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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없이 행정을 다시 쓴 7년차 공무원 — 시민개발자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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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없이 행정을 다시 쓴 7년차 공무원 — 시민개발자 혁명

광진구청의 7년차 비전공 주무관이 바이브 코딩으로 만든 Kordoc이 국가AI전략위원회를 흔들었다. 과기정통부의 'AI 사피엔스', 행안부의 'AI 챔피언' 인증제까지 도미노처럼 이어진 이 현상은, Karpathy의 2023년 선언이 2026년 공공 행정에서 현실이 된 사건이다. 천공카드에서 노코드, 바이브 코딩에 이르는 70년 여정을 복기하고, LLM·에이전틱 AI·MCP가 어떻게 '코드 없는 개발'을 가능하게 만들었는지, 그리고 실무자가 이 변곡점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7가지 원칙을 정리한다.

코어닷투데이2026-04-2041

들어가며: "7년차 주무관이 행정을 다시 썼다"

광진구청 주무관이 마이크에 말하자 영어 문장이 코드로 변하며 Kordoc 챗봇이 완성되는 장면

2026년 4월, 광진구청 7년차 주무관 한 사람이 국가AI전략위원회의 연단에 올랐다. 그는 개발자가 아니었다. 전공은 경영학이었다. 생성형 AI를 쓰기 시작한 것도 불과 6개월 전이었다. 그런데 그가 만든 도구 하나가 과기정통부,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전체를 흔들고 있다.

도구의 이름은 코닥(Kordoc). HWP·HWPX·PDF 형식의 공공 문서를 AI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하는 문서 처리 엔진이다. 함께 공개한 korean-law-mcp는 법제처 API를 감싸, 1,600개 이상의 법률, 1만 개 이상의 행정규칙, 대법원·헌법재판소·조세심판원·관세청 판례를 AI 어시스턴트가 직접 호출할 수 있게 한 MCP 서버다.

외부 용역은 없었다. 예산도 없었다. 발주 사양서도 없었다. 류승인 주무관은 그저 AI와 한국어로 대화하며 원하는 도구를 빚어냈다. 이 방식에는 이름이 붙어 있다. 바이브 코딩(Vibe Coding).

4월 중순, 과기정통부는 'AI 사피엔스' 팀을 공식 발족했다. 행안부는 2030년까지 공공부문 AI 전문가 2만 명을 육성하는 'AI 챔피언' 인증제를 가동했다. 광주광역시는 출장비 정산을 자동화하는 'AI 여비몬', 군산시는 업무 매뉴얼 챗봇 '서무실록'을 내놓았다. 모두 지난 한 달 사이 일어난 일이다.

이 기사는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다. 2023년 안드레이 카파시(Andrej Karpathy)가 던진 한 문장이 2026년 한국 공공 행정에 도달하기까지의 궤적이며, 동시에 "전문성"이라는 단어의 재정의를 목격하는 기록이다. 이 변곡점에서 실무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을 짚어본다.


제1장: "가장 핫한 새 프로그래밍 언어는 영어다" — 카파시의 예언 (2023~2025)

2023년 1월 24일의 트윗

OpenAI 공동창립자이자 테슬라 AI 책임자였던 안드레이 카파시는 2023년 1월 24일, X(당시 트위터)에 단 한 줄을 올렸다.

"The hottest new programming language is English." (가장 핫한 새 프로그래밍 언어는 영어다)

이 문장은 그해 가장 많이 인용된 기술 트윗 중 하나가 됐다. 뉴요커가 옮겨 썼고, 조회수 400만을 넘겼다. 하지만 대부분은 수사적 과장으로 여겼다. ChatGPT가 나온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었고, 실제로 영어로 소프트웨어를 만든다는 건 여전히 공상에 가까웠다.

2025년 2월 2일, 용어가 태어나다

2년이 지난 2025년 2월 2일, 카파시가 다시 짧은 글을 올렸다. 이번엔 구체적이었다.

