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를 끄고 커뮤니티를 켜라 — Pull에서 Push, 그리고 생태계로: AI 시대 GTM 플레이북의 재작성
NFX의 Pete Flint가 던진 '업그레이드된 GTM 플레이북'이 화제다. 왜 지금 성장 공식이 다시 쓰이는가? 광고·SEO·PR이 포화된 2026년, 성장은 Pull에서 Push, 그리고 '생태계'로 진화했다. 네트워크 효과(Metcalfe·Reed)·바이럴 계수(k=i×c)·확산이론(Rogers)·캐즘(Moore)이라는 학술적 뿌리부터, Cursor·Midjourney·Clay·ElevenLabs 같은 AI 시대 사례와 당근·토스·뤼튼 같은 한국 사례까지. 6대 전술의 아키텍처를 인터랙티브 시뮬레이터 3종과 함께 뜯어본다. 그리고 '화려함보다 진정성'이라는 코어닷의 원칙이 왜 이 플레이북의 핵심인지.
20년 전, 공항 입국장에 걸린 커다란 광고판은 하나의 신호였다. "이 회사는 저런 자리를 살 만큼 크고, 믿을 만하다." 그 광고판을 지나가는 사람은 브랜드의 이름을 눈에 담았고, 그 규모 자체가 곧 신뢰였다.
2026년의 디지털 네이티브 구매자는 그 광고판을 그냥 지나친다. 대신 그들은 사람을 믿는다. 창업자가 X(트위터)에 올린 솔직한 매출 그래프, 개발자가 레딧에 남긴 "이거 진짜 좋다"는 한 줄, 유튜버가 무심코 켜둔 화면 속의 그 제품. 오늘날 신뢰는 광고판에서 사람으로 옮겨갔다.
2026년 7월, 실리콘밸리의 시드 단계 투자사 NFX의 공동창업자 Pete Flint가 「The Upgraded Go-to-Market Playbook(업그레이드된 고투마켓 플레이북)」이라는 글을 올렸다. 요지는 단호하다.
"당신의 고투마켓(GTM) 플레이북은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전통적인 마케팅과 성장 채널은 암울한 상태다 — 붐비고 비싸다. 그런데도 어떤 회사들은 전례 없는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새로운 플레이북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이 화제가 된 이유는 단순하다. 누구나 어렴풋이 느끼던 변화 — "요즘은 광고를 아무리 때려도 예전만큼 안 먹힌다" — 를 하나의 명확한 프레임으로 정리했기 때문이다. Pull에서 Push로, 그리고 지금은 생태계(ecosystem)로. 제품 전략과 GTM 전략이 하나로 합쳐진, 6가지 전술로 이루어진 하이브리드 플레이북.
이 글에서 우리는 이 플레이북을 그냥 요약하지 않는다. 왜 이런 개념이 나왔는지 그 학술적·역사적 뿌리(네트워크 효과, 바이럴 계수, 확산 이론)부터 파고, Cursor·Midjourney·Clay 같은 글로벌 사례와 당근·토스·뤼튼 같은 한국 사례를 나란히 놓고, 마지막엔 2026년 AI 시대에 이 기술이 갖는 의미와 — 코어닷이 오래전부터 지켜온 하나의 원칙까지 이어볼 것이다.
세 개의 인터랙티브 도구도 준비했다. 바이럴 계수를 직접 폭발시켜 보고, GTM의 세 시대를 손으로 넘겨 보고, 우리 제품에 맞는 전술을 진단해 보자.
TL;DR — 전통 채널이 포화되면 GTM 플레이북은 재편된다. 지금의 공식은 제품(product) + 커뮤니티(community)다. 사용자가 이미 있는 곳에서 시작하고, 마찰 없이 써보고 사게 하고, 세일즈 피치가 아닌 진짜 관계를 만들고, 사용자를 안팎에서 옹호자로 바꿔라. 그리고 대원칙은 단 하나 — 진정성(be authentic).
1. 왜 플레이북을 다시 써야 하는가: 낡은 채널의 포화
먼저 왜 "옛날 방식"이 안 통하게 됐는지부터 보자. 전통적인 성장 채널 — 유료 광고, SEO, PR, 아웃바운드 영업 — 은 세 가지가 동시에 무너지고 있다.
