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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린 스타트업을 무너뜨리고 있는가 — 패트릭 콜리슨의 '공격적 탈상관'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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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린 스타트업을 무너뜨리고 있는가 — 패트릭 콜리슨의 '공격적 탈상관' 선언

2026년 7월, Stripe의 Patrick Collison이 YC Startup School 무대에서 던진 한 문장이 창업 판을 흔들었다. \"AI 시대에는 더 공격적으로 탈상관해야 할지도 모른다.\" 도요타 공장에서 태어나 Steve Blank와 Eric Ries를 거쳐 20년간 전 세계 창업의 표준 문법이 된 린 스타트업이, 코드값이 0에 수렴하는 시대에 왜 흔들리는가. MVP의 진짜 정의부터 Management Science 논문의 RCT 증거, Dropbox·Zappos·Stripe·Anduril의 대비되는 사례, 인지적 L1 캐시 비유, 그리고 2026년 데이터까지 — 인터랙티브 시뮬레이터 3종과 함께 특집으로 풀어낸다.

코어닷투데이2026-08-0875

린 스타트업 플레이북에 균열이 가고, 그 틈에서 야심 찬 제품이 솟아오른다크게 보기

들어가며: 스타디움을 조용하게 만든 한 문장

2026년 7월 말, Y Combinator의 Startup School 무대. 객석은 대학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인터뷰어는 Harj Taggar(하지 태거), 게스트는 Stripe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Patrick Collison(패트릭 콜리슨)이었다. 두 사람은 2000년대 중반 Auctomatic이라는 회사를 함께 만들었던 사이다. 오래된 동료가 오래된 동료에게 묻는, 편안한 대화로 시작했다.

그러다 질문 하나가 들어왔다. "AI가 소프트웨어를 이렇게 싸고 빠르게 만들어 주는데, 린 스타트업 플레이북은 이제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Collison의 대답에서 나온 표현 하나가 그날 밤 X(옛 트위터)에서 계속 인용됐다.

💬
"AI 시대에는 어쩌면 더 공격적으로 탈상관(decorrelate)해야 할지도 모른다."

— Patrick Collison, YC Startup School 2026

"탈상관"이라는 단어는 원래 금융과 통계에서 쓰인다. 서로 같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창업에 이 말을 붙이면 이렇게 된다. 남들과 상관관계가 낮은 지점에서 출발하라. 모두가 같은 도구로 같은 틈새를 파고 있을 때, 작게 시작해 확장하는 고전 공식은 더 이상 유리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발언이 화제가 된 이유는 화자가 누구인가에 있다. Collison은 린 스타트업의 반대편에 선 사람이 아니다. 그는 Y Combinator를 두 번 거쳤고, YC의 교훈으로 Stripe를 시작했으며, 지금 세계에서 가장 많은 스타트업의 첫 매출을 처리하는 회사를 운영한다. 린 스타트업 문화의 한복판에 있는 사람이 그 플레이북의 유효기간을 이야기한 것이다.

이 글은 그 대화를 출발점으로 삼되,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우리는 먼저 린 스타트업이 도대체 어디서 왔고 왜 그렇게 강력했는지를 도요타 공장까지 거슬러 올라가 살펴본다. 그다음 그것이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는 학술적 증거를 확인하고, 처음부터 그 공식을 따르지 않았던 회사들의 사례를 본다. 그리고 2026년에 무엇이 부러졌는지, 그 자리에 무엇이 들어서야 하는지를 데이터로 따져본다.

이 글은 특정 회사나 투자에 대한 권유가 아니다. 인용된 발언은 공개 인터뷰와 요약본을 근거로 하며, 데이터는 출처를 함께 밝힌다.


1. 린 스타트업의 뿌리 — 자동차 공장에서 스타트업까지

린 스타트업의 계보 4컷 — 도요타 공장, 2003년 강의실, 2011년 만들기-측정-학습, 2026년 AI 에이전트크게 보기

1-1. '린'은 원래 공장 언어였다

린(lean) 이라는 말은 스타트업에서 태어나지 않았다. 1980년대 MIT의 국제자동차프로그램(IMVP) 연구진이 도요타 생산방식(Toyota Production System, TPS)을 분석하면서 붙인 이름이다. 1990년 나온 책 『The Machine That Changed the World』가 이 용어를 세계에 퍼뜨렸다.

TPS의 핵심은 단순하다. 낭비(무다, 無駄)를 없애라. 팔리지도 않을 재고를 미리 쌓지 말고,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Just-In-Time) 만들고, 문제가 생기면 라인을 세워서(지도카, 自働化) 근본 원인을 찾으라는 것이다. "왜"를 다섯 번 묻는 5 Whys도 여기서 나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낭비의 정의다. 도요타에게 낭비란 고객이 값을 지불하지 않는 모든 활동이다. 이 정의가 나중에 스타트업으로 넘어오면서 무시무시한 문장이 된다.

🏭
공장에서의 낭비는 안 팔릴 재고다. 스타트업에서의 낭비는 아무도 원하지 않는 기능을 만드는 데 쓴 모든 시간이다.

1-2. Steve Blank와 '건물 밖으로 나가라'

2003년, 실리콘밸리에서 여덟 개의 회사를 거친 창업자 Steve Blank(스티브 블랭크)가 『The Four Steps to the Epiphany(깨달음에 이르는 네 단계)』를 냈다. 그가 만든 개념이 고객 개발(Customer Development)이다.

Blank의 관찰은 이랬다. 기업들은 제품 개발(Product Development) 프로세스는 정교하게 갖춰 놓았지만, 고객이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찾아내는 프로세스는 아예 없었다. 그래서 창업자들은 사무실 안에 앉아 사양서를 쓰고, 완성된 제품을 세상에 던지고, 팔리지 않으면 마케팅 탓을 했다.

그가 내놓은 처방은 유명한 한 줄이다. "Get out of the building(건물 밖으로 나가라)." 사업 계획은 첫 고객 접촉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그러니 계획을 실행하지 말고, 가설을 검증하라.