"내가 'vibe coding'이라 부르는 새로운 코딩 방식이 있다. 완전히 바이브에 몸을 맡기고, 기하급수적 변화를 받아들이고, 코드가 존재한다는 것조차 잊어버린다. LLM(예: Cursor Composer + Sonnet)이 너무 잘해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SuperWhisper로 Composer에 말로 지시한다. 거의 키보드를 건드리지 않는다."

카파시는 그 자리에서 자신이 어떻게 작업하는지도 공개했다. "모든 것을 Accept한다. diffs를 읽지 않는다. 에러가 나면 복사해서 붙여넣는다. 대개 고쳐진다." 전문 개발자 커뮤니티는 충격에 빠졌다. 누군가에겐 혁명이었고, 누군가에겐 위험 신호였다.

그러나 현상의 속도는 양측 모두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 2025년 3월, Merriam-Webster가 'vibe coding'을 "slang & trending" 단어로 등재했다. 11월, Collins 영어사전이 '올해의 단어(Word of the Year)'로 선정했다. 1년도 안 되어 업계 은어에서 주류 어휘가 된 것이다.

2023.01
카파시, "영어가 새 프로그래밍 언어" 트윗
2024.11
Anthropic, MCP(Model Context Protocol) 공개 — 에이전트 도구 연결 표준 탄생
2025.02
카파시, 'vibe coding' 공식 명명
2025.11
Collins 사전 '올해의 단어' 선정
2026.04
광진구청 Kordoc 사례 국가AI전략위 보고 → 정부 확산

왜 하필 지금인가

표면적으로는 "LLM이 똑똑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정확히 말하면, 세 가지 기술 축이 같은 시기에 완성 단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제2장: 세 개의 축 — 왜 2026년에 터졌는가

바이브 코딩은 LLM 하나만으로는 성립하지 않는다. 카파시가 자기 트윗에서 "Cursor Composer + Sonnet"을 언급한 것도 그래서다. 세 개의 축이 하나씩 완성되며 지금의 폭발이 일어났다.

바이브 코딩을 가능하게 만든 세 기둥
① 대형 LLM 자연어 → 실행 가능한 코드 변환
② 에이전틱 AI 계획·도구사용·검증·재시도 루프
③ MCP 프로토콜 외부 시스템·데이터 표준 연결

① 대형 LLM — 코드 생성의 품질 문턱을 넘기다

2022년의 GPT-3.5, 2023년의 GPT-4, 2024년의 Claude 3.5 Sonnet을 거치며 LLM은 "짧은 함수 자동 완성" 수준에서 "수백 줄짜리 모듈을 처음부터 설계"할 수 있는 단계로 올라섰다. SWE-bench Verified 같은 실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벤치마크에서 2024년 말 상위 모델들이 50%를 돌파한 것이 상징적이다. 이제 "만들어 달라"는 말 한 마디로 동작하는 앱이 나오는 일이 예외가 아니라 기본이 됐다.

② 에이전틱 AI — "한 번에 답하기"에서 "반복하며 고치기"로

더 결정적인 변화는 에이전트(agent) 개념이다. 기존 LLM은 한 번 응답하고 끝났다. 에이전틱 AI는 다르다.

Thought
목표를 작은 단계로 분해한다
Action
파일을 읽고, 코드를 쓰고, 명령을 실행한다
Observe
에러 메시지, 테스트 결과, 파일 변경을 관찰한다
Re-plan
관찰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단계를 조정한다

2023년 Yao 외의 ReAct 논문이 제시한 "Reasoning + Acting" 루프가 실전 도구로 풀려나온 결과가 Cursor, Claude Code, Codex CLI 같은 에이전트다. 개발자가 "Pytest가 빨간불인데 고쳐줘"라고 하면, 에이전트는 테스트를 직접 실행해 실패 이유를 읽고, 해당 파일을 열어 수정한 뒤, 다시 테스트를 돌려 녹색이 될 때까지 스스로 반복한다. 카파시가 "에러가 나면 복붙한다"고 한 그 작업을 에이전트가 대신 하는 시대가 됐다.