전통 채널
한때의 강점
2026년의 현실
유료 광고
돈을 넣으면 사용자가 나왔다
경쟁 과열로 CPC·CPM 폭등, ROI 하락. 신규성(novelty)이 소진됨
SEO / 콘텐츠
정보를 올리면 검색이 데려왔다
검색이 성숙·포화. AI 요약이 클릭을 삼킴. SEO만으로 급성장 거의 불가능
PR / 언론
기사 한 방에 인지도 급상승
채널 파편화로 도달 분산. "airport ad" 식 신뢰 신호가 약해짐
아웃바운드 영업
콜드메일·콜드콜로 파이프라인
받은 편지함·전화가 포화. 응답률 바닥. AI 스팸으로 더 악화
핵심은 "신규성의 소진(novelty has waned)"이다. 어떤 전술이든 처음엔 잘 먹힌다. 그러다 모두가 따라 하면 소비자와 기업은 반응을 멈춘다. 콜드메일이 처음 등장했을 땐 열어봤지만, 하루에 40통씩 오는 지금은 열지 않는다.
그런데 바로 그 와중에 어떤 회사들은 미친 속도로 크고 있다. Cursor는 출시 1년 만에 연매출(ARR) 1억 달러를 찍었고, Midjourney는 마케팅비 0원으로 2억 달러 매출을 냈다. 이들은 낡은 채널을 버리고 새 플레이북을 돌린 회사들이다.
그 새 플레이북을 이해하려면, 먼저 성장이라는 것이 원래 어떻게 설계되는지 — 그 밑바탕의 수학과 이론부터 알아야 한다.
2. [이론적 뿌리] 성장은 원래 어떻게 설계되었나
Pete Flint의 플레이북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다. 그 아래에는 40년 넘게 쌓인 성장의 과학이 깔려 있다. 세 가지 기둥 — 네트워크 효과, 바이럴 계수, 확산 이론 — 을 알면, 왜 "제품 + 커뮤니티"가 정답인지가 수학적으로 보인다.
2-1. 네트워크 효과: 왜 사용자가 많을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좋아지는가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란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제품의 가치가 커지는 현상이다. 전화기 한 대는 쓸모없지만, 세상 사람이 다 가지면 필수품이 된다. 그런데 이 "가치가 커진다"의 속도를 두고 세 가지 유명한 법칙이 경쟁한다.
Sarnoff (방송)
n
선형
Odlyzko–Tilly (보정)
n·log n
현실적
Metcalfe (양방향)
n²
고전
Reed (그룹 형성)
2ⁿ
최대
Sarnoff의 법칙 (David Sarnoff, RCA/NBC 창업자): 방송 네트워크의 가치는 시청자 수 n에 비례한다. TV처럼 일대다(one-to-many)로 흐르면, 시청자 1명 추가의 가치는 일정하다. 선형.
Metcalfe의 법칙 (이더넷 발명자 Robert Metcalfe가 1980년 제안, 1993년 경제학자 George Gilder가 명명): 양방향 통신 네트워크의 가치는 사용자 수의 제곱(n²)에 비례한다. 노드가 서로 연결되므로, 10명이면 45개의 연결이 생긴다. 페이스북·전화망의 논리.
Reed의 법칙 (David P. Reed, 1999): 사람들이 하위 그룹(채팅방·커뮤니티)을 만들 수 있는 "그룹 형성 네트워크"의 가치는 2ⁿ으로 폭발한다. 50명이면 만들 수 있는 그룹의 수가 1천조 개를 넘는다. 디스코드·슬랙·오픈채팅의 논리.
여기서 중요한 반전이 하나 있다. Metcalfe의 n²은 과장이다. 2006년, Bob Briscoe·Andrew Odlyzko·Benjamin Tilly는 IEEE Spectrum에 「Metcalfe's Law is Wrong(메트칼프의 법칙은 틀렸다)」을 실었다. 그들의 논거는 Zipf의 법칙 — 내가 맺는 모든 연결이 똑같이 소중하진 않다(자주 연락하는 사람은 소수다). 그래서 실제 네트워크 가치는 n²이 아니라 n·log(n)에 가깝다는 것. n²이라는 과장된 믿음이 바로 닷컴 버블을 부풀린 "오도하는 동력(misleading driver)"이었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 왜 이게 중요한가. 네트워크 효과는 강력하지만, 과장되기도 쉽다. "우리 앱은 네트워크 효과가 있으니 무조건 이긴다"는 착각은 위험하다. 진짜 중요한 건 사용자 수가 아니라, 그들이 얼마나 자주, 얼마나 의미 있게 연결되느냐다. Reed의 법칙이 오늘 가장 뜨거운 이유가 여기 있다 — 커뮤니티(그룹 형성)야말로 가치가 가장 가파르게 자라는 곳이니까.