Blank는 2003년 UC 버클리 하스 경영대학원에서 이 내용을 강의해 달라는 제안을 받는데, 이때 한 학생이 반드시 그 수업에 들어와야 한다고 고집했다. 그 학생의 이름이 Eric Ries(에릭 리스)였다.

1-3. Eric Ries와 린 스타트업의 탄생

Ries는 IMVU라는 아바타 채팅 회사의 공동창업자였고, Blank는 그 회사의 투자자이자 이사였다. Ries는 Blank의 고객 개발에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을 결합했다.

논리는 이렇게 맞물린다.

고객이 뭘 원하는지 모른다
→ 고객 개발
+
어떤 기능을 만들지 모른다
→ 애자일 개발
=
린 스타트업

2008년 블로그 'Startup Lessons Learned'에서 시작된 이 개념은 2011년 책 『The Lean Startup』으로 폭발했다. 이후 10여 년간 전 세계 액셀러레이터, 대학 창업 강의, 정부 지원 사업의 표준 언어가 됐다. 한국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서 "MVP를 만들어 오세요"라는 말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그 문장의 족보가 여기까지 이어진다.

1-4. 왜 하필 그때였나

린 스타트업이 2010년대 초에 세계를 장악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세 가지가 동시에 일어났다.

조건2000년 이전2008~2011년
서버 비용서버를 사고 IDC에 넣어야 함 (수천만 원)AWS(2006)로 시간당 과금
소프트웨어 스택상용 DB·미들웨어 라이선스LAMP·Rails·오픈소스 무료
유통영업 조직, 유통 계약검색·앱스토어·소셜
실험 1회 비용수개월 · 수억 원수일 · 수십만 원
투자 심리닷컴 이전의 낙관닷컴 붕괴 트라우마 — "돈을 태우지 마라"

실험 비용이 급락했기 때문에 실험을 많이 하는 전략이 최적이 되었다. 이것이 린 스타트업의 경제적 본질이다. 도덕적 우월성이 아니라 비용 구조의 산물이었다. 이 점을 기억해 두자. 나중에 이 글의 핵심 논거가 된다.

1-5. 반드시 알아야 할 다섯 개념

린 스타트업을 "일단 대충 만들어서 던져 보기"로 이해하면 절반도 못 가져간 것이다. 실제 핵심은 다음 다섯 개다.

1
MVP (최소 기능 제품)
Ries의 정의는 이렇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고객에 대한 검증된 학습을 최대한 얻을 수 있는 버전의 제품." '최소'와 '최대'가 함께 들어 있다. 즉 공식이 아니라 판단이다.
2
만들기 – 측정 – 학습 루프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만들고, 데이터를 측정하고, 배운 것으로 다음 아이디어를 정한다. 중요한 건 루프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지, 만드는 양을 줄이는 게 아니다.
3
검증된 학습 (Validated Learning)
"고객이 좋아하는 것 같다"는 학습이 아니다. 반증 가능한 가설을 세우고 실제 행동 데이터로 확인해야 학습이다.

여기에 두 개를 더한다.

  • 혁신 회계(Innovation Accounting)와 허영 지표(Vanity Metrics): 누적 가입자 수처럼 항상 우상향하는 숫자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코호트별 전환율, 유지율처럼 의사결정을 바꿀 수 있는 숫자를 봐야 한다.
  • 피벗(Pivot): 방향은 바꾸되 한 발은 땅에 붙여 두는 것. 아무거나 갈아엎는 것이 아니라, 어떤 가설이 틀렸는지 특정한 뒤 그 부분만 바꾸는 구조적 전환이다.

2. 전설이 된 사례들 — 린은 왜 그렇게 설득력이 있었나

클래식 MVP 3종 — 데모 영상, 신발 사진, 랜딩페이지크게 보기

개념만으로는 20년 동안 표준이 될 수 없다. 린이 강력했던 건 놀랍도록 잘 만들어진 이야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Dropbox — 만들지 않고 수요를 증명하다

2007년, Drew Houston(드루 휴스턴)은 파일 동기화 서비스를 만들고 있었다. 문제는 제품을 제대로 만들려면 여러 운영체제의 파일시스템을 건드려야 해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만들었는데 아무도 안 쓰면?

그는 제품 대신 3분짜리 데모 영상을 만들었다. 실제로 작동하는 부분과 아직 없는 부분을 섞어 화면 녹화를 하고, 개발자들이 알아볼 만한 농담을 자막에 심었다. 2007년 4월 5일, 이 영상을 Hacker News에 올렸다.

베타 대기자 명단이 하룻밤 사이 5,000명에서 75,000명으로 늘었다. 코드 한 줄 더 쓰지 않고 수요를 증명한 것이다.

Zappos — 재고 없이 전자상거래를 검증하다

1999년 Nick Swinmurn(닉 스윈먼)은 "사람들이 신발을 온라인으로 살까?"라는 질문을 갖고 있었다. 물류센터를 짓고 재고를 사들이는 대신, 그는 동네 신발 가게에 가서 신발 사진을 찍어 웹사이트에 올렸다.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 가게에 가서 신발을 사고, 직접 포장해 부쳤다.

돈은 벌리지 않았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신발을 살 사람이 있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재고 위험 없이 얻었다. 이런 방식을 컨시어지 MVP(Concierge MVP) 또는 오즈의 마법사 MVP(Wizard of Oz MVP)라고 부른다. 뒤에서는 사람이 손으로 하지만 앞에서는 제품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그 밖에

  • Buffer: 제품 없이 랜딩 페이지만 올려 "가입하기"를 누르면 "아직 준비 중"이라고 안내했다. 다음엔 가격표 페이지를 추가해서 돈을 낼 의사까지 측정했다.
  • Airbnb: 창업자들이 직접 뉴욕 호스트 집을 방문해 사진을 찍어 줬다. 확장 불가능한 일이지만, 그렇게 해야만 배울 수 있는 것이 있었다.
  • Groupon: The Point라는 실패한 사회운동 플랫폼에서 워드프레스 블로그로 시작한 공동구매 실험이 피벗해 태어났다.