2025년 5월 arXiv에 게재된 "AI Agents vs. Agentic AI" 서베이는 이 구분을 명확히 한다. AI 에이전트는 작업별 자동화 모듈이고, 에이전틱 AI멀티 에이전트 협업, 동적 작업 분해, 지속적 기억, 조율된 자율성을 갖춘 패러다임이다. 이 패러다임 위에서야 "문서 파싱, 법령 검색, 보고서 작성"을 한 번에 맡길 수 있게 됐다.

③ MCP — 에이전트에게 세상을 연결하는 USB-C

마지막 축이 가장 과소평가된다. 2024년 11월, Anthropic이 Model Context Protocol(MCP)을 공개했다. 목적은 단순하다. "AI 에이전트가 외부 데이터·도구에 접근하는 방식을 표준화". HTTP가 웹의 표준이 됐듯, MCP는 에이전트 시대의 표준이 되고 있다.

1년 만에 MCP 서버는 수천 개가 만들어졌다. OpenAI, Google DeepMind도 채택했다. 2025년 12월에는 OpenAI·Anthropic·Google·Microsoft·AWS가 Linux Foundation 산하 Agentic AI Foundation(AAIF)에 MCP를 기증했다. 경쟁사들이 공동 인프라에 손을 잡은 것이다.

문제: 정보 사일로
모든 AI 회사가 각자 다른 방식으로 툴을 연결. 법제처 API 하나 붙이는 데도 도구별 어댑터 필요.
🔌
해결: MCP 표준
한 번 MCP 서버로 만들면 Claude, GPT, Gemini, Cursor 모두에 연결. 비개발자도 서버 하나 배포로 전체 생태계에 도구 공급 가능.
🚀
결과: 한국 공공 데이터, AI 생태계에 직접 연결
류승인 주무관이 만든 korean-law-mcp 서버 하나가 전국 공무원이 쓰는 모든 AI 도구에 법령·판례 검색 기능을 열어줌.

이제 세 축이 왜 광진구청에서 터졌는지 이야기할 차례다.


제3장: 현장 해부 — Kordoc과 korean-law-mcp는 무엇인가

에이전틱 AI 중심에서 문서 파서, 법령 검색, 웹 검색 도구 팔이 뻗어나와 MCP 버스로 연결되는 구조도

문제의 정체: "HWP 지옥"

한국 공공 행정의 구조적 문제가 있다. HWP/HWPX가 표준 문서 포맷이다. 매일 수천 건의 공문, 보고서, 조례안이 HWP 형식으로 생산된다. 그런데 거의 모든 글로벌 AI 도구는 PDF, Word, Markdown은 처리해도 HWP는 이해하지 못한다. AI 시대의 도구들은 사실상 한국 행정 현장 바깥에 있었다.

류 주무관이 월간 광진구 소식지를 편집할 때마다 부서별로 들어오는 HWP 파일이 200건을 넘었다. 내용을 뽑아내고, 중복을 지우고, 일관된 편집 규칙으로 재정리하는 작업이 핵심 업무 시간을 잡아먹었다. 법령 검색도 마찬가지였다. 조례 개정안 하나를 준비하려면 상위 법령 수십 건을 일일이 검색창에 넣어야 했다.

기존 방식Kordoc + korean-law-mcp
HWP 200건을 한글 프로그램으로 하나씩 열어 복붙폴더 지정 → AI가 일괄 파싱, 구조화, 요약
법제처 사이트에서 법령·판례를 직접 검색AI에 "개인정보 관련 대법원 판례 찾아줘" 한마디
외부 용역 발주 → 수개월, 수천만 원주무관 한 명이 AI와 대화로 개발, 무료 공개
부서·기관별 데이터 포맷 상이, 재사용 불가표준 MCP 서버 → 전 부처 AI 도구에 즉시 연결

Kordoc이 한 일: "AI가 읽을 수 있는 행정문서"

Kordoc은 단순한 HWP→텍스트 변환기가 아니다. 문서의 표, 문단, 제목 계층, 서식 메타데이터를 보존하면서 LLM이 활용 가능한 구조화된 JSON으로 바꾼다. 여러 문서를 동시에 비교해 차이점을 뽑아주기도 한다.

korean-law-mcp가 한 일: "법령을 AI의 도구로"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는 공개 API를 제공한다. 그러나 그 API를 AI 에이전트가 직접 호출할 수 있는 MCP 인터페이스로 감싼 사람은 없었다. 류 주무관이 만든 korean-law-mcp는 현행 법률 1,600건 이상, 행정규칙 1만 건 이상, 판례(대법원·헌재·조세심판·관세청)까지 Claude, Cursor, Codex 어디서든 직접 호출 가능한 도구로 바꿔놓았다.