2-2. 바이럴 계수: 제품이 스스로 퍼지는 힘, k = i × c
두 번째 기둥은 바이럴 성장의 수학이다. 역학(epidemiology)에서 빌려온 개념인데, 핵심은 딱 하나의 공식이다.
바이럴 계수 (Viral Coefficient)
k = i × c
· i = 사용자 1명이 보내는 평균 초대 수 (invites)
· c = 초대가 가입으로 이어지는 전환율 (conversion)
· k > 1 → 각 사용자가 1명 넘게 데려온다 → 지수적 자기증식
· k = 1 → 세대마다 같은 수 → 선형
· k < 1 → 감쇠, 하지만 사이클이 짧으면 여전히 유의미
이 개념을 대중화한 건 Adam Penenberg의 책 『Viral Loop』(2009)다. 그리고 역사상 가장 유명한 바이럴 루프들이 정확히 이 공식으로 설계됐다.
핫메일(1996): 벤처투자자 Tim Draper의 아이디어로, 모든 발신 메일 하단에 "P.S. I love you. Get your free email at Hotmail" 링크를 넣었다. 일 가입이 수백 → 3,000 → 20,000으로 뛰며 순식간에 100만 사용자를 돌파했다. 최초의 대표적 바이럴 루프.
드롭박스(2008): PayPal의 추천 프로그램을 참고해 양방향 추천을 설계했다. 초대한 사람과 초대받은 사람 양쪽 모두 500MB 무료(최대 16GB). 결과는 전설이 됐다 — 15개월 만에 사용자 10만 → 400만, 3,900% 성장. 창업자 Drew Houston에 따르면 이 추천 프로그램이 가입을 영구적으로 60% 증가시켰다. (흔한 오해: "가입의 60%가 추천에서 왔다"가 아니다. 추천이 가입 자체를 60% 끌어올렸다는 뜻이다.)
그런데 여기서 냉정한 진실. 지속적인 k > 1은 극히 드물다. 건강한 제품도 대개 k ≈ 0.3~0.7이고, 폭발은 대개 일시적이다. a16z의 Andrew Chen이 남긴 유명한 말이 있다 — "리텐션이 왕(Retention is King)". 바이럴 계수를 쥐어짜기보다, 진짜 가치를 느낀 사용자를 만드는 게 먼저다. 그들이 훨씬 더 잘 추천하니까.
말로만 들으면 감이 안 온다. 직접 다이얼을 돌려 보자. i(초대 수)와 c(전환율)를 움직여 k를 1 위로 넘겨 보고, 사이클 타임을 줄이면 성장이 어떻게 폭발하는지 눈으로 확인해 보자.
2-3. 확산 이론과 캐즘: 누구부터 공략할 것인가
세 번째 기둥은 사회학에서 왔다. 1962년 Everett Rogers의 『혁신의 확산(Diffusion of Innovations)』은 새로운 것이 사회에 퍼지는 방식을 다섯 단계로 나눴다.
혁신가 Innovators
2.5%
모험가
선각 수용자 Early Adopters
13.5%
여론 주도
전기 다수 Early Majority
34%
실용주의
후기 다수 Late Majority
34%
회의적
지각 수용자 Laggards
16%
전통 고수
1991년 Geoffrey Moore는 이 모델을 하이테크에 적용해 『캐즘 마케팅(Crossing the Chasm)』을 썼다. 그의 결정적 통찰은 선각 수용자(13.5%)와 전기 다수(34%) 사이에 깊은 간극, "캐즘"이 있다는 것이다. 이 둘은 완전히 다른 종족이다.
선각 수용자는 비전을 산다. 남보다 앞서기 위해 불완전함을 감수한다.
전기 다수는 검증을 산다. "옆 회사도 쓰고 효과 봤다"는 레퍼런스가 있어야 지갑을 연다.
많은 제품이 처음부터 대중을 노리다 이 캐즘에 빠져 죽는다. 정석은 하나의 좁은 니치(교두보, beachhead)에 집중해 완전히 장악한 뒤, 볼링핀 쓰러뜨리듯 인접 시장으로 번지는 것이다.