이 이야기들은 하나의 메시지로 수렴한다. 만들기 전에 배워라. 배움의 가격은 생각보다 훨씬 쌀 수 있다.

⚠️
자주 오해되는 지점: MVP는 '싸구려 제품'이 아니다. Ries 본인이 밝힌 대로 IMVU의 첫 MVP는 시장에 내놓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 MVP의 '최소'는 품질의 최소가 아니라 학습에 필요 없는 부분의 최소다. 이 오해가 지난 10년간 수많은 조악한 제품을 낳았다.

3. 그래서, 린은 정말 효과가 있었나 — 논문이 말하는 것

사례는 강력하지만 생존 편향에 취약하다. 같은 방법으로 실패한 수천 개 회사는 이야기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 질문을 무작위 대조 시험(RCT)으로 다룬 연구가 있다.

Arnaldo Camuffo, Alessandro Cordova, Alfonso Gambardella, Chiara Spina가 Management Science(2020, 66권 2호)에 발표한 「A Scientific Approach to Entrepreneurial Decision Making: Evidence from a Randomized Control Trial」이다.

설계: 이탈리아 스타트업 116곳을 무작위로 두 집단에 배정했다. 두 집단 모두 시장 피드백을 얻고 아이디어 타당성을 평가하는 훈련 10회를 동일하게 받았다. 차이는 처치군에만 '과학자처럼' 하는 법을 가르쳤다는 것이다. 이론적 틀을 세우고, 반증 가능한 가설을 뽑고, 엄밀하게 시험하도록 했다. 대조군은 자기 직관을 따랐다. 약 1년간 16회 데이터를 수집했다.

결과가 흥미롭다.

과학적 접근 훈련을 받은 창업팀에게 나타난 변화
프로젝트 중단 결정
더 많이
급진적 피벗
더 많이
'방법적 의심'의 수준
더 높음

즉, 과학적으로 접근한 팀은 더 자주 그만뒀다. 언뜻 나쁜 소식처럼 들리지만 정반대다. 나쁜 아이디어를 붙들고 3년을 보내는 것이 창업자에게 가장 비싼 실패다. 이들은 자기 아이디어가 틀렸다는 사실을 더 빨리, 더 정확하게 알아냈다. 논문은 이를 "실행 가능한 아이디어를 탐색하는 효율의 개선"이라고 표현한다.

2024년 Strategic Management Journal에는 4개 RCT, 총 759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재현 연구가 실렸다. 아이디어 중단에 대한 긍정적 효과는 재현됐고, 급진적 피벗에 대해서는 비선형적 효과가 확인됐다. 처치군은 피벗을 아예 안 하거나 반복적으로 하는 대신, 소수의 피벗을 실행하는 경향을 보였다.

🔬
이 연구들이 확인해 준 린의 본질은 "작게 만들라"가 아니다. "당신의 믿음을 반증 가능한 가설로 바꾸고 진지하게 시험하라"는 것이다. 이 구분이 뒤에 나올 모든 논의의 기준선이 된다.

4. 반대 진영 — 린이 야심을 죽인다는 비판

린이 표준이 되는 동안, 정반대의 주장도 자라고 있었다.

가장 날카로운 비판자는 PayPal 창업자이자 투자자인 Peter Thiel(피터 틸)이다. 2014년 『Zero to One』에서 그는 린 스타트업 방법론이 그가 말하는 "불확정적 낙관주의(indefinite optimism)"의 증상이라고 봤다. 미래가 나아질 것이라고 믿기는 하는데 어떻게 나아질지는 전혀 모르는 상태, 그래서 일단 반복하고 기대하는 태도라는 것이다.

그의 핵심 논거는 최적화 이론의 언어로 요약된다.

린 스타트업의 주장Thiel의 반론
작게 시작해 고객 피드백으로 개선한다이미 있는 것을 조금씩 고치면 국소 최적(local maximum)에 갇힌다
계획보다 실험이 낫다반복으로는 0에서 1로 갈 수 없다. 패러다임 전환은 데이터 튜닝에서 안 나온다
불확실하니 유연하게대담하고 구체적인 미래상을 세우고 그것을 강제하는 확정적 낙관주의가 필요하다

이 비판이 완전히 공정한지는 논쟁적이다. Ries는 린이 야심의 반대말이 아니라고 반박해 왔고, MVP를 "허접한 제품"으로 오독한 사람들이 만든 이미지가 비판의 과녁이 된 면도 있다. 그러나 2010년대 후반 이후 가장 인상적인 성과를 낸 회사들의 목록을 보면 Thiel의 지적을 무시하기 어렵다.

고전 린 공식과 어긋나는 성공 사례들
SpaceX
MVP로 로켓을 만들 수는 없다
Anduril
정부가 요청하기 전에 먼저 만들었다
Figma
브라우저 벡터 엔진 — 첫 공개까지 약 4년
OpenAI
상업적 설명이 어려운 연구소로 출발
Stripe
첫 코드에서 공개 출시까지 약 2년
Tesla
공장과 배터리라는 거대 선행조건

Anduril의 Palmer Luckey(파머 러키)는 이 태도를 아주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정부가 요청한 뒤에 기술을 만드는 전통적 방위산업 방식 대신 먼저 만들어 놓고 정부에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다. 그의 말은 이렇다. "그래서 나는 엄청난 리스크를 떠안는다. 하지만 그게 시스템을 단축하는 방법이다."

이건 린 스타트업의 문법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고객이 요구하기 전에 만들지 말라는 것이 린의 제1계명이기 때문이다.


5. Stripe의 진짜 이야기 — 2년의 침묵, 그러나 2개월 만의 첫 고객

2년의 터널 — 그러나 고객과의 실은 끊기지 않았다크게 보기

여기서 Collison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그의 회사 자체가 이 논쟁의 가장 좋은 자료다.

초밥집에서 시작된 회사

2009년, Collison 형제는 대학생이었다. 그해 버클리에서 열린 Startup School에 참석했고, 행사가 끝난 뒤 Potrero(포트레로)에서 초밥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결심했다. 머릿속에서 굴리던 결제 아이디어를 진짜 회사로 만들기로 한 것이다.

