니다. 징후는 '문제의 신호'이고, 확인할 것은 사실·출처·논리입니다.
실무 규칙: AI 냄새가 나는 문서를 받으면 처음부터 읽지 않고 다음 세 가지를 먼저 찾습니다.
숫자와 고유명사. 구체적 수치, 날짜, 이름, 파일 경로, 함수 이름. 이것들은 AI가 지어내기 가장 쉽고, 따라서 가장 먼저 검증해야 하는 곳입니다. 동시에 문서 작성자가 실제로 아는 것이 무엇인지 드러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결정 요청. 이 문서가 나에게 무엇을 결정하라고 요구하는가. 그것이 없으면 읽을 필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있으면 그 결정에 필요한 부분만 읽습니다.
작성자의 목소리. 틀에서 벗어난 문장, 어색한 표현, 개인적 경험. 역설적으로 AI 문체 속의 '사람 냄새 나는 한 문장'이 가장 중요한 정보인 경우가 많습니다. 작성자가 AI 초안에 직접 손을 댄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원칙 3. 보낸 사람에게 비용을 되돌려 주되, 관계는 남겨라
워크슬롭 연구에서 받은 사람의 3분의 1은 보낸 사람과 다시 일하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조직에 손해입니다. 그 동료는 워크슬롭을 보내기 전까지는 괜찮은 동료였을 가능성이 높고, 앞으로도 함께 일해야 합니다.
실무 규칙: 읽지 않고 되돌려 보내되, 무엇이 필요한지 말합니다. "이 문서에서 내가 결정해야 할 게 뭔지 세 줄로 알려줘" 또는 "3절의 수치는 어디서 나온 거야?"처럼 구체적으로 묻습니다. 이것은 5부의 원칙 3(상단 세 줄)을 받는 쪽에서 요구하는 것입니다. 몇 번 반복하면 보내는 쪽의 습관이 바뀝니다. 시메리스의 글에 붙은 댓글 중 많은 것이 같은 방향이었습니다. "읽지 않겠다고 말하라. 대신 무엇이면 읽겠는지 말하라."
원칙 4. 팀 규칙으로 만들어라
개인의 메타인지에만 의존하면 지속되지 않습니다. 워크슬롭 연구팀의 권고도, GitHub이 검토 중인 기능도 결국 규칙과 구조입니다. 팀 수준에서 다음을 정합니다.
규칙
내용
효과
AI 사용 공개
문서·PR에 AI를 어디에 썼는지 한 줄 명시
읽는 사람이 검증 노력을 집중할 곳을 안다
상단 요약 의무
결정 사항·확신 수준·AI 사용 범위를 작성자가 직접 씀
첫 두 문장에서 필터가 닫히는 것을 막는다
길이 상한
설계 문서 2쪽, PR 설명 10줄 등
AI의 확장 경향을 구조적으로 억제
설명 가능성
리뷰에서 질문받으면 답할 수 있어야 함
작성자가 자기 글을 읽게 만든다
되돌림 허용
요건 미달 문서는 읽지 않고 반려해도 됨
검토 비용을 생산자에게 돌려준다
이 규칙들은 AI 사용을 막는 것이 아닙니다. AI 사용의 비용이 어디로 가는지를 바로잡는 것입니다. 생산 비용이 0이고 검토 비용이 2시간인 상태에서, 생산자에게 30분의 검토 의무를 돌려주는 것입니다.
7부. 2026년의 시점에서 — 이 현상은 어디로 가는가
지문은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남는다
위키백과 가이드가 경고한 '표현의 수렴'은 이미 진행 중입니다. delve는 사라졌고, 긴 대시는 줄고 있으며, 모델은 점점 사람처럼 씁니다. 2027년의 AI 글은 2025년의 지문으로는 잡히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AI 블라인드니스는 사라질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필터가 겨냥하는 것은 문체가 아니라 "읽어 봤더니 아무것도 없었다"는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문체가 사라지면 뇌는 다른 신호를 찾을 것입니다. 길이, 구조의 균일함, 구체성의 부재, 보낸 사람의 과거 이력. 그리고 마지막 신호가 가장 강력해질 것입니다. "이 사람이 보낸 것은 읽을 가치가 없었다"는 평판 필터입니다. 워크슬롭 연구의 42%가 그 시작입니다.