💡 연결고리. NFX 플레이북이 반복해서 강조하는 "좁은 얼리어답터 니치부터 시작하라", "프로슈머를 노려라"는 조언의 학술적 뿌리가 바로 여기다. Rogers의 innovators + early adopters(합쳐서 16%), 특히 스스로 콘텐츠와 피드백을 생산하는 프로슈머(prosumer)를 좁게 겨냥하는 것 — 이게 캐즘을 건너기 전에 교두보를 확보하는 100년 된 지혜의 2026년 버전이다.
이 세 기둥 — 네트워크 효과(왜 커뮤니티인가), 바이럴 계수(왜 공유 가능한 제품인가), 확산 이론(누구부터인가) — 을 손에 쥐고, 이제 GTM이 실제로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그 역사를 보자.
3. [아키텍처 ①] GTM의 3세대 진화: Pull → Push → 생태계
Pete Flint는 지난 25년의 GTM을 세 세대로 나눈다. 이건 단순한 역사가 아니라 오늘의 플레이북이 어디서 왔는지를 보여주는 아키텍처다. 아래 타임라인을 직접 넘겨 보며 각 시대를 비교해 보자.
1세대 (2000–2010) — "Pull": 오프라인을 온라인으로
첫 번째 물결은 오프라인에 흩어진 정보를 온라인으로 옮겨 검색 가능하게 만든 회사들이었다. Pete Flint 자신이 창업한 Trulia가 바로 그랬다. 신문 부동산 광고, 사무실 서류더미에 묻힌 매물, 여기저기 흩어진 리스팅을 한데 모아 검색되게 만들었다.
같은 공식이 Yelp(동네 맛집), TripAdvisor(여행 가이드)에도 통했다. 이들은 "중력의 중심"이 되어, 검색과 SEO를 통해 사용자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pull). 검색은 새로웠고, "그 정보는 여기 아니면 못 찾는" 독점 상태가 강력한 해자였다. 2006년 HubSpot은 이 접근을 "인바운드 마케팅(inbound marketing)"이라 이름 붙였다 — 밀어내지(outbound) 말고 끌어당겨라(inbound).
흥미로운 건, Trulia조차 여기서 멈추지 않고 커뮤니티 제품을 붙였다는 점이다. 2007년 출시한 Trulia Voices는 소비자와 중개인이 부동산 Q&A를 나누는 포럼이었다. 이게 더 많은 콘텐츠(=SEO 자산)와 참여를 만들었다. "대화를 우리 플랫폼이 소유해야 한다"는 웹 2.0 시대의 사고였다. 이 발상은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하지만 검색이 성숙한 지금, SEO+PR만으로 스타트업이 빠르게 크는 건 거의 불가능해졌다.
2세대 (2010–2020) — 제품주도 "Push": 제품에 성장을 심다
두 번째 물결은 게임의 규칙을 바꿨다. 바이럴 루프와 네트워크 효과를 제품 안에 직접 심은 것이다. Slack, DocuSign, Dropbox, LinkedIn, Zoom — 이들은 한 사람이 쓸수록 시스템 전체의 가치가 커지는 제품을 만들었다. 쓰려면 공유해야 했고, 많이 쓸수록 제품이 좋아졌다.
이게 바로 제품주도 성장(Product-Led Growth, PLG)이다. 2016년 벤처캐피털 OpenView가 이 용어를 만들었고, Wes Bush의 책 『Product-Led Growth』(2019)가 실무 바이블이 됐다. 제품 스스로가 세일즈맨이 되는, 상향식(bottoms-up) 성장.
당시엔 이게 얼마나 파격이었는지 잊기 쉽다. Pete Flint는 DocSend 창업자 Russ Heddleston(공교롭게도 Trulia와 Dropbox의 옛 인턴)과의 대화를 회고한다. 2010년대엔 DocSend의 투자자들조차 "명확한 세일즈 조직 없이 제품주도 성장만으로 충분하겠냐"고 의심했다. 오늘날엔? 투자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바로 그 성장 방식이다.
여러 사례가 이 시대를 증명한다.
회사
바이럴 메커니즘
결과
Dropbox
양방향 추천(양쪽 500MB)
15개월 만에 3,900% 성장
Slack
팀 단위 조직 내 확산
DAU 1.6만(2014)→800만(2018)
Zoom
최고 품질 + 카드 셀프서브
일 참가자 1,000만→3억(2020)
DocSend
문서 공유 링크의 네트워크
Dropbox에 1.65억 달러 인수
이 모델은 지금도 유효하다. 하지만 사용자들이 공격적인 바이럴 전술에 지쳤고, 프라이버시 우려까지 겹치며 대규모 확산은 점점 어려워졌다. 지금은 소규모 협업 도구에 더 적합하다.