핵심은 바이브 코딩 그 자체가 아니다

놀라움의 진짜 출처는 "비전공 공무원이 만들었다"는 사실이 아니다. 진짜 충격은 이것이다.

"외부 용역, 발주 사양서, RFP, 조달청 계약 없이, 현장의 문제 인식과 AI 도구 하나로 전국 행정에 쓸 만한 인프라가 탄생할 수 있다."

이는 공공 IT 조달 체계 전체에 대한 도전이다. 한 사람의 사례가 정부 전체의 반응을 끌어낸 이유다.


제4장: 도미노 — 과기정통부 'AI 사피엔스'에서 군산시 '서무실록'까지

광진구청 주무관을 앞세운 공공부문 AI 어벤저스 팀 일러스트

과기정통부: AI 사피엔스 팀 발족

4월 중순, 과기정통부는 'AI 사피엔스'를 공식 발족했다. 이재호 서기관이 이끄는 이 태스크포스는 장·차관 결재 문서, 국정감사 대응 자료 작성 등 과기정통부 내부 업무에 에이전틱 AI를 직접 투입한다. 첫 프로젝트는 "글로벌 AI 동향 분석 에이전트". 전 세계 AI 정책, 논문, 투자 동향을 자동 수집·요약해 매일 브리핑한다.

행정안전부: AI 챔피언 인증제, 2030년까지 2만 명

행안부는 'AI 챔피언' 인증제를 2026년 하반기 본격 시행한다. 기존 SW 분야의 공인 역량 평가인 TOPCIT을 벤치마킹한 "AI판 TOPCIT"이다. 정책 기획, 업무 효율화, 공공서비스 구현 등 세 분야에서 심화 교육과 프로젝트 실습, 평가를 통과한 공무원에게 자격을 부여한다. 2030년까지 2만 명 양성이 목표다.

이미 관악구청은 서울시 자치구 최초로 행안부 AI 챔피언 9명을 배출했다. 지역 확산이 시작된 것이다.

지자체: AI 여비몬, 서무실록

전국 확산 중인 현장 AI 도구
광주광역시 — AI 여비몬 출장비 정산을 대화형으로 자동화. "○월 ○일 서울 출장 정산해줘" 한 마디면 영수증 분석·항목 분류·결재 서류 생성까지.
군산시 — 서무실록 업무 매뉴얼 챗봇. 신규 공무원이 "연가 보상금 계산법"을 물으면 내부 규정·예시·양식을 즉시 제공.
광진구 — Kordoc HWP·법령 처리 인프라. 시발점이자 전국 공통 기반. 오픈소스로 공개.

이들은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 해당 부처·지자체 내부 직원이 바이브 코딩으로 직접 만들었다는 것. 외부 용역이 아니다. 국가AI전략위원회는 이를 공공 AI 혁신의 "하방 확산 모델"로 공식화했다.


제5장: 70년의 서사 — 천공카드에서 바이브 코딩까지

천공카드 → CRT 터미널 → 노코드 드래그앤드롭 → 음성으로 코드를 만드는 바이브 코딩 네 시대 진화 타임라인

류승인 주무관 사례가 이토록 큰 반향을 일으킨 이유는, 개발이라는 행위의 정의가 바뀌는 70년 흐름의 변곡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제1막: 천공카드 시대 (1950~1970년대)

초기 프로그래머는 카드에 구멍을 뚫어 메인프레임에 먹였다. 코드 한 줄 바꾸려면 카드 한 장을 다시 뚫어야 했다. 1957년 FORTRAN, 1959년 COBOL이 등장하며 어셈블리보다 높은 수준의 추상화가 가능해졌지만, "컴퓨터에게 무엇을 시키려면 컴퓨터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는 원칙은 흔들리지 않았다.