당시 그들의 생각은 이랬다고 한다. "아마 그렇게까지 어렵진 않을 거야." 학교를 다니면서 몇 달 부업처럼 하면 끝날 것 같았다. 그 작업은 거의 17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들이 풀려던 문제는 정확히 무엇이었나

YC에서 배운 교훈은 명확했다. 돈을 낼 사람이 실제로 겪고 있고, 설명하기 쉬운 구체적인 문제를 잡아라.

2009년 인터넷에서 돈을 받는 일은 지독하게 불편했다. 낡은 시스템, 종이 서류, 은행 방문. 아무도 그 방식을 좋아하지 않았다. 수요는 명백했다.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
좋은 아이디어처럼 보인 이유
모두가 겪고 있고, 모두가 싫어하고, 돈을 내고 있는 문제였다.
!
나쁜 아이디어처럼 보인 이유
스무 살 남짓한 두 형제가 금융 서비스 회사를 만든다고 했다. 당시엔 '핀테크'라는 업종 이름조차 없었고, 창업자들은 그 분야 사전 지식도 없었다. 은행과 파트너를 만나러 가면 진지한 사업자로 취급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지탱된 이유
사람들이 실제로 해결되기를 원한 문제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는 분명 좋았고, 다만 아무도 그들을 진지하게 봐주지 않았을 뿐이었다.

타임라인 — 늦은 출시, 이른 고객

2009 가을
저장소 개설, 첫 코드
학교를 다니면서 부업처럼 시작. "몇 달이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2010.01
첫 프로덕션 고객
코드 작성 약 2개월 만에 Twilio North의 Boucher가 실제 결제를 태웠다. 이때 제품은 카드 결제만 되는 불완전한 상태였다.
2010 여름
전업 전환
비공개 베타 기간에도 매달 고객 수를 늘리며 매주 피드백과 요청을 받았다.
2011.09
공개 출시
첫 코드에서 공개 출시까지 거의 2년. YC의 "빨리 출시하라" 원칙과는 정면으로 달랐다.

왜 2년이나 걸렸나

결제는 실패 비용이 극단적으로 높은 영역이다. 셀프서비스로 대규모 사용자를 받으려면 그 전에 갖춰야 할 것이 있었다.

보안
카드 정보를 다루는 순간 실수는 곧 사고가 된다
파트너십
은행과 카드 네트워크 없이는 한 푼도 못 움직인다
자금 이동
돈이 실제로 들어오고 나가는 배관
인프라
결제는 잠깐의 장애도 매출 손실이다
신뢰
두 형제를 믿고 돈을 맡길 이유를 만들어야 했다

이 이야기의 진짜 교훈

여기서 대부분의 사람이 잘못된 교훈을 가져간다. "Stripe도 2년 걸렸으니 우리도 천천히 만들어도 된다"는 것이다. 그건 정확히 반대다.

Collison이 강조한 대목은 이것이다. 2년 동안 공개 출시를 안 했지만, 한 번도 현실과 단절된 적이 없었다. 2010년 1월부터 실제 프로덕션 사용자가 있었고, 요청에 따라 기능을 만들어 나갔다.

고객 요청 → 기능 개발 루프 (비공개 베타 기간)
요청"내가 받은 결제 내역을 좀 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요"
개발대시보드를 만들었다
요청"이 결제를 취소해야 하는데요"
개발환불 기능을 추가했다
요청"그런데 제가 판 돈은 언제 받나요?"
개발정산 기능을 구축했다
🔑
'출시'와 '현실 접촉'은 같은 것이 아니다. 린의 핵심은 출시 날짜가 아니라 학습이 상상이 아니라 실제 사용에서 나오는가다. 실제 사용에서 배우는 흐름이 살아 있다면, 공개 출시 자체는 늦출 수도 있다. 특히 실패 비용이 높은 분야에서는 제품 구축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이 구분을 잡고 나면, Collison의 "탈상관" 발언이 린에 대한 배신이 아니라는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는 학습 루프를 버리라고 말한 것이 아니라, 출발점을 옮기라고 말한 것이다.


6. 2026년에 부러진 세 가지

그렇다면 무엇이 바뀌었기에 20년 된 공식이 흔들리는가. 세 가지를 나눠 보자.

6-1. 빌드 비용의 붕괴 — MVP가 더 이상 필터가 아니다

린 스타트업이 작동한 근본 이유는 "실험 비용이 낮아졌으니 실험을 많이 하라"였다. 그런데 여기엔 숨은 전제가 있었다. 비용이 낮아지긴 했지만 0은 아니라는 것. v1을 만드는 데 여전히 몇 달의 엔지니어링이 필요했고, 그 몇 달이 일종의 필터로 작동했다. 진심이 아닌 사람은 거기까지 오지 않았다.

2026년에는 그 필터가 얇아졌다. 코딩 에이전트가 초기 제품의 상당 부분을 만든다. 어떤 관찰자들은 초기 단계 코드의 대부분이 생성 도구에서 나온다고 말하고, "코드는 커모디티가 됐다"는 표현이 업계에서 흔해졌다.

Stripe의 데이터가 이 변화를 숫자로 보여준다.

+130%
Stripe Atlas 법인 설립 건수 (2026 Q1, 전년 동기 대비)
20%
30일 안에 첫 고객에게 과금한 Atlas 스타트업 비율 (2025년)
2020년에는 8%였다
2배
2025년 등록 회사가 같은 시점에 낸 매출 (2024년 코호트 대비)
~2배
Stripe 상 신규 사업체 수 전년 대비 증가 (2026년 7월 시점)
COVID 시기의 +50%를 넘어선 최대 폭

아이디어에서 매출까지의 거리가 짧아졌다. 이건 좋은 소식이다. 다만 그 짧아짐이 나에게만 일어난 것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6-2. 틈새의 포화 — 같은 도구를 쥔 수천 명

전통적인 린 전략은 이렇게 작동했다. Google Ads로 검색량은 있는데 좋은 제품이 없는 좁은 틈새를 찾아내고, 거기서 작게 시작한 뒤 공격적으로 확장한다.