3세대 (2020–2026) — 생태계 "Push": 사용자가 이미 있는 곳으로
여기서 결정적 전환이 일어난다. 1세대·2세대 push 전략은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 네트워크를 내가 소유하려 했다. "우리 제품과 관련된 대화는 우리 플랫폼이 잡고, 소유하고, 통제해야 한다." Trulia Voices도, 수많은 웹 2.0 커뮤니티 제품도 그랬다.
이 생각은 절반만 맞았다. 제품 주위에 네트워크를 세워야 한다는 건 맞다. 하지만 그 네트워크를 꼭 직접 소유할 필요는 없어졌다. 필요한 건 그 네트워크를 가능한 한 빨리 세우는 것이고, 종종 최선의 방법은 사용자가 이미 깊이 모여 있는 곳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이걸 "생태계 마케팅(ecosystem marketing)" 또는 ecosystem-led growth라 부른다(Crossbeam의 Bob Moore가 2024년 정식화). 어떤 회사는 디스코드·레딧·틱톡·X·링크드인에서 팔로잉을 키운 뒤 자기 플랫폼으로 밀어 넣고, 어떤 회사는 아예 커뮤니티가 있는 그 자리에서 제품을 만든다.
Midjourney는 지금도 디스코드 안에 살고 있다. 채널에 /imagine을 치면 그림이 나오고, 그 과정이 모두 공개돼 서로의 프롬프트를 보고 배운다. 커뮤니티·바이럴·소셜프루프·고객지원이 전부 공짜로, 자동으로.
Cursor는 자체 포럼(forum.cursor.com)도 있지만, 레딧의 r/cursor 커뮤니티가 14만 명을 넘는다. 사용자들이 서로 문제를 풀고 자랑하며, 그게 곧 SEO이자 소셜프루프가 된다.
Clay는 폭발적으로 크던 지난 18개월, ICP(핵심 고객)를 GTM 팀으로 좁히고 가장 열성적인 사용자들을 위한 슬랙 채널을 만들었다. 그 커뮤니티가 지금 2만 명에 육박한다.
이것이 push GTM의 다음 국면이다 — 다른 네트워크에서 내 네트워크로 사용자를 밀어 넣거나, 아예 타깃 커뮤니티가 이미 있는 자리에서 짓는 것.
4. [아키텍처 ②] 지금 통하는 것: 2대 원칙 + 6대 전술
그래서 2026년에 실제로 뭐가 통하는가? Pete Flint는 이를 두 개의 지반 규칙(ground rule)과 여섯 개의 전술로 정리한다. 규칙은 각각 제품에 하나, GTM에 하나다.
🎮 제품 원칙 — 멀티플레이어 게임이 되어라
ICP를 네트워크의 한 노드로 생각하라. 설계부터 공유 가능하게. 마찰은 낮게, 결과물은 자랑하고 싶게.
💛 GTM 원칙 — 진정성 있게 하라 (Be authentic)
당신이 아니라 고객을 중심에 둬라. 홍보를 위한 콘텐츠는 망하고, 도움을 주는 콘텐츠가 결국 팔 권리를 얻는다.
이 두 규칙을 지킬 때, 아래 여섯 전술이 훨씬 잘 먹힌다. 각 전술을 개념 → 왜 중요한가 → 글로벌 사례 → 한국 사례 순으로 보자.
① 빌드 인 퍼블릭
과정을 공개해 신뢰를 쌓는다
② 커뮤니티 중심 성장
이미 모인 곳에서 시작한다
③ 셀프서브 바이럴
카드로 바로 써보게 한다
④ 프로슈머 타깃팅
지불의사 높은 파워유저
⑤ 오픈소스 기반
무료로 저변을 넓힌다
⑥ 인플루언서 마케팅
크리에이터와 함께 큰다
① 빌드 인 퍼블릭 (Building in Public)
20년 전 공항 광고는 "우리는 크고 믿을 만하다"는 신호였다. 오늘 디지털 네이티브는 광고보다 사람을 믿는다 — 그래서 창업자의 개인 브랜드가 GTM의 일부가 됐다.