제2막: 고급 언어와 4GL (1980년대)

1982년 제임스 마틴이 Application Development Without Programmers를 출간한다. "프로그래머 없는 개발"이 처음 언어화된 순간이다. 이 시기에 4GL(4세대 언어), CASE 도구, RAD(Rapid Application Development)가 등장했지만, 당시 기술 생태계는 이를 감당할 성숙도에 도달하지 못했다.

제3막: 시민 개발자 개념의 탄생 (2009)

2009년, Gartner가 공식적으로 "시민 개발자(Citizen Developer)" 용어를 만들었다. 정의는 이랬다.

"IT 부서가 승인한 개발 환경에서,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다른 사람이 쓰게 하는 사용자."

그러나 2009년의 시민 개발자는 여전히 Excel 매크로, SharePoint 워크플로우 수준에 머물렀다.

제4막: 노코드·로우코드 (2010~2020년대)

2015년을 전후해 OutSystems, Mendix, Airtable, Notion, Zapier가 등장했다. 드래그 앤 드롭으로 앱을 만드는 시대가 열렸다. Gartner는 2026년까지 신규 엔터프라이즈 앱의 75%가 로우코드로 만들어지고, 시민 개발자의 수가 전문 개발자의 4배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노코드·로우코드는 도구가 제공한 블록 안에서만 움직일 수 있었다. 블록이 없는 기능은 만들 수 없다. 추상화는 강력하지만, 추상화의 감옥에 갇혔다.

제5막: 바이브 코딩 (2023~)

카파시의 선언 이후, 추상화가 "블록"이 아닌 "자연어 그 자체"로 바뀌었다. 블록의 한계가 없다. 원하는 것을 말하면, LLM이 필요한 추상화를 그 자리에서 즉석 생성한다.

필요한 사전 지식 천공카드: 기계 수준 이해 필수
필요한 사전 지식 고급 언어: 문법과 라이브러리 학습
필요한 사전 지식 노코드: 도구 사용법과 블록 구조 이해
필요한 사전 지식 바이브 코딩: 만들고 싶은 것을 한국어로 설명할 수 있으면 시작

여기서 짚어야 할 점이 있다. 바이브 코딩은 노코드의 후속편이 아니다. 노코드는 "도구"였다. 바이브 코딩은 "개발이라는 행위의 재정의"다. 시민 개발자가 70년 만에 "프로그래머 없는 개발"이라는 제임스 마틴의 예언에 도달한 셈이다.


제6장: 실무자 가이드 — 바이브 코딩 7원칙

왼쪽은 HWP 서류에 파묻힌 공무원, 오른쪽은 AI와 대화하며 자동화 도구가 주변을 도는 공무원의 비교 일러스트

바이브 코딩의 가능성과 한계를 가장 치열하게 정리한 사람은 Simon Willison이다. Django의 공동 창시자인 그는 "무비판적 바이브 코딩"과 "책임감 있는 AI 협업 개발"을 구분하기 위해 "바이브 엔지니어링(Vibe Engineering)"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현장 공무원, 도메인 전문가, 주니어 개발자 모두에게 유효한 7원칙을 정리한다.

바이브 코딩 7원칙
① 프로토타입의 속도 ≠ 프로덕션의 책임 데모는 말로 시작하되, 실제 데이터를 다룰 때는 보안·권한·감사 로그를 반드시 검토한다.
② 민감정보는 절대 그대로 넣지 않는다 주민번호, 건강정보, 법인번호는 가명처리 후 테스트. "되면 진짜 데이터로 바꾸자"가 가장 위험하다.
③ 작은 범위로 쪼개어 검증한다 "전체 업무 자동화해줘"는 실패한다. "이 파일 파싱만" → "비교만" → "보고서 초안만" 단계 분리.
④ 테스트를 함께 요구한다 "만들어줘"가 아니라 "만들고, 예시 입력으로 테스트까지 돌려서 결과 보여줘". 에이전트가 스스로 검증하게 만든다.
⑤ 외부 연결은 MCP로 재사용·재배포·감사 로그가 중요하다면, 일회성 스크립트 대신 MCP 서버로 만든다. 다른 부서도 쓸 수 있다.
⑥ 읽지 못하는 코드는 넣지 않는다 Willison: "LLM이 모든 코드를 썼어도 당신이 읽고 이해했으면 그건 바이브 코딩이 아니라 AI를 타자기로 쓴 것이다." 이게 안전 경계다.
⑦ 실패 사례를 공유한다 성공담은 이미 퍼진다. 실패·사고 사례가 훨씬 귀중한 교재다. AI.Do 같은 동호회, 정부 AI 챔피언 커뮤니티가 핵심이다.