이 방법의 전제는 틈새를 찾아내고 그것을 차지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수천 명이 같은 도구로 같은 방식의 탐색을 동시에 돌린다. 발견은 빨라졌고 구축도 빨라졌다. 결과적으로 틈새의 반감기가 짧아졌다.

Collison의 표현을 빌리면, 이 영역은 이제 "훨씬 더 경쟁적이고 공격적으로 갈아엎어진(aggressively tilled)" 땅이다. 게다가 인터넷 자체가 이 접근법이 등장한 20년 전보다 훨씬 커졌다. 20년 전엔 "여기 아무도 없네"라는 상황이 흔했지만, 지금은 드물다.

모두가 같은 좁은 수로로 몰릴 때, 다른 방향의 넓은 바다크게 보기

6-3. 가능한 것의 확장 — 이제는 린이 유일한 선택이 아니다

세 번째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 Collison의 논지를 정확히 옮기면 이렇다.

20년 전 린 스타트업이 표준이 된 것은 그것이 유일하게 가능한 선택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가용 자본은 제한적이었고, AI는 없었고, 소수의 창업자가 만들 수 있는 것의 상한이 낮았다. 큰 것을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단이 없었다.

이제는 AI로 다양한 역량을 갖춘 조직을 훨씬 쉽게 구성할 수 있다. 처음부터 더 공격적이고 야심 찬 회사를 시작할 여지가 생긴 것이다. 최근 10년 동안 가장 인상적인 성과를 낸 회사들 — AI 연구소들, Anduril 같은 회사들 — 은 처음부터 크고 어려운 문제를 다뤘다.

🧭
정리하면 이렇다. AI는 린 스타트업을 틀린 것으로 만들지 않았다. 대신 린 스타트업의 독점을 깨뜨렸다. 예전엔 선택지가 하나였고, 지금은 둘이다.

직접 손잡이를 돌려 가며 확인해 보자.

시뮬레이터를 만져 보면 반직관적인 사실 하나가 드러난다. 'AI 레버리지'를 올리면 두 전략 점수가 함께 오르지 않는다. 빌드가 쉬워지면 고전 린 전략은 경쟁 밀도에 더 크게 깎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쉬워진 것은 남에게도 쉬워졌다.


7. '공격적 탈상관'을 실무로 번역하면

멋진 문장은 실행 가능한 지침이 되기 전까진 슬로건일 뿐이다. 탈상관을 구체적인 축으로 쪼개 보자.

탈상관의 네 가지 축

① 선행조건 (Prerequisites)
코드로는 살 수 없는 것 — 규제 승인, 라이선스, 은행·통신사 파트너십, 하드웨어, 인증, 현장 배치
Stripe가 2년을 쓴 곳이 정확히 여기다. 넘고 나면 그 자체가 해자가 된다
② 독점 데이터·현장 접근
공개 웹에 없는 신호. 공정 데이터, 임상 기록, 물류 실측, 특정 조직 안에서만 쌓이는 로그
모델이 아무리 좋아져도 존재하지 않는 데이터는 학습할 수 없다
③ 시간축
대부분의 팀이 6개월 안에 결과가 안 나오면 포기하는 문제
3년을 버틸 수 있다면, 그 자체가 경쟁자를 걸러내는 필터다
④ 비합의적 확신
"이건 이렇게 될 것"이라는 판단이 남들과 다르고,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상태
단순히 남들이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왜 안 하는지 알고 그 판단이 틀렸다고 믿는 것

탈상관의 함정 — 아무도 원하지 않는 것과 헷갈리지 말 것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위험이 있다. 탈상관은 '아무도 안 하는 것을 한다'가 아니다. 아무도 안 하는 데는 대개 이유가 있다.

Collison 자신이 이 경계를 명확히 지킨다. 그가 YC에서 배운 교훈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한 것을 기억하자. "돈을 낼 사람이 실제로 겪는, 구체적이고 설명하기 쉬운 문제."

Stripe는 탈상관된 출발점이었지만, 수요는 하나도 탈상관되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돈을 받는 일이 불편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던 사실이었다. 어려웠던 건 문제 발견이 아니라 자격 증명이었다.

차원좋은 탈상관나쁜 탈상관
수요이미 존재하고 명백함"만들면 원할 것"이라는 추측
남들이 안 하는 이유어려워서 (선행조건)가치가 없어서
내 우위설명 가능한 비합의적 판단그냥 남들과 다르고 싶음
검증 방식늦게 출시해도 실사용자와 연결3년간 아무도 안 만나고 개발

린의 학습 루프는 버리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더 어려운 좌표 위에서 돌리는 것이다.


8. 그래도 배워야 하는 이유 — 인지적 L1 캐시

머릿속의 L1 캐시와 네트워크 너머의 에이전트크게 보기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두 번째 대목은 학습에 관한 것이었다. "AI가 다 해주는데 왜 아직도 배워야 하나?"라는, 지금 모든 대학생이 하고 있는 질문이다.

어셈블리에서 컴파일러로 — 추상화의 사다리

Collison은 먼저 반대편 논거를 인정한다. 과거 프로그래머들은 어셈블리와 기계어를 직접 쓰며 명령어 순서와 메모리 배치를 최적화했다. 지금은 컴파일러가 그 일을 훨씬 잘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걸 별로 아쉬워하지 않는다.

같은 방식으로 소스 코드 작성을 AI에 넘기고 더 높은 추상화 단계로 올라갈 수 있다. 논리적으로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다만 그는 감정적으로는 직접 코딩하던 시절을 그리워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지식에는 지연 시간이 있다

여기서 그가 꺼낸 비유가 이 인터뷰의 백미다. Google의 Jeff Dean(제프 딘)이 정리한 "모든 프로그래머가 알아야 할 지연 시간 수치"를 아는 사람이라면 즉시 이해할 것이다. 시스템의 각 구성 요소는 조회 비용이 극단적으로 다르다.