가장 뚜렷한 형태가 "빌드 인 퍼블릭" — 승리와 패배, 회사를 만드는 과정을 낱낱이 공유하는 것이다. 하지만 유일한 형태는 아니다. 어떤 창업자는 홍보 의도 없이 진짜 유용한 산업 데이터와 분석을 나누며 권위를 쌓는다. 두 방식 모두에 기술이 필요하다. 그 아래 깔린 규칙은 하나 — 자신이 아니라 고객을 중심에 두라. 나를 홍보하는 콘텐츠는 망한다. 청중을 돕는 콘텐츠가 결국 팔 권리를 얻는다. 이건 사회적 계약이다. 내 몫을 먼저 지켜야 나중에 청구할 수 있다.
잘하면 두 가지가 따라온다. 첫째, 신뢰 — 청중은 당신이 생각하는 방식을 지켜보며 제품이 아니라 그 사고를 믿게 된다. 둘째, 압박 — 진척이 공개되면 실패도 공개된다. 그 불편함이 창업자를 움직이는 가장 날카로운 동기가 된다.
🌏 글로벌:Pieter Levels(@levelsio)는 Nomad List·RemoteOK 등을 만들며 실시간 매출·비용을 X에 공개한다. 그 투명성 자체가 유통 엔진이 되어, 직원 거의 없이 포트폴리오 300만 달러+ 매출을 낸다. 원조는 Buffer — 2013년부터 급여 공식과 실시간 매출 대시보드를 공개했다.
🇰🇷 한국: 순수하게 실명·MRR을 공개하는 국내 창업자는 아직 얇지만, 디스콰이엇(Disquiet)의 "메이커로그"가 그 허브 역할을 한다. 메이커들이 진행 상황과 지표를 공유하며 서로 배우는 한국판 빌드 인 퍼블릭 공간이다.
② 커뮤니티 중심 성장 (Community-Centric Growth)
전통 모델은 내 커뮤니티 플랫폼을 짓고 대화를 소유하려 했다. 지금은 커뮤니티가 이미 있는 곳에 커뮤니티를 짓는다. 사용자가 이미 모이는 곳에 있으면 전통적 세일즈 인프라가 필요 없어진다. Midjourney가 2억 달러 ARR을 향해 가면서도 세일즈 팀이 최소한인 이유가 여기 있을지 모른다.
남의 제품 위에 짓는 게 어떤 창업자에겐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걸 네트워크를 빠르게 세우는 방법으로 생각하라. 그리고 오늘날, 속도가 전부다.
🌏 글로벌:Midjourney — 디스코드라는 2억 사용자 플랫폼 안에서 태어나, 배포·커뮤니티·바이럴·지원을 전부 공짜로 얻었다. 설치할 앱도, 만들 퍼널도 없었다.
🇰🇷 한국:당근. 판교의 사내 물품교환 "판교장터"에서 시작해, "동네"라는 지역 밀도 자체를 유통망으로 만들었다. 동네 인증과 매너온도(36.5도에서 시작해 좋은 거래마다 오르는 평판)라는 신뢰 장치가 바이럴 엔진이 됐다. 누적 가입 4,000만 명(2024, 자사 발표), 2024년 첫 흑자 전환.
③ 셀프서브 "바이럴" 제품 (Self-Service Viral Products)
셀프서브 모델은 사용자가 세일즈 팀과 한 번도 대화하지 않고 발견하고, 써보고, 결제하게 한다. 상사의 승인을 받게 하지 마라. 그냥 신용카드를 넣고 실험하게 하라. 실험을 보상하라.
새 채널은 아니지만, AI 시대에 이 동작이 폭발하고 있다. AI의 "돌파형(breakthrough)" 제품 경험, 낮은 마찰의 온보딩, 의도적인 공유 장려 덕분이다.
🌏 글로벌:Cursor. AI 코딩 도구를 카드 하나로 바로 쓰기 시작하고, 프리미엄도 카드로 결제한다. 이 방식으로 수십 명의 팀이 1억 달러+ ARR이라는 비범한 성장을 만들었다. 팬데믹 때 Zoom이 "최고 제품 + 카드 결제"로 폭발한 것과 똑같은 플레이북의 AI 버전이다.
🇰🇷 한국:토스. 무료 간편송금이라는 훅으로 "가장 습관적인 금융 행위"를 공짜로 제공해 MAU 자체를 먼저 모았다. 9년의 적자를 감내하며 사용자를 쌓은 뒤, 대출 비교·보험 등으로 수익화했다. 카톡 공유 바이럴과 초대 이벤트가 그 위에 얹혔다.