이 7원칙은 "바이브 코딩 하지 말라"가 아니다. "바이브 코딩하되, 프로덕션 책임선을 인식하라"다.


제7장: 그림자 — 그래도 놓치면 안 되는 현실들

생산성 역설: 경험 많을수록 느려질 수 있다

2025년 7월, 비영리 연구기관 METR이 충격적인 결과를 발표했다. 대규모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수년간 기여해온 경험 많은 개발자 16명을 대상으로 246개 이슈를 AI 허용/금지 그룹으로 랜덤 할당한 실험이다.

개발자의 예상 AI가 시간을 24% 단축할 것
실험 후 개발자의 체감 AI가 시간을 20% 단축했다고 느낌
실제 측정 결과 오히려 19% 느려짐

원인은 다섯 가지로 분석됐다.

  1. AI에 대한 과도한 낙관 — "이번엔 잘될 것" 기대
  2. 개발자의 높은 친숙도 — 본인 코드베이스에는 손이 훨씬 빠름
  3. 암묵지(tacit knowledge) — 문서화되지 않은 프로젝트 맥락
  4. 크고 복잡한 코드베이스 — 컨텍스트가 너무 많아 AI가 헛돈다
  5. 낮은 AI 신뢰도 — 검증에 시간이 더 듦

이것이 뜻하는 바는 분명하다. 바이브 코딩은 "경험 많은 전문가가 자기 코드를 빠르게 짜는 도구"로는 생각만큼 좋지 않다. 대신 "새로운 도메인, 낯선 기술 스택, 처음 만들어보는 것"에서 강력하다. 류승인 주무관이 비전공자라는 점, 이 도구가 없었다면 개발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점이 그래서 본질적이다.

보안 위험: 30분 만에 환자 데이터가 열렸다

우리가 다룬 "바이브코딩 특집: 30분 만에 환자 데이터가 열린 이유" 기사에서 자세히 다룬 실제 사건이 있다. 2026년 3월, 스위스의 한 의료기관이 바이브 코딩으로 만든 환자 관리 앱을 배포했다. 엔지니어 Tobias Brunner가 30분 만에 전체 환자 데이터에 대한 읽기·쓰기 권한을 얻었다. Row-Level Security도, 권한 정책도, 암호화도 없었다.

⚠️
핵심 교훈
바이브 코딩의 진짜 위험은 버그가 아니다. 화면이 돌아가고 데이터가 저장되어 "완성"처럼 보이는데, 화면 뒤의 인증·권한·감사 로그·암호화·법적 책임이 전부 비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공공 행정에서 이는 결코 가볍지 않다. 공무원이 개발한 도구가 개인정보보호법, 전자정부법, 정보보호법의 요건을 충족하는지는 도구의 동작이 아니라 제도적 검증의 문제다. 행안부 AI 챔피언 인증제가 단순 교육을 넘어 "배포 전 보안·법규 검토 절차"를 넣어야 하는 이유다.

기술부채와 유지보수

GitClear 분석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전체 코드에서 리팩토링 비율이 25%에서 10% 미만으로 급감했다. AI가 만들어내는 코드는 "일단 동작"에 최적화되어 있어, 구조적 정리·단순화 작업이 상대적으로 뒷전이 된다는 신호다. 반년 뒤 같은 코드를 고쳐야 할 때 누가 책임지는지, 인수인계는 어떻게 하는지가 새 질문으로 남는다.