병목은 생산에서 검증으로 옮겨갔다
CircleCI의 59%, curl의 4배, GitHub의 "10개 중 1개"가 모두 같은 말을 합니다. 2026년의 지식 노동에서 희소한 것은 더 이상 '만드는 능력'이 아닙니다. '만들어진 것 중에 무엇이 진짜인지 판단하는 능력'입니다. 이 판단에는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도메인 지식과 시간. AI는 첫 번째를 부분적으로 도울 수 있지만, 두 번째는 여전히 사람의 것입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AI 시대에 가장 가치 있는 글쓰기 기술은 읽는 사람의 검증 시간을 줄여 주는 기술이 됩니다. 짧게 쓰기, 확신 수준을 표시하기, 출처를 붙이기, 결정 사항을 맨 위에 두기. 이것들은 AI 이전에도 좋은 글쓰기의 조건이었지만, 이제는 글이 읽히느냐 마느냐를 가르는 조건이 되었습니다.
'사람이 썼다'는 것이 프리미엄이 된다
『Digiday』는 2026년 들어 크리에이터 시장에서 "진정성과 '지저분함(messiness)'"의 수요가 급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광고업계가 배너 블라인드니스에 대응해 네이티브 광고와 인플루언서를 만들어낸 것처럼, AI 블라인드니스는 '사람이 직접 쓴 것'이라는 신호 자체에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오타, 개인적 일화, 틀에서 벗어난 구조가 역설적으로 신뢰의 표지가 됩니다.
이것은 양날의 검입니다. 한편으로는 진짜 사람의 글이 다시 읽히게 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AI 글에 일부러 오타를 넣고 '사람 냄새'를 연출하는 시장이 생깁니다. 위키백과 가이드가 '방어적 적응'이라 부른 현상입니다. 그러면 필터는 다시 한 단계 진화할 것이고, 이 군비 경쟁은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군비 경쟁에서 빠져나오는 길은 하나뿐입니다. 문체를 위장하는 것이 아니라, 읽을 가치가 있는 것을 보내는 것. 시메리스가 건너뛴 설계 문서가 만약 두 쪽이었고, 맨 위에 "이 문서에서 결정할 것은 X이고, 3절의 수치는 내가 측정했다"라는 한 줄이 있었다면, 그의 뇌는 그 문서를 건너뛰지 않았을 것입니다.
맺으며: 맹목은 독자의 결함이 아니라 생태계의 증상이다
시메리스의 글 제목은 「나는 AI 맹목이 되어가고 있다」입니다. 1인칭이고, 고백조입니다. 마치 자신의 결함을 인정하는 것처럼 읽힙니다.
하지만 이 글을 끝까지 따라온 독자라면 다르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배너 블라인드니스는 사용자의 결함이 아니었습니다. 쓸모없는 배너를 30년간 쏟아부은 생태계에 대한 합리적 적응이었습니다. AI 블라인드니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읽을 가치가 없는 AI 텍스트를 2년간 쏟아부은 생태계에 대한 합리적 적응입니다.
다만 한 가지가 다릅니다. 배너는 남이 만들었지만, 워크슬롭은 우리가 만듭니다. 동료의 필터를 거칠게 만드는 것도 우리이고, 그 필터에 걸려 읽히지 않는 문서를 보내는 것도 우리입니다. 그렇다면 해법도 우리에게 있습니다.
AI로 글을 쓰는 것은 괜찮습니다. 다만 보내기 전에 한 가지만 자문하면 됩니다.
"이 글을 받는 사람의 뇌가 첫 두 문장에서 '건너뛰자'고 판단할 때, 그 판단을 뒤집을 만한 무언가를 내가 넣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