④ 프로슈머 타깃팅 (Prosumer-Targeted)
"프로슈머(prosumer, producer + consumer)"는 AI 제품의 스위트 스폿이다. 이들은 (1) 일반 소비자보다 지불 의사가 높고, (2) AI가 풀 수 있는 진짜 문제를 갖고 있고, (3) 자기 도구를 스스로 결정할 권한이 있고, (4) 먼저 써볼 수 있는 셀프서브·빠른 해법을 선호한다. 앞서 본 Rogers·Moore의 "얼리어답터 니치부터"라는 학술적 지혜의 실전판이다.
🌏 글로벌:ElevenLabs. 콘텐츠 크리에이터·미디어 전문가를 겨냥했다(개인 크리에이터용 월 22달러 티어). 제품이 즉시 작동하니 지불 의사가 높았고, 글로벌 프로슈머 커뮤니티의 등에 업혀 의미 있는 ARR로 확장했다. 이후 엔터프라이즈를 얹어 지금은 포춘 500의 41%가 사용(자사 '사용' 기준 발표)한다고 밝힌다. 프로슈머 마케팅이 초기 궤적을 지배하고, 매출이 이미 커진 뒤에 엔터프라이즈 세일즈를 올린 전형이다.
🇰🇷 한국:뤼튼. 초고급 AI 기능을 전면 무료로 풀어 대중 저변을 넓혔고, 2년 만에 MAU 500만(자사 발표)을 찍었다 — 토스(약 3년)·당근(약 2년)보다 빠른 속도다. 무료 대중화 → B2B·광고 수익화라는 "AI 시대의 토스 플레이북".
⑤ 오픈소스 기반 (Open-Source Foundation)
오픈소스 전략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 주위에 커뮤니티를 세운다. 소프트웨어 개발의 프론티어가 믿기 힘든 속도로 넓어지며 끊임없이 새 도구의 기회를 만드는 반면, 미디어·구글·유료 마케팅 같은 나머지의 지평은 좁아지고 있다. 오픈소스 커뮤니티는 잠재력이 큰 번성하는 네트워크다.
🌏 글로벌:Snyk. 개발 보안 플랫폼으로, 취약점을 탐지·수정하는 도구를 무료로 열었고 개발자들이 수백만 개의 취약점을 DB에 기여했다. 먼저 커뮤니티, 그다음 세일즈(필요하다면). 흥미로운 반전 — Snyk의 초기 셀프서브 유료 플랜은 사실 전환에 실패했다. PMF는 "개발자는 사용자지만, 구매자는 보안 리더"라는 깨달음에서 왔다. 그래서 개발자 채택 위에 엔터프라이즈 세일즈를 얹었다.
🇰🇷 한국: 순수 오픈소스는 아니지만 채널톡이 "무료로 열어 저변을 넓힌다"는 정신을 콘텐츠로 구현한다. B2B SaaS 마케팅 노하우 자체를 콘텐츠로 무료 공개하고, 교육 프로그램으로 SMB·스타트업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전 세계 22만+ 기업이 쓴다.
⑥ 인플루언서 마케팅 (Influencer Marketing)
인플루언서는 거래를 촉진하는 결정적 사회적 증거(social proof)를 제공한다. 소비자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익숙하지만, 오늘날 B2B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진정성 있게 실행하는 스타트업들에게 상당한 매출을 만들어 주고 있다.
핵심은 이게 양방향 관계라는 점이다. 크리에이터를 더 똑똑해 보이게 만드는 기능을 제품 안에 넣으면, 각자의 도달 범위가 서로를 키우는 선순환이 된다.
🌏 글로벌:Clay. 외부 셀럽을 영입한 게 아니라, 이미 링크드인에서 Clay를 얘기하던 자사 사용자들을 발굴해 크리에이터로 무장시켰다(어필리에이트 링크, 브랜드 화면 녹화, 콘텐츠 템플릿, 베스트 게시물 유료 증폭). 지금 200명+ 크리에이터를 운영하며, 이 플라이휠이 "GTM 엔지니어"라는 직군까지 만들어냈다. 결과: 2년 만에 1억 달러 ARR(2025.12), 기업가치 50억 달러(2026.1). 팔로워 수보다 참여의 질이 중요하다는 게 이들의 선발 기준 — 5천 명의 열성 RevOps 팔로워가 5만 명의 일반 팔로워를 이긴다.
🇰🇷 한국:클래스101. 크리에이터가 곧 유통 채널이자 공급자다. 크리에이터가 자기 팬덤에 강의를 홍보해 플랫폼으로 유입시키고, 수익 셰어로 크리에이터 공급이 늘어난다. 크리에이터=마케터라는 양면 구조.