"L1 캐시에서 무언가를 꺼내는 것과 RAM에서 꺼내는 것과 네트워크 너머에서 꺼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다."

— Patrick Collison

L1 캐시 참조는 약 0.5나노초, 메인 메모리는 약 100나노초, 같은 데이터센터 안의 왕복은 약 50만 나노초다. 200배, 100만 배의 차이가 층마다 존재한다.

Collison의 주장은 이것이다. 머릿속 지식과 AI 에이전트에게 물어 얻는 지식 사이에도 똑같은 계층이 있다. 말하거나 타이핑해서 에이전트와 왕복하는 것보다, 인지적 L1 캐시에서 바로 꺼내는 편이 훨씬 빠르다.

그리고 이 차이는 다단계 추론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진다. 한 번의 조회라면 30초가 별것 아니다. 그러나 하나의 어려운 문제를 푸는 데 스무 번의 조회가 필요하다면, 그 스무 번을 머리에서 꺼내는 사람과 매번 물어보는 사람의 차이는 분 단위가 아니라 문제를 풀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된다.

직접 계산해 보자.

시장은 여전히 인지 능력에 값을 매긴다

Collison은 여기에 현실적인 근거를 하나 더 붙인다. Stripe를 포함해 AI 연구소들까지, 기업들은 여전히 높은 인지 능력에 큰 값을 매기고 있다. 만약 AI가 인간의 지적 능력을 정말로 대체했다면 이 가격 신호가 먼저 무너졌어야 한다.

그의 결론은 신중하다. "인지 능력의 이점이 포화됐다는 증거가 나오기 전에 기초 학습을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그는 왜 글을 AI에 맡기지 않는가

Collison은 자기 글을 직접 쓴다. 철학적 이유와 실용적 이유가 둘 다 있다고 말한다.

  • LLM이 야코비안 추측(Jacobian conjecture) 같은 난제를 다룰 능력이 있어도, 아직 매우 설득력 있다고 느낀 LLM 에세이를 읽어 본 적이 없다고 그는 말한다.
  • 왜일까? 그의 가설은 이렇다. 글쓰기의 품질에 대한 효용 함수를 정의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강화학습으로 최적화하기 힘든 영역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답이 있는 수학 문제와 달리, "좋은 글"에는 채점표가 없다.
  • 그는 글쓰기와 대인 커뮤니케이션을 다차원적인 현실을 합리적으로 추론하기 위한 기본 능력으로 본다. 모델은 아직 이 부분이 부족하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 Gmail과 WhatsApp이 미리 써 주는 답장을 제안하지만, 그는 그 문장을 한 번도 전송한 적이 없다고 한다.

이 부분은 취향의 문제로 읽힐 수도 있다. 하지만 창업자에게 던지는 실용적 함의는 분명하다. 모델이 아직 잘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것 자체가 탈상관의 재료다.


9. 조급함의 함정 — 하늘을 나는 복음

1930년대의 상상 — 차고마다 비행기가 있는 미래크게 보기

인터뷰에서 가장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대목은 조급함에 관한 이야기다.

두 번의 중퇴

Collison은 창업을 위해 대학을 두 번 중퇴했다. 1학년 한 학기를 마친 뒤 첫 회사를 시작했고, 몇 년 뒤 MIT로 돌아가 1년을 더 다닌 다음 Stripe를 위해 다시 나왔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이 사실이다. 대학 중퇴는 되돌릴 수 없는 함정문(trapdoor)이 아니다. 실제로 그는 복학했다. 대학이 즐겁다면 졸업해도 해가 없고, 대학 생활이나 학문이 자신을 사로잡지 못한다면 중퇴 비용도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그의 관찰이다.

부모들은 중퇴가 평생 평판을 훼손할까 걱정한다. Collison의 경험상, 그걸 신경 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가 틀렸던 직관

당시 그를 움직인 긴박감은 이런 것이었다. 인생은 짧다. 고등학교와 대학을 빨리 통과하고 싶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실리콘밸리의 창업 기회는 일시적이어서 3~4년 뒤면 사라질 것 같았다.

돌아보면 완전히 잘못된 직관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실리콘밸리에는 그 뒤로도 수십 년 동안 기회가 계속 존재했다.

왜 이 이야기를 하는가

지금 많은 사람이 비슷한 불안을 갖고 있다. "AI 시대에 지금 창업하지 않으면 영구적인 하층 계급에 갇힌다"는 감각이다. Collison은 이것을 기술이 사회를 완전히 바꿀 것이라는 과거의 종말론적 사고와 같은 계열로 본다.

그가 예로 든 책이 Joseph J. Corn의 『The Winged Gospel: America's Romance with Aviation, 1900–1950』(Oxford University Press, 1983)이다.

✈️
비행기가 발명된 뒤 미국인들은 항공에 거의 종교적인 기대를 걸었다. Corn은 이를 "날개 달린 복음"이라 불렀다. 설교단에서 항공이 언급됐고, 대공황기에는 "차고마다 비행기 한 대"라는 구호가 진지하게 유통됐다. 비행기가 국경과 전쟁, 계급까지 없앨 것이라 믿는 사람들이 있었다.

항공은 실제로 세상을 크게 바꿨다. 그러나 당시 열성 지지자들이 기대한 방식으로 사회를 전면 재작성하지는 않았다.

Collison의 결론은 담백하다. 지금이 회사를 시작할 수 있는 마지막 몇 년이라는 전망에는 회의적이다.


10. "성공하면 어떡할 건데?" — 창업 아이디어의 진짜 시험

짧고 빛나는 길과, 수십 년을 걸어가는 길크게 보기

이 인터뷰의 제목이 되기도 한 질문이다. 대부분의 창업 조언은 실패를 피하는 법에 집중한다. Collison은 반대 방향의 질문을 하라고 말한다.

성공은 문제의 끝이 아니다

모든 회사에는 그 자체로는 전혀 흥미롭지 않은 일이 있다. 급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같은 일이다. 금융 서비스에는 훨씬 더 난해하고 광범위한 잡무가 존재한다.