제8장: 그래서 AI 시대 "전문성"은 무엇인가

여기까지 오면 자연스런 질문이 남는다. "그럼 개발자는 필요 없나?" 결론부터 말하면, 필요 없어지는 게 아니라 역할이 바뀌는 중이다.

과거의 전문성바이브 코딩 시대의 전문성
특정 언어 문법과 API 암기문제를 정확히 정의하고 AI에게 분해해 맡기는 능력
빠르게 코드를 타이핑하는 속도생성된 코드를 읽고 위험을 짚어내는 독해력
혼자 모든 걸 만드는 장인정신에이전트·도구·팀을 조율하는 오케스트레이션
추상화를 만드는 설계력어떤 추상화를 AI에게 요청할지 판단하는 감각
도메인 지식은 "있으면 좋음"도메인 지식이 핵심 차별화 — 코드는 AI가, 판단은 인간이

류승인 주무관이 만든 것의 진짜 가치는 Python 코드의 품질이 아니다. "행정 문서를 어떻게 구조화해야 쓸 만한지", "공무원이 법령을 조회할 때 실제로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7년의 도메인 지식이다. AI가 타이핑을 대체한 덕에, 도메인 지식만 가진 사람이 도구를 만드는 사람이 됐다.

반대로 개발자는 더 이상 "HWP 파서 짜주세요"의 실행자가 아니다. "이 MCP 서버가 법제처 API의 Rate Limit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여러 에이전트가 동시에 호출할 때 트랜잭션을 어떻게 묶는지", "개인정보가 포함된 문서를 원격 LLM에 보낼 때 마스킹 파이프라인은 어디에 두는지" 같은, 도구가 해결해주지 못하는 시스템 경계의 전문성을 요구받는다.


마무리: 6개월과 70년

류승인 주무관이 생성형 AI를 처음 쓴 건 2025년 10월이다. 그가 만든 도구가 국가AI전략위원회에 보고된 건 2026년 4월이다. 6개월이다.

같은 시간 동안, 과기정통부는 'AI 사피엔스'를, 행안부는 'AI 챔피언' 인증제를, 광주와 군산과 관악은 각자의 도구를 내놓았다. 이 속도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면, 70년 누적의 이야기를 복기했기 때문이다. 천공카드, 고급 언어, 4GL, 노코드, 로우코드. 각 시대는 "프로그래머 없는 개발"이라는 이상에 한 걸음씩 다가갔고 번번이 추상화의 벽에 막혔다. 2023년 카파시의 한 줄이 그 벽을 무너뜨렸다. 2024년 MCP가 도구들을 연결했다. 2025년 에이전트가 루프를 닫았다. 2026년, 현장의 한 사람이 방아쇠를 당겼다.

이 글이 던지고 싶은 메시지는 세 가지다.

  1. 바이브 코딩은 유행이 아니라 추상화의 역사적 귀결이다. 70년 흐름의 변곡점에 있다. "이건 한철 뜰 것"이라는 안일한 판단은 위험하다.
  2. 그러나 "만들 수 있음"과 "배포해도 됨"은 다르다. 프로토타입의 속도와 프로덕션의 책임을 분리하라. Willison의 경계선 — "읽고 이해한 코드"와 "그렇지 않은 코드" — 를 자신의 체크리스트로 가져라.
  3. 도메인 지식의 가치가 올라가고 있다. 당신이 현장에서 느끼는 불편, 반복되는 낭비, 비효율은 더 이상 "IT팀에 요청할 항목"이 아니다. 직접 해결할 수 있는 프로젝트다. 다만, 7원칙과 함께.

광진구청의 주무관은 자신의 도구에 이름을 붙이며 "코닥(Kordoc)"이라 불렀다. Korean Documents의 축약이다. 하지만 이름은 한 번 만들면 다른 의미를 얻는다. 필자는 이렇게 읽고 싶다.

Kor-Doc: 한국의 기록. 행정의 한 사람이 도구를 만들고, 그 도구가 조직의 언어를 바꾸고, 그 언어가 제도를 다시 쓰는 — 그 여정의 한 챕터가 여기 있다는 기록.

이제 그다음 챕터는, 이 글을 읽는 당신의 현장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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