이제 정리해 보자. 여섯 전술 전부를 할 필요는 없다. 우리 제품과 팀에 맞는 1~2개에 자원을 몰아 교두보를 확보하는 게 정석이다(캐즘을 기억하라). 아래 진단기로 우리에게 맞는 우선순위를 뽑아 보자.
5. 2026년, 이 기술의 역할: 바이브 마케팅과 무너진 진입장벽
여기까지가 Pete Flint의 플레이북이다. 그런데 2026년이라는 시점이 여기에 결정적인 두 가지를 더한다.
개인이 레거시 광고 대행사가 되다 — "바이브 마케팅"
첫째, AI가 인플루언서와 크리에이티브 마케터의 도구를 폭발적으로 늘리고 있다. 이른바 "바이브 마케팅(vibe marketing)" — 이제 한 명의 개인이 과거 거대 광고 대행사가 쥐고 있던 리소스를 손끝에 갖는다. 카피를 쓰고, 영상을 편집하고, 포스터를 디자인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을 AI 헬퍼들이 대신한다.
"코어닷투데이는 화려한 기술을 자랑하는 회사가 아닙니다. 복잡한 문제 앞에서 화려함보다 진정성을, 트렌드보다 본질을 선택합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AI를 경험으로 바꾸는 기업"이라 부른다. 기술을 자랑하는 게 아니라, 고객의 아이디어와 요구를 실제로 작동하는 서비스와 경험으로 바꾸는 것. AI 대시보드, AI 키오스크, coredotSAFE, 냄새를 읽는 hyscent-ai, 법안 분석 AI, OCR, PINN 기반 과학 계산까지 — 각각은 특정 고객의 진짜 문제에서 출발했다.
NFX의 플레이북이 증명하는 건, 이 "진정성"이 착한 구호가 아니라 2026년 가장 효과적인 성장 전략 그 자체라는 것이다. 나를 홍보하는 콘텐츠는 망하고, 고객을 돕는 콘텐츠가 팔 권리를 얻는다. 화려한 광고판을 끄고 진솔한 모닥불을 켜는 쪽이, 결국 더 빨리 그리고 더 오래 자란다.
코어닷이 블로그에 이런 특집을 쓰는 이유도 같은 논리다. 이 글이 당신에게 조금이라도 쓸모가 있었다면 — 그게 바로 우리가 지키려는 사회적 계약의 우리 쪽 몫이다.
8. 마치며: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전통 마케팅 채널이 비싸고 포화되면, GTM 플레이북의 재편이 강제된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새 공식은 제품(product) + 커뮤니티(community) 프레임워크다.
사용자가 이미 있는 곳에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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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찰 없이 써보고 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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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 피치가 아닌 진짜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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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를 안팎의 옹호자로
네트워크 효과·바이럴 계수·확산 이론이라는 100년 된 과학이 그 뿌리이고, Pull → Push → 생태계라는 25년의 진화가 그 아키텍처이며, 여섯 전술이 그 실행이다. 그리고 이 모든 걸 하나로 묶는 원칙은, AI가 제품을 복제하는 시대에 유일하게 복제되지 않는 것 — 진정성이다.
Pete Flint의 마지막 조언은 이렇다.
"이 전술들은 지금 먹히고 있지만, 플레이북은 늘 움직인다. 사실 플레이북이 너무 뻔하게 느껴진다면, 그건 창의력을 발휘하라는 신호다."
플레이북이 뻔해 보이는가? 그렇다면 지금이 바로, 당신만의 여섯 번째 전술을 새로 쓸 때다.
참고 문헌 및 출처: Pete Flint(NFX), 「The Upgraded Go-to-Market Playbook」(2026.7); Robert Metcalfe·George Gilder(1993), David P. Reed(1999), Briscoe·Odlyzko·Tilly「Metcalfe's Law is Wrong」(IEEE Spectrum, 2006); Adam Penenberg 『Viral Loop』(2009), Andrew Chen 『The Cold Start Problem』(2021); Everett Rogers 『Diffusion of Innovations』(1962), Geoffrey Moore 『Crossing the Chasm』(1991); OpenView/Blake Bartlett(2016), Wes Bush 『Product-Led Growth』(2019); Bob Moore 『Ecosystem-Led Growth』(Wiley, 2024). 기업 수치는 TechCrunch·Sacra·Contrary·각사 발표 및 보도자료 기준이며, 자사 발표치는 본문에 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