그래서 질문은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진짜 물어야 할 질문
투자금이 들어오고, 고객이 생기고, 직원이 늘어난 다음에도 — 나는 이 사업을 10년, 17년, 30년 동안 계속하고 싶은가?

Oracle의 Larry Ellison처럼 거의 반세기 동안 한 회사를 이끌 수도 있다. 큰 투자금을 조달하기 전에는 성공 이후의 삶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투자를 받는 순간, 그만두는 것은 훨씬 어려워진다.

Collison이 Stripe를 계속 즐길 수 있는 이유

그는 자신의 답을 이렇게 설명한다. Stripe는 흥미롭고 혁신적인 회사들과 장기간 협력할 수 있는 사업이다.

25%
Stripe Atlas를 통해 설립된 델라웨어 법인 비율
10만+
Atlas로 설립된 누적 회사 수

초기 창업부터 Shopify나 OpenAI 같은 두드러진 성공 기업으로 성장하는 전 과정에서 고객과 협력하고 요청을 들을 수 있다. 개별 잡무가 아무리 많아도 사업 전체는 흥미롭다는 것이다. 그는 만난 고객을 지루하다고 느낀 적이 없다고 말한다.

여기에 그가 덧붙인 문장이 좋다.

🧪
"모든 사업은 세상이나 특정 시장이 작동하는 방식에 관한 일종의 응용 이론이다. 새로운 회사와 새로운 사업 모델은 반대 관점의 가설을 현실에서 시험하는 것이다."

이 문장은 앞서 본 Camuffo 논문의 결론과 정확히 같은 곳을 가리킨다. 창업은 가설 검정이다. 다만 이제 그 가설은 좁은 틈새에 관한 것일 필요가 없어졌을 뿐이다.


11. 대형 AI 연구소가 다 먹어버리지 않을까

2026년 창업자가 가장 자주 하는 걱정이다. 다음 모델이 나오면 내 제품이 기능 하나로 흡수되는 것 아닌가?

20년 전에도 같은 공포가 있었다

Collison의 첫 번째 반응은 역사적이다. 20년 전에도 스타트업들은 "Google이 이 기능을 만들면 우리는 어떻게 되나"를 걱정했다. Google은 최고의 인재와 사실상 무한한 자본과 서버를 가졌고, 전능해 보였다.

그러나 Google은 모든 시장을 차지하지 못했다.

이유는 기술이 아니라 조직에 있다.

A
사람으로 구성된 조직은 복잡하다
100개의 우선순위를 동시에 공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어떤 조직에도 불가능하다.
B
우선순위끼리 충돌한다
한 팀의 목표가 다른 팀의 목표를 갉아먹는다. 내부 정치와 조정 비용이 발생한다.
C
그래서 공포는 대체로 과장돼 왔다
대형 기업이 모든 스타트업 기회를 흡수한다는 두려움은 역사적으로 여러 번 빗나갔다.

그러나 진짜 위험은 다른 곳에 있다

Collison은 여기서 중요한 구분을 한다. 모델 역량의 향상과, 연구소가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연구소가 당신의 시장에 직접 들어오지 않아도, 모델의 문맥 길이나 에이전트 역량이 향상되는 것만으로 특정 수직 시장이나 작업이 통째로 불필요해질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일부 영역에서는 이미 그런 일이 벌어졌다.

🎯
따라서 물어야 할 질문은 "연구소가 우리와 경쟁할까?"가 아니다. "다음 세대 모델이 그냥 좋아지기만 해도 우리 제품이 필요 없어지는가?"다. 어느 분야가 영향을 받을지는 결국 모델 역량에 대한 각자의 전망에 달려 있다.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이 나오는 제품은, 아무리 지금 잘 팔려도 시한부다. 반대로 모델이 좋아질수록 우리가 더 유리해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면 그건 강력한 위치다. 앞서 본 탈상관의 네 축 — 선행조건, 독점 데이터, 시간축, 비합의적 확신 — 은 대부분 이 조건을 만족한다.


12. 데이터가 말하는 것 — 지금은 정말 창업하기 좋은 때인가

Collison이 인터뷰에서 가장 확신 있게 말한 부분은 데이터에 근거한 것이었다. Stripe는 전 세계 신생 기업의 결제를 처리하기 때문에, 창업 활동에 대해 좀처럼 거짓말하지 않는 관측치를 갖고 있다.

관측된 것

Stripe 상 신규 사업체 수의 전년 대비 증가율 (관측 기간 중)
증가율 자체를 비교한 것으로, 절대 규모를 나타내지 않는다
평년 수준
기준
2019 → 2020 (COVID)
약 +50%
2025 → 2026 (인터뷰 시점)
2배에 조금 못 미침 최대

Stripe가 관찰한 연간 상대 변화 중 가장 큰 수준이다. COVID로 온 세상이 온라인으로 밀려 들어가던 시기보다 더 크다.

숫자만 늘어난 게 아니다

여기서 흔한 반론이 나온다. "AI로 대충 만든 제품이 잔뜩 생긴 것 아닌가?" Collison은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지표방향의미
사업체 중간값의 성과전년보다 개선상위 몇 개가 끌어올린 평균이 아니다
매출 100만 / 500만 / 1,000만 달러 도달 확률모두 상승규모 있는 사업으로 가는 비율이 늘었다
Atlas 설립 후 첫 매출까지 걸린 시간단축아이디어–매출 거리 자체가 짧아졌다
3개월 내 ARR 1,000만 달러 도달 기업 수전년 대비 2배초기 성장 속도의 상한이 올라갔다

왜 지금 신제품이 잘 팔리는가

기술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구매자 쪽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평시
CIO·CTO는 검증되지 않은 스타트업 제품을 꺼린다
"이 회사가 2년 뒤에도 있을까요?"라는 반대가 항상 따라붙는다. 도입 실패는 담당자의 경력 위험이다.
현재
현상 유지의 위험이 커졌다
낡은 방식을 그대로 두는 것도 이제는 매우 위험해 보인다. 뒤처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신제품 검토의 동력이 됐다.
결과
스타트업이 초기부터 의미 있는 규모로 팔 수 있다
소비자 쪽도 마찬가지다. AI 데이터센터 같은 사안에는 복잡한 견해를 갖고 있으면서도, AI 제품 자체에는 높은 호기심과 실험 의지를 보인다.

중앙집중인가, 분산인가

AI가 소수 기업에 경제적 가치를 몰아주는 힘이 될 것이라는 우려는 널리 퍼져 있다. Collison은 선두 AI 기업들이 이미 큰 성공을 거뒀고 앞으로도 잘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다만 Stripe에서는 다른 흐름도 함께 관찰된다. 새 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설립돼 AI 역량을 활용하고, 기존 회사들도 새 기술에 맞춰 사업과 운영을 재정비한다. 이 창업과 전환의 강도를 보면서 그는 AI 중앙집중을 이전만큼 걱정하지 않게 됐다고 말한다.

📊
그의 결론은 조건부다. "지금 관찰 가능한 객관적 지표들은 이전 어느 때보다 사업을 시작하기 좋은 환경을 가리킨다. 다만 5년 뒤가 어떨지는 알 수 없고, 미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현재 추세가 가리키는 것은 승자 몇 개가 아니라 수천 개의 승자와 더 분산되고 폭넓은 번영이다.

13. 2026년 한국의 창업자에게 — 실무 번역

이 논의를 한국 상황으로 옮기면 무엇이 달라질까.

한국에서 탈상관이 특히 잘 통하는 지점

한국은 선행조건이 높은 영역이 유난히 많은 나라다. 이것은 오랫동안 창업의 장벽으로 여겨졌지만, 탈상관의 렌즈로 보면 정반대로 읽힌다.

규제·인증 영역
의료기기 인허가, 금융 규제, 개인정보, 공공 조달 자격 — 글로벌 AI 래퍼가 하루 만에 넘어올 수 없는 벽
제조·현장 데이터
공정 로그, 설비 진동, 품질 검사 이미지 — 공개 웹에 존재하지 않는 신호. 접근 자체가 자산
한국어·제도 특수성
법령 체계, 회계·세무 제도, 공문서 양식 — 범용 모델이 잘 못하는 영역이 실제로 존재한다
B2G·B2B 신뢰 관계
레퍼런스와 관계 자산은 복제 속도가 가장 느린 자원이다

실무 체크리스트

아이디어를 검토할 때 다음 여섯 가지를 순서대로 물어보자.

1
수요는 탈상관되지 않았는가? 돈을 낼 사람이 겪는, 설명하기 쉬운 문제인가. 여기서 "아니오"면 나머지는 볼 필요가 없다.
2
이번 주에 코딩 에이전트로 만들 수 있는가? "예"라면 수백 팀이 이번 주에 같은 것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다른 곳에 해자가 있어야 한다.
3
코드로 못 사는 선행조건이 무엇인가? 하나도 없다면 붉은 바다다. 하나 이상 있고 우리가 넘을 수 있다면, 그게 사업의 진짜 형태다.
4
다음 모델이 좋아지면 우리는 유리한가, 불리한가? "모델이 좋아지면 우리가 없어진다"면 지금 매출이 나와도 시한부다.
5
출시가 늦어져도 현실과 연결돼 있는가? Stripe의 2년은 고립된 2년이 아니었다. 실사용자 한 명이라도 매주 만나고 있는가.
6
성공하면 10년 뒤에도 이 일을 하고 싶은가? 잡무까지 포함해서. 투자를 받기 전에 답해 둬야 하는 질문이다.

여전히 버리지 말아야 할 것

이 글을 "이제 린은 끝났다"로 읽으면 곤란하다. 정리하면 이렇다.

린 스타트업의 요소2026년 상태
가설을 반증 가능하게 만들고 검증하기그대로 유효 — RCT로 뒷받침된 부분
실사용자와 매주 연결되기그 어느 때보다 중요
허영 지표 대신 코호트 보기그대로 유효
틀렸으면 빨리 그만두기그대로 유효
작은 틈새를 먼저 확보하고 확장하기유효기간 단축 — 경쟁 밀도에 따라 재검토
"일단 빨리 출시"를 무조건 우선하기실패 비용이 높은 영역에서는 오히려 해로울 수 있음
MVP의 저렴함을 차별화로 삼기더 이상 차별화가 아님 — 모두가 싸게 만든다

14. 마치며 — 플레이북이 아니라 좌표의 문제

린 스타트업은 틀린 이론이 아니었다. 그것은 특정한 비용 구조 위에서 최적이었던 전략이다. 서버가 싸지고 오픈소스가 성숙하고 실험 비용이 급락했을 때, 실험을 많이 하는 쪽이 이기는 것은 당연했다.

지금 바뀐 것은 그 비용 구조다. 실험 비용이 다시 한 번, 이번에는 거의 0에 가깝게 떨어졌다. 그런데 비용이 0에 가까워지면 비용을 아끼는 전략의 우위도 0에 가까워진다. 모두가 싸게 만들 수 있을 때, 싸게 만드는 능력은 차별화가 아니다.

그래서 남는 질문은 "얼마나 작게 시작할까"가 아니라 "어디서 시작할까"가 된다. Collison의 문장이 정확히 이것을 가리킨다.

🧭
배우는 방식은 여전히 린이다. 다만 고르는 문제는 더 야심 차야 할지도 모른다.

학습 루프는 버리지 말고, 그 루프를 남들의 기본 프롬프트가 닿지 않는 좌표 위에서 돌려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를 다시 붙여 두고 싶다. 1930년대 미국인들은 차고마다 비행기가 들어설 것이라 믿었고, 지금이 아니면 늦는다고 생각했다. 항공은 세상을 바꿨지만 그런 방식은 아니었다. 스무 살의 Patrick Collison도 3~4년 뒤면 실리콘밸리의 기회가 사라질 것이라 확신했고, 그것은 틀렸다.

지금 회사를 시작할 수 있는 마지막 몇 년이라는 말에는, 회의적일 이유가 충분